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9일 발표한 교육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후보는 특히 고교등급제, 대학별 본고사, 기여입학제 등 '3불정책'을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대학입시를 전면 자율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을 키웠다.
"무책임한 일…중학교는 입시학원 될 것"
대통합민주신당 김형구 부대변인은 "이명박 후보는 시장만능주의에 찌든 무책임한 발상을 허황된 장밋빛 환상으로 덧칠했다"면서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은) 자율성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시장에 의해 교육문제가 해소되고 교육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는 발상"이라면서 "이는 교육기회의 불균형, 계층 간 교육격차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캠프의 박용진 대변인은 "이러한 접근방식은 교육의 시계를 30년 전으로 돌리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우리나라의 교육은 지금도 3불정책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자율과 경쟁 속에 있다"면서 "이 후보의 의도대로 고등학교를 서열화하고 고교 입시를 부활시키면 결국 중학교는 입시학원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진정 사교육비를 해결하고 싶다면 대학을 평준화하면 된다"면서 "또 다른 교율 서열화를 부추기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 빚은 오진의 극치"라고 덧붙였다.
"국어·국사 영어로 강의" 발언도 '십자포화'
이 후보가 지난 5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나 국사 등 일부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면 어학연수를 안 가도 영어에서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도 비난이 쏟아졌다.
신당의 김효석 원내대표는 9일 오전에 열린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다른 과목도 아니고 민족혼이 담겨있는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치자는 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는 사과하고 거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경숙 의원은 "국어를 영어로 가르친다는데 김소월의 시에 등장하는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라는 대목을 어떻게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한글날은 영어날이 되는 것인지, 김치는 젓가락이 아닌 포크로 먹자는 것인지, 한국 대통령도 원어민 대통령을 수입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우리말과 한글을 바르고 점잖게 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며 "적어도 국어를 영어로 가르치자는 투의 발상이 얼마나 엉뚱하고 위험한지는 아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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