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 결산
2000년대 후반,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최강팀 중 하나였다. 2007년 14년 만에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위업을 이뤘다. 2008년 월드시리즈 우승, 2009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 2011년 '판타스틱4(할러데이, 리, 해멀스, 오스왈트)' 결성은 필라델피아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마이크 슈미트와 스티브 칼튼 시대(1972~1984) 이후로 처음 맞이한 짧은 전성기는 달콤했다. 하지만 이제는 독이 돼버렸다. 팀 성적은 2011년 102승에서 2012년 81승, 2013년 73승으로 급격한 하향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TV 중계권 계약 갱신을 앞둔 필라델피아는 숨 고를 틈이 없었다.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베테랑을 외부 영입하는 행태가 반복되었다. 필라델피아는 2014시즌을 앞두고 2008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인 포수 카를로스 루이즈(36)와 3년 2600만 달러에 재계약했고, 외야수 말론 버드(37)를 2년 1600만 달러에 영입했다. 로이 할러데이가 은퇴한 자리는 A.J. 버넷(38)과 1년 16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메웠다. 결국 2014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30세를 돌파했다.
2014년 트레이드 마감 시간 무렵이 되자, 팀이 리빌딩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그러나 결국 아무도 트레이드하지 못했다. 아마로의 협상력은 선수들과의 연봉 협상에서, 그리고 적은 대가로 스타 선수를 데려오는 데 있어서 장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유망주로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일과 스타 선수로 유망주를 영입하는 일은 별개의 영역이다. 결국 선수단의 쇄신은 겨울로 미뤄졌다.
2014시즌 팀 MVP
체이스 어틀리 .270 .339 .407(타/출/장) 11홈런 78타점 fWAR 4.1
체이스 어틀리는 무릎 건염에서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었다. 2011~12년 스프링 캠프에서부터 무릎 건염으로 고생했던 어틀리는, 2013시즌 131경기에 출장에 이어 2014시즌에는 155경기에 출장하며 우려를 씻어냈다. 비록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2009년까지 보여줬던 장타력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공/수/주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보였다. 지난해 재계약을 체결한 어틀리의 연봉은 2년 2700만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필라델피아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2008년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일조한 그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 중 하나였다. 주전을 차지한 2005년 .291 .376 .540(타/출/장) 28홈런 105타점 fWAR 7.0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5년 연속으로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 7.0 이상을 기록했다. 높은 출루율과 함께 통산 88.4%에 달하는 도루성공율, 게다가 투박해 보이지만 매우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선수다. 그러나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부상으로 인해 결장하는 경우가 잦았다.
스토브리그
겨울이 되자 필라델피아는 팀 쇄신에 나섰다. 200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명 단장 팻 길릭이 임시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밝힌 대로다. 당장 몇 년 안에 다시 강팀으로 도약하기는 힘들겠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팀 리빌딩 작업이 이렇게 늦어진 책임을 마냥 필라델피아의 수뇌부에게 전가하기는 어렵다. 이유가 있다. TV 중계권 계약 갱신 때문이었다.
중계권 계약 시에 높은 계약을 보장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팀의 인기다. 따라서 필라델피아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황금기를 함께 보낸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는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주축 선수들은 전성기가 지나 노쇠화 시점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따라서 중계권 계약의 갱신 전까지는 이 선수들을 정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결정(베테랑 선수들을 팔지 않은 것)은 2014년 1월 컴캐스트 스포츠넷과 25년 25억 달러(2조7020억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하는 근간이 되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TV 중계 평균 시청률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인기팀인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LA 다저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제 중계권 계약은 체결됐고, 가장 인기가 많았던 선수 중 하나인 지미 롤린스는 다저스로 트레이드됐다. 잇달아 말론 버드도 자리를 옮겼다. 받아온 선수들은 모두 투수로, 구위보다는 다양한 구종과 제구력이 돋보이는 선수들이다. 즉, 필라델피아의 수뇌부들은 어떤 일관된 생각을 하며 일을 진행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종착역은 겨우내 뜨거운 감자였던 좌완 투수 콜 해멀스의 트레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멀스가 데뷔한 2006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 동안, 해멀스(fWAR 34.4)보다 높은 WAR을 기록한 투수는 단 9명이다. 얼마 전 컵스와 6년 1억5500만 달러에 계약한 존 레스터(fWAR 35.4)는 해멀스보다 딱 1WAR가 높으면서도 나이는 동갑(미국 기준)이다. 그러나 해멀스의 남은 계약은 4년 9600만 달러로 레스터에 비해 5900만 달러 적은 금액에 불과하다. 31살의 나이에 108승 83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 중인 이 선수를 영입하는 대가로는, 아마로 단장의 말처럼 최소 2명의 대형 유망주는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로 단장은 합당한 대가를 요구하며 다른 팀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2015시즌 전망
뒤늦게 리빌딩에 돌입한 필라델피아가 당면한 과제는 주축 선수들의 대가로 최대한 좋은 유망주들을 받아오는 일이다. 유망주들의 잠재력과 실력뿐만 아니라, 포지션과 메이저리그 데뷔 시기까지 시야에 넣고서 협상해야 하는 이 과정은 팀 쇄신 작업에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면서도 가장 신중해야 할 부분이다.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제프 사마자 트레이드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A급 투수들의 가치가 가장 높아지는 시점은 트레이드 마감 기간이다. 해멀스의 트레이드를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는 이유다.
2014시즌 부상으로 인해 고전한 클리프 리도 2015년 반등에 성공한다면 트레이드를 위한 좋은 매물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2005년 데뷔한 이래로 325세이브 44블론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 중인 조너선 파펠본도 구원투수가 부족한 팀을 상대로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성급하게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려다가 낮은 대가로 넘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매력적인 카드와 반대로, 어떻게든 처리해야 할 '무거운 짐'도 있다. 2년 6000만 달러가 남은 1루수 라이언 하워드는 3년간 총 -1WAR를 기록했다. 그러나 장타력(2014년 23홈런)이 남아있기에 아메리칸리그 팀 중 영입을 원하는 팀이 몇 있는 게 다행스럽다.
2015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는 절대 강자 워싱턴 내셔널스와 이제 막 기지개를 피기 시작한 마이애미 말린스의 1위 다툼이 치열할 예정이다. 이런 구도가 바뀔 때까지 필라델피아는 숨죽이며 태세를 정비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2015 예상 라인업1번 중견 좌 벤 리비어2번 유격 양 프레디 갈비스3번 2루 좌 체이스 어틀리4번 1루 좌 라이언 하워드5번 좌익 좌 도모닉 브라운6번 포수 우 카를로스 루이즈7번 3루 좌 코디 애쉬8번 우익 좌 그래디 사이즈모어9번 투수2015 예상 로테이션1선발 좌 콜 하멜스2선발 좌 클리프 리3선발 우 애런 하랑4선발 좌 데이비드 뷰캐넌5선발 우 제롬 윌리엄스마무리 우 조너선 파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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