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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운동이 종북 혐의에서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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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통일 운동이 종북 혐의에서 벗어나려면

[민교협의 정치시평] 민족주의 좌파 운동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얼마 전 한 정당이 강제로 해산당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많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한 방문기를 쓴 한 재미교포는 종북주의자가 되어 추방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그 당 소속 의원이었던 이석기는 내란 음모 무죄, 내란 선동 유죄라는 해괴한 논리 하 9년형을 선고받았다. 통합진보당 사건으로 절정에 다다랐던 '종북론', 그리고 이에 입각한 광적인 반동적 매카시즘은 노년층뿐 아니라 중장년층, 그리고 청년층에게도 깊게 스며들어 일베(일간베스트)와 같은 온라인에서 뿐 아니라, 이제는 세월호 유가족 조롱 폭식, 서북청년단 재건, 차별금지법 제정 무산, 그리고 북 콘서트 장에서의 사제 폭탄 투척에 이르는 일련의 실제 공간에서의 물리적 행동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남북의 체제 차이를 넘어 민족을 우선하고 미국 등 외세에 반대하고 통일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그러한 의식 하에 사회 변혁 운동을 하려는 집단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공격은 쉽게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있다. 왜냐하면 진짜 친북적인 태도에서 기인했든 어쩔 수 없는 상대 인정이든, 분명 민족주의 좌파 혹은 NL론에 입각한 반미 혹은 통일 운동 진영 자체의 운동 방식이 대중에게 호소력은커녕 반감을 사 왔던 면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통일 그 자체에만 목적을 두는 현재의 운동은 다른 측면에서도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남한의 천민자본주의 체제를 뜯어 고쳐 바꾸지 않는 한,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거시경제적인 지표상에서 있을 수 있는 긍정적 변동과는 달리, 대다수 남북한 노동 대중의 실질적 삶은 나아지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장 경제에 익숙하지 못한 북한 주민의 상당수는 빈곤층이 되거나 저임금 노동자화 할 것이고, 작금의 한국 자본의 기업 문화가 유지된다면 기존의 사무직/생산직 차별, 정규/비정규 차별, 지독한 잔업 문화에 더해 북한 출신에 대한 차별과 같은 다층적 착취 구조는 더욱 고착화될 것이다. 지금도 이주 노동자들이 고된 노동과 차별에 고통 받고 있는 일정 규모 이하의 영세 사업장이나 영세 공장, 각종 자영업, 건설 현장 등에서 현재 이상의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남한의 건설족과 토건족, 투기꾼, 가진 자들, 지배자들, 그리고 각종 기득권 세력들은 북한의 구석구석까지도 개발과 시설 현대화, 경제의 자본주의화라는 명목 하 부동산 소유, 땅 투기 전쟁을 벌이며 추악한 남한의 소유 구조를 더욱 천박하게 전이시키려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 특유하게 구조화된 국가의 책임 회피적 고용 구조인 자영업 중심적 발전 계획은 사적 소유와 시장에 익숙하지 못한 상태로 자영업에 뛰어들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수많은 사기와 남한의 대 영세 자영업 착취 구조를 그대로 옮겨 놓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미 OECD 국가 내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는 비공식 경제는 한층 더 커져 범죄 구조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급증할 것이다. 게다가 여타의 체제 전환 국가들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기업들은 헐값으로 북한의 기업들을 사들이고, 북한 저임금 노동자들을 헐값으로 고용하여 노골적으로 착취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 무엇보다도 기업들에 의한 개발과 투자의 현장들에는 반드시 성매매 접대 유흥업소가 넘쳐 날 것이고, 시장 경제가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이 더욱 부족한 수많은 북한 여성들은 이들 업소로 끊임없이 흘러들어 갈 것이다. 미국과 미군이 만들어 놓은 엄청난 여성 모멸적, 민족 모멸적 구조와 그 장소들에서의 미군 남성들의 범죄 행위를 전혀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 이상으로 훨씬 절실한 것이 한국 남성들에 의한 어마어마한 여성 착취 구조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재앙을 막는 길은 언뜻 보기에 통일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남한에서의 이주 노동자, 여성 등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며, 복지 체제 확립을 위한 각종 투쟁(성접대비의 복지비 전환 투쟁, 토지 및 택지 국유화 투쟁, 부유세 신설 투쟁 등)이며, 무상 교육, 무상 의료를 위해 고소득층, 재벌들의 소득의 상당 부분을 복지로 강제하는 법의 제정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이 길이 통일 운동이 진정으로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책임지고 제시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천박한 기업이나 부동산 투기자들, 기득권 세력들, 가진 자들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네 노동 대중의 의식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이주 노동자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문제에 있어서 현재 한국 사회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그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우리는 뚜렷이 목도하고 있다. 중국 조선족 동포들은 아직 한국 노동 시장의 극소수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적개심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현재 대량 실업 상황이나 경제 대공황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같은 동포에게조차 적대적인 상황으로 보아 만일 북한 동포들이 대규모로 노동 시장에 유입될 경우 그 사태는 가히 공포 그 자체이다. 정말이지, 이제 통일 그 자체가 아니라 통일 이후의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현재 한국 자본주의의 천박성을 깨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목표라는 것을 인식할 때이다.
  
기존의 계급 차별뿐 아니라, 이제야 조금씩 문제 제기되고 있는 여성, 학벌, 학력, 지연, 나이, 직업, 장애 등등에 의거한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차별과 배제와 불평등 문제 해결도 후퇴될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 속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서구 사회의 오랜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인 타민족 혐오증까지 노골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경고는 일정 정도 타당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이 된다면, 기업과 국가에 의한 착취와 억압과 동시에 일반 노동 대중 내에서조차 갈등과 차별,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없는 사회 체제 실험은 소련에서나 북한에서나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시장의 폭력을 제어하고 통제하는 것은 우리의 임무이며 그것이야말로 특권적 기득권 세력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 이후 북녘 사회마저 시장 경제라는 이름하에 남한식 천민자본주의가 이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실현 불가능한 연방 코리아를 주장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북한 인민들의 저임금 노동자화, 도시 빈민화, 그리고 북한 여성의 성매매 여성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길은 현재로서는 단 한 가지다. 북구와 서구 복지 국가에서 실행하고 있으며, 일부 제도는 우리보다 못한 국가에서조차 실행하고 있는 사회민주주의적 변혁을 위해 싸워야 한다. 통일과 반미 투쟁의 열정을 주택, 토지의 공공성 확보, 교육, 의료의 무상 실시, 그리고 이를 위한 부유세 채택 및 공정 과세, 탈세 철저 징수 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싸우는 데로 전환해야 한다. 1년에도 수십 개의 점포가 생기고 사라지는 극도로 불안정한 자영업 종사자 비율을 유럽 수준으로 줄일 수 있도록 국가가 고소득층 증세를 강제해 전 세계적으로 최하 수준인 사회 서비스업 비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그리고 자영업 중 고소득 전문직 및 유흥업소의 대규모 탈세 처벌, 그리고 교회 등 종교 시설의 세제 혜택 철폐, 그리고 수 조 원에 달하는 기업의 성접대 비용의 복지비로의 전환, 150만 명의 여성을 옭아매고 있는 GDP 5%에 이르는 각종 성산업의 축소 등으로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는 어마어마한 비공식 경제를 줄여 재원을 크게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유흥업소 등지에 기생하며 노동 대중의 주변화를 야기하고, 용역 폭력의 온상이 되고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각종 폭력배와 룸펜들의 축소를 위한 싸움이야말로 북한 인민들을 현재의 야만적 남한 자본주의의 음지로 빠져들지 않게 할 진정한 '통일 운동'이다. 지금과 같은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유지된다면, 통일의 기쁨은 그 순간뿐일 것이다. 통일 운동이 종북이라는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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