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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 테러, 웃는 자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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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 테러, 웃는 자는 따로 있다

[주간 프레시안 뷰] 테러를 지렛대 삼아 힘을 배가하는 서구 극우 세력과 이슬람 강경 세력

1월 15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 70호에서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을 다루면서 이슬람 테러의 근본적 해법은 15년째 계속되고 있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전쟁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등 서유럽 정부들이 이 문제에 대해 근원적 성찰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 반대로 2001년 9.11테러에 대한 부시 정부의 대응을 따르고 있습니다. 테러 세력에 대한 무력 대응 및 자국민에 대한 감시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죠. 어떤 이의 표현에 따르면 서유럽은 이제 (백인과 소수파 무슬림계 간의) '저강도 내전'에 돌입했습니다. 부시가 일으킨 '테러와의 전쟁'에 서유럽 국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가세하는 모양새입니다.


당연히 중동 지역을 휩쓸었던 폭력과 갈등과 증오는 세계 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지난 17일 프랑스의 과거 식민지였던 니제르에서 <샤를리 에브도> 만평에 반대하는 시위가 기독교 교회에 대한 방화 등 폭동으로 번지며 10명이 사망했고, 파키스탄과 알제리 등 이슬람 국가에서도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프랑스 경찰은 추가 테러 가능성에 대비한다며 30여 명의 테러 용의자를 체포하는 등 경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의 10대 젊은이가 이슬람국가(IS)에 참여한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일본인 2명은 IS의 인질로 붙잡혀 살해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슬람 테러의 불똥이 동아시아로도 번지고 있는 셈입니다.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이제 우리도 이슬람 테러의 원인이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번 테러의 성격에 관해서는 다음 글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표현의 자유'에도 제약과 한계는 있다

김재명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프레시안> 1월 15일 자 글에서 "이슬람교의 기준으로는 무함마드의 얼굴을 예수의 얼굴처럼 함부로 형상화한다는 것은 신성모독"이라며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 풍자 만평은 모든 무슬림에 대한 무분별한 도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포르투갈의 한 대학 교수의 다음과 같은 지적도 주목할 만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귀중한 것은 맞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정직하게 실상을 말한다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의 압도적 다수는, 힘센 자들이 자신의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소수 세력에게 부과한 것들이다. 프랑스에서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을 금지한 것, <샤를리 에브도>의 한 만평 작가가 반유대적 만평을 그렸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것들이 그 사례다. (…) 한편, 남미에서는 주류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극소수 과두 지배 세력이 절대적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진보적 정부의 긍정적 성과는 깡그리 무시한 채 정부 비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 프랑스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스테판 샤르보니에 편집장의 생전 모습. ⓒAP=연합뉴스

이번 테러는 프랑스 자신이 만들어낸 것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다는 유럽 정부의 태도에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평등과 우애의 가치는 왜 제쳐 놓느냐는 것이죠. 프랑스 내 이슬람 테러 증가의 원인은 평등과 우애에 바탕을 둔 사회적 보호 장치가 제거되면서 무슬림계 국민의 빈곤과 절망이 증가한 것 때문인데 이 부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하긴 부시 대통령도 미국이 중동 지역에 대해 저지른 폭력은 애써 무시한 채 이슬람 극단 세력이 미국인의 자유를 공격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와 한 인터뷰를 통해 테러를 저지른 무슬림 형제가 "프랑스에서 나고 프랑스의 교육 제도에서 성장한 '순수 프랑스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범죄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문명 충돌이 아니라 "프랑스에 내재하고 있는 계급 갈등을 통해 배양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이번 사건이 "무신경하고 오만한 서구의 급진적 자유주의와 제3세계의 충돌"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수백 년간 자행된 비(非)서방에 대한 서방의 국가 테러와 착취를 통해 자유와 번영을 누려온 서구인들이 자신들의 역사적 범죄에 대해서는 일말의 반성도 없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두 가지 해명되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왜 <샤를리 에브도>가 테러의 대상이 되었는지', 다른 하나는 '이번 사건으로 누가 이득을 보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택광 교수는 "정작 테러를 가할 생각이었다면, 평소에 악의적으로 이슬람 혐오증을 드러냈던 (극우 정당) 국민전선 사무실이나 극우 언론을 공격할 일이지, 왜 존재감도 미미했던 철 지난 좌파 잡지에 총격을 가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 두 의문은 서로 연관돼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슬람 테러는 중동의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과 서방의 보수 반동 세력에 이득을 줍니다. 9.11테러 이후 부시가 벌인 테러와의 전쟁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슬람 극단 세력을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테러 사건 직후인 지난 11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반이슬람 기치를 내건 프랑스의 국민전선과 네덜란드의 자유당, 오스트리아의 자유당이 1위를 기록하는 등 이미 극우 정당의 약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류 언론인 <로이터통신>마저 '샤를리 에브도의 영향 : 과거 파시즘의 망령이 유럽 민족주의를 홀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낼 정도입니다.

극단 이슬람 세력과 서구 강경 세력의 충돌 속에 이 두 세력은 세를 키워가지만, 서구와 이슬람의 대다수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서유럽마저 테러와의 전쟁에 뛰어들면서 극단 세력의 득세 속에 대다수 민중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이와 관련, 미국 시러큐스대학 호레이스 캠벨 교수의 분석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지난 2011년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주도로 수행된 리비아 지도자 가다피의 제거 과정 및 그 결과를 분석한 <NATO와 리비아에서 대파국(Global NATO And The Catastrophic Failure in Lybia)>(NYU Press 펴냄)의 저자로, 이번 사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파국에 직면한 프랑스 자본주의를 구출하기 위한 일종의 음모로 보고 있습니다. 즉 유럽은 금융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자 등 서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긴축 정책에 따른 대중의 분노를 외국인 혐오로 돌리려는 술책이라는 겁니다. 미국은 달러를 무한정 찍어내는 이른바 '양적 완화'를 통해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반면, 유럽은 유로를 무한정 발행할 수 없습니다. 단일 통화인 유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유로 가입국의 재정 적자는 GDP의 3퍼센트(%)를 넘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유럽연합(EU)의 가혹한 긴축 정책으로 그리스와 스페인의 실업률은 25%를 넘어섰습니다. 위기 이전보다 자살률이 2배 이상 증가한 그리스의 경우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긴축 정책을 거부하는 좌파 정당 시리자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도 학생과 젊은 세대들이 주축이 된 포데모스가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실수로 도산 위기에 처한 은행들을 구출하기 위해 대다수 민중의 생명과 안전을 희생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집권에 성공해 긴축 정책을 거부할 경우, 나아가 프랑스 노동자들도 긴축 반대에 동참한다면 일부 금융 기관은 도산하고 유로화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자본가들에게는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은 시나리오입니다.

그런데 이런 시나리오에서 가장 취약한 나라가 바로 프랑스입니다. 프랑스 은행들이 2008년 유럽 금융 위기에 따른 불량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캠벨 교수에 따르면 크레딧 아그리콜, BNP파리바스, 소시에떼 제네럴 등 프랑스의 3대 은행이 그리스에서 받아내야 할 부채 액수만 자그마치 930억 달러(2011년 6월 현재)입니다. 지난 2011년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은 이들 부채의 상환 기간을 3년 연장했습니다. 2014년 말로 그 시한은 지났고, 이제 부채 상환이냐 디폴트냐 또는 탕감이냐를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스보다 정도는 덜할지 몰라도 프랑스 노동자와 서민들도 이 같은 금융 위기와 긴축 정책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런 시점에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반사이익을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이 고스란히 누리고 있습니다. 국민전선은 이미 지난해 5월 치러진 EU 선거에서 25%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현 집권당인 사회당은 14%로 3위에 머물렀습니다. 여기에 이번 테러로 프랑스 내에 반이슬람 정서가 확산되면서 국민전선의 인기는 한층 치솟고 있습니다. 프랑스 언론들은 오는 2017년 5월에 치러질 프랑스 대선에서 국민전선 당수인 마린 르펜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유대, 반이슬람을 표방하는 국민전선은 1930년대의 파시스트와 별 차이가 없는 극우 정당입니다. 1968년의 학생 혁명에 공포를 느낀 정보장교 출신 장 마리 르펜(현 당수의 아버지)에 의해 1972년 창당됐습니다. 그는 1954년 베트남군에게 굴욕적 패배를 당한 디엔비엔푸 전투, 1956년 수에즈 침공(이 둘 모두 프랑스 제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죠)에 참여했던 극우 인물입니다. 1960년대 초 알제리 독립 전쟁 당시에는 드골 정부의 독립 허용 방침을 뒤집기 위해 병원이나 학교 등 민간 시설에 대한 무차별 포격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포격이 알제리 독립 세력의 소행인 것으로 꾸며 알제리 독립을 저지하려 했던 것이죠. 장 마리는 바로 그 비밀 작전에 참여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도 "2차 대전 역사의 사소한 일부분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캠벨 교수 등이 주목하는 것은 1960년대 알제리에서 장 마리 르펜의 행적입니다. 이번 <샤를리 에브도> 테러도 알제리에서와 같은 위장 작전(false flag)이 아닌가 하는 의심입니다. 프랑스 극우 세력의 자작극, 또는 정보 기관의 묵인 아래 벌어진 작전이 아닌가 하는 의심입니다. 실제로 2차 대전 이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서유럽 나토 동맹국의 정보 기관들은 소련의 침투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좌파 세력의 소행인 것처럼 보이는 테러 사태(글라디오 작전: Operation Gladio)를 연출한 바 있습니다. 1969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일어난 피아자 폰타나 폭발 사건(85명 사망), 볼로냐 철도 폭파 사건(16명 사망)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 사건들은 후에 이탈리아 정보 기관 산하의 비밀 조직이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에서는 카스트로 제거 명분을 쌓기 위해 쿠바인에 의한 미국 내 테러를 조작하려 했던(Operation Northwood) 적도 있습니다.

이번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테러 주범인 쿠아시 형제에 대해 수년간 계속됐던 경찰의 감시가 사건 몇 개월 전 아무런 이유 없이 해제됐습니다. 미국의 9.11테러 당시에도 범인 2명에 대한 FBI의 감시가 CIA의 방해로 좌절된 바 있습니다. 범인이 자신의 신분증을 승용차에 남겨놓아 금세 신분이 노출되게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간부가 테러 발생(7일) 직후, 사건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던 도중 한밤중(8일 새벽 1시)에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는 점입니다. 헬릭 프레도라는 이름의 이 경찰 간부는 쿠아시 형제가 고등학교에 다녔던 리모지 지역의 경찰서 부서장으로, 사건 직후 테러 피해자 가족들과 한 인터뷰 결과를 전달 받아 이를 보고서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습니다. 작성 중이었다는 보고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캠벨 교수는 이 경찰 간부가 프랑스 정보 기관과 테러범의 관계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정보 기관은 테러 세력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첩자를 침투시키거나 테러 세력을 정보원으로 활용하는 등 외부에서는 파악하기 힘든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 기관과 테러 세력 간의 은밀한 협력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의혹들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테러로 이슬람 강경 세력과 서구의 극우 세력이 힘을 얻게 됐고 이에 따라 지구촌의 폭력과 갈등과 증오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이하 '뷰)가 새 단장을 합니다.

'뷰'는 그동안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과 프레시앙(유료 회원)에게 우선 제공됐으나, 오는 2월 5일부터는 모든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관점이 있는 칼럼'으로 전환합니다.

분야별 필진은 '정치'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경제' 정태인 칼폴라니 연구소 창립 준비위원(前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 박인규 프레시안 발행인(프레시안 협동조합 이사장), '생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세월호'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교수입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2월 5일부터 바뀌는 '뷰', 많이 기대해 주세요. ('주간 프레시안 뷰' 페이지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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