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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동영 신당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정치는 실천이다

'국민신당 준비 세력'은 경제민주화와 민생 개선을 위한 야권의 공동사업에 대한 구상과 계획을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행동에 바로 돌입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와야 합니다. 사람들을 찾고 모아야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들을 찾고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 말한 바와 같이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습니다. 눈물을 닦아주는 그 자체를 새로운 정당 조직의 건설 과정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새로운 정당 조직 건설의 이유를 찾고, 남의 노선을 비판하고 자신의 노선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우선할 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민신당 준비를 주도하는 분들의 활동 방식이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입니다. 1월 8일 자 <주간 프레시안 뷰>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명사들의 성명발표와 토론회와 인터뷰 등과 같은 활동은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모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뭇사람들의 생각을 모아내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단계에 놓여 있는 수준이라면, 존재를 그렇게 '서둘러' 드러낼 일이 아니었습니다. 핵심 의제를 정해 행동을 개시하면서 존재를 드러내야 했습니다. 작금의 국민의 삶이 단지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말에 관심과 기대를 보내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말만으로는 믿음을 얻어낼 수 있는 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인 정동영 전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재야와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신당에 합류한다고 선언한 뒤 굳은 표정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보육문제와 서민증세 논란 등 현안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는 실제 눈물을 닦아주는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준비 모임을 준비하는 중'이라 지금은 어렵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만두는 게 나을 것입니다. 준비든 주비든 뭐든 간에 정당 운운한 이상, 바로 정치세력으로 인식됩니다. 이를 몰랐다면 정당 운운할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았다면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표방한 것과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혹평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의도가 아닌 결과로 평가받으며, 홀로 하는 것이 아닌 상대가 있는 실천입니다. 결과로 의도마저 평가받는 실천이며, 상대를 이겨야만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실천이라는 것입니다.
'국민신당 준비 세력'은 4월 재보선에도 나서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존립근거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고, 시작하자마자 주저앉게 될 것입니다. '준비 상태를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피해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존재를 드러냈고 정치를 하겠다고 한 이상, 효용성을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지지층으로 들어올 유권자층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다려줘야 할 진짜 새로운 세력이 아니니, 더욱 그러합니다.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을 비롯해, 정당 정치판에서 십수 년 잔뼈가 굳은 이들이 가세해 있을 터이니,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세력이라 간주하고 기다려줄 리 없다는 것입니다.

작금의 정치가 '경제민주화'와 '민생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국 정치에서 보수도 문제고, 진보도 문제라는 것은 세상사람 모두가 압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희망이 없다 생각하는 이들 역시 부지기수입니다. 새로운 대안정치 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래서 준비모임을 준비 중인데도 새정치민주연합(21.1%)을 바짝 쫓는 18.7퍼센트(%)의 지지가 나왔던 것입니다(여론조사기관 '휴먼리서치' 2014년 12월 30~31일 조사 결과). 하지만 여론조사기관인 '모노리서치'의 1월 14~15일 결과를 보면, 절반 가까운 49.6%가 '정치권에 별다른 영향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32.8%는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적어도 82.4%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13.6%가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을 뿐입니다. 대선 후보를 지낸 정동영 전 의원이 탈당을 해 가세를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안 된다'는 등 남들 다 아는 것을 새삼스레 들고 나와 목소리만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이들도 아닌데, 새로움을 자기 이름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보냐 아니냐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 아닌데, 진보임을 강조하는데 주력하며, 대중적이지 않은데 대중정당을 하겠다니 그런 것입니다.

정동영 전 의원은 1월 20일 여의도에서 몇몇 기자들과 만나 '새정치민주연합으로는 안 된다'며, '그들을 중도라는 이름으로 기회주의 노선을 추종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진보와 보수로 한국 정치를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뭐?'입니다. '동일노동-동일임금 문제와 비정규직 노조의 조직률 올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공감하는 바입니다.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또 '그래서 뭐'입니다. <프레시안> 1월 21일 자 기사에 따르면, 정동영 전 의원은 그나마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을 닫지 않고 있는 이유로 거론한 을지로위원회 활동을 두고 단지 20%만 열심히 한다는 '20:80의 법칙'을 거론했습니다. 스스로 이미 '법칙'이라 했으니 어디든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기존의 진보정당에서도 이미 그러했습니다. 민주노동당에 있었던 노선 갈등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문제는 그 20%를 어찌 '주류'로 만들 것인가 입니다. 그 답을 대선 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전 의원 정도라면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탈당의 의미를, 그리고 새로운 정당 생성의 의미를 만들어낼 수가 있습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정동영 신당'이 아니라, '정동영 참여 신당'이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는 있겠습니다. 자신의 노선을 주류화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기왕 탈당까지 했다면 '정동영 노선'의 철학과 비전과 정책을 밝혀야 합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이라는 문제를 넘어서서, (필자의 관점을 예로 들어 말하자면) "민주주의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숙고와 결정을 위한 지식과 정보의 습득이 필요하고, 따라서 시간이라는 재화의 배분이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이 이를 막고 있다. 심지어 노동시간에 기대어 임금을 결정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같은 노동을 해도 같은 임금을 받지 못한다. 자본-노동의 모순을 노동-노동의 모순으로 가리며 부당이익을 편취(騙取, 속여 뺏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조리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과 임금이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 되고, 노동과 임금이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주권자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 된다"는 식의 자기 내러티브를 선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신이 직접 만난 보통사람들의 구체적 삶을 사례로 해서 말입니다. 또 여의도보다는 삶의 현장에서 '을'과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해주는 가운데, 그와 같은 담론을 제시해야 합니다. 민생투어나 민생탐방이 아닌, '민생해결단' 같은 활동단위를 만들어 움직이면서 말입니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같은 날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신당을 세간에서 정동영 신당이라 하는 것과 관련해, 정동영 전 의원은 'N분의 1'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신당 참여 및 지지 의사를 갖고 있으나, 정동영 전 의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이들을 고려한 발언입니다. 천정배 전 의원의 가세를 기대하는 것도 그런 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동영 신당' 이미지를 희석하는 효과가 있을 테니까요.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에 타격도 주는데다가 '좋은 정치인'들이 속속 가세하는 릴레이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김세균 교수를 비롯한 국민모임 인사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미 일각에서는 '정동영-천정배에 이어 신기남도 탈당하느냐?'라며, '제2의 열린우리당이 나오는 것이냐?'라는 물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열린우리당'만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계열'이 함께해 -오히려 주도해- '열린노동당'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말입니다(참고로 필자는 2000년대 초 그때가 오히려 '열린노동당'을 만들었어야 했던 때였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기성 유력 인사'인 탓에 그런 물음을 비켜갈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물음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껏 참여한 인사들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방식으로 대처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담대하게 "'정동영 신당', '천정배 신당'이 되면 좋겠다. '신기남'도 환영한다. 그들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 그들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특히 그들은 이제 '진보'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지 않은가. 나는 그들이 이제 진정한 호민관이 되리라고 믿는다"며 주가를 올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그들과 이런저런 핵심 의제와 정책들을 갖고 공동사업단을 범야 차원, 특히 진보정당들과 꾸려 민생 개선의 길에 나서고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굳이 토론회를 한다면, 그런 의제와 정책에 관련된 이들을 중심으로 쟁점을 만들어야 하고요.


그람시가 그랬던가요? '흉내를 내서는 적을 이길 수 없다'고. 특히 과거를 흉내 내서는 이길 수 없습니다. 반정부 지식인 운동 혹은 탈당과 창당이라는 야당의 역사 말입니다. 구체적 행동과 성과의 도출, 그것만이 국민신당 세력이 살 길입니다. 그리고 한국 정치를 살릴 길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이하 '뷰)가 새단장을 합니다.

'뷰'는 그동안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과 프레시앙(유료 회원)에게 우선 제공됐으나, 오는 2월 5일부터는 독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관점이 있는 칼럼'으로 전환합니다.

분야 별 필진은 '정치'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경제' 정태인 칼폴라니 연구소 창립 준비위원(前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 박인규 프레시안 발행인(프레시안 협동조합 이사장), '생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세월호'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교수입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2월 5일부터 바뀌는 '뷰', 많이 기대해 주세요. ('주간 프레시안 뷰' 페이지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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