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증거도 없이."
"소설 쓰는 게 대법이야. 뭘 어쨌다고 진짜. 억울해."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다. 피고인이 된 통합진보당 전 당원의 가족들이 주저앉았다. 흐느낌이 통곡으로 바뀌었고, 방청객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22일 오후 2시께 대법원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른바 'RO' 조직의 실체가 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내란 음모 혐의에서는 무죄이나,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서는 유죄라는 내용이었다. 이 전 의원은 원심대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 낭독이 끝나자, 이 전 의원은 방청석을 향해 "사법 정의는 죽었다"고 외쳤다. 울고 있는 피고인 가족들에게 그는 손을 흔들어 인사하다가 결의를 다지는 표시로 주먹을 쥐어 보이기도 했다. 법정을 나선 이 전 의원 등 7명을 교도관들이 호송차에 싣고 떠났다.
가족들은 고성을 지르며 통곡했다. 기자들이 울부짖는 가족들의 사진을 찍으려 하자 '기레기'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가족은 다른 방청객의 부축을 받고 겨우 걸음을 옮겼다.
이번 사건의 변호를 맡은 김칠준 공동변호인단 단장은 곧바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법치주의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쓰러졌고, 오늘 대법원은 사망 선고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김 단장은 "지난해 12월 헌재가 정당 해산 결정을 통해 법치주의를 멈췄을 때, 대법원이 심폐소생술을 해 쓰러진 민주주의를 살리리라고 기대했으나, 대법원이 존엄을 지켜 주리라는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고 말했다.
그는 "내란 선동죄는 악용 가능성이 있으며, 역사적으로 내란 선동죄를 휘두른 대통령은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 둘밖에 없다"며 "이번 판결은 이미 죽은 법이 산 사람을 가둔 격이며, 국민으로부터 말할 자유, 표현의 자유를 빼앗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3시께 진보연대와 통합진보당 전 당원 등 시민 200여 명은 대법원 맞은편 도로에서 '이석기 의원 석방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내란 음모가 무죄인데도 내란 선동죄를 적용하는 재판부의 법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칠준 단장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없는 사람들이 자기 삶을 바꾸기 위해 하는 모든 노력이 위축될 것"이라며 "사회를 개혁하려는 모든 시도에 진보와 종북 족쇄를 채우는 이 쓰나미 여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고인 가족들은 집회 현장에서 또 다시 오열했다. 한 가족은 사진을 찍는 기자들에게 쉰 목소리로 "찍으면 뭐 하냐고. 당신들도 무죄라는 걸 다 알지 않소? 목숨 걸고 바르게 쓰시려면 찍으세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미희,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참가자들은 '내란음모 무죄다, 구속자를 석방하라', '내란조작 정치보복, 박근혜 정권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초역 사거리 인근에서 이석기 전 의원의 중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종북 세력 척결, 중형으로 엄단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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