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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신의 한 수'를 둔다면…

[정욱식 칼럼] 북한의 핵실험 중지 선언을 촉구하며

"우리는 이 시각부터 핵실험 임시 중지를 선언한다. 이는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이해 대전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우리의 의지와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한 특단의 결단이다. 미국과 남조선이 이에 호응해 군사훈련 중단 등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을 희망하지만, 그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는 핵실험 임시 중단 약속을 지킬 것이다. 우리는 또한 양자 대화와 6자회담 등 어떤 형식의 대화에도 임할 준비가 되어 있고, 또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

북한이 하루빨리 이러한 입장을 발표하기를 간절히 희망하면서 써본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직까지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남한 정부의 혼란스러운 신호와 미국 정부의 더욱 강경해진 태도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북한이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조건에 집착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 지난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조선중앙TV=연합뉴스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

이러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핵실험 중지 선언은 북한이 천명한 '대전환'의 입구를 열 수 있는 획기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보는 이유를 서술하기에 앞서 북한이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추가적인 로켓 발사나 핵실험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분명해진 것이 있다면, 핵실험을 비롯한 북한의 강경책은 미국의 대북강경책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공고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북한이 과거 벼랑끝 전술을 통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낸 적이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게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북한 스스로 다짐한 '남북관계의 대전환'의 입구를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냉각기를 거쳐 관계 복원을 저울질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도 기약 없이 표류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공들이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북한이 간절히 원한다는 "경제발전에 필요한 평화적인 대외 환경"은 추가 핵실험과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핵실험 중지의 기대효과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는 핵실험 임시 중지와 같은 파격적인 발표가 필요하다. 우선 핵실험 중지 조치는 미국이 지금까지 제기해왔던 대화 재개의 가장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이다. 북한의 이러한 발표가 나오면, 미국 안팎에서 북미대화와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당연히 높아질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대화에 나설지는 미지수이지만, 그 가능성을 확실히 높일 수는 있다.

북한의 평화적이고도 선제적인 조치의 유용성은 북·미 관계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먼저 남북대화의 기대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주저하는 이유는 그 성과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대화가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 및 5.24조치 해제를 주저하고 있는 본질적인 이유는 북핵 문제에 있다. 대북 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 내 움직임도 부담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의 핵실험 중지 선언은 남북관계 정상화의 문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미 보수파 일각에서도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선조치는 이러한 목소리를 증폭시켜줄 것이다. 또한 한국 정부의 대미 발언권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

'나비 효과'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체제 등장 이후 북·중 관계가 악화된 결정적인 이유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있었다. 신체제 출범을 앞둔 중국으로서는 자신의 문 앞에서 북한이 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실험 중지 선언은 북중관계 복원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 중지 선언이 북러관계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도 자명하다.

이처럼 북한의 핵실험 중지 선언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북한의 현명하고도 과감한 결단을 촉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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