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지구 꼴찌를 차지했던 보스턴 레드삭스는 그다음 해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작년에는 다시 지구 꼴찌로 추락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성적에 관중 수도 요동을 쳤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우승을 한 시즌에 가장 많이 관중이 왔어야 하고, 지구 꼴찌로 추락한 짝수해엔 홈구장 펜웨이파크 관중이 줄어들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우승을 차지했든 2013년엔 꼴찌를 차지했든 전 시즌보다 관중이 덜 찾아왔고, 91패나 당한 지난 시즌에는 97승을 거두며 우승한 2013년보다 오히려 더 많은 관중이 펜웨이파크를 찾았다. 보스턴에 사는 사람 중 상당수가 응원팀이 지는 모습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마조히스트 성향이기 때문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이런 현상은 메이저리그의 티켓 판매 시스템이 원인이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이미 시즌 개막 이전에 상당량의 티켓을 미리 팔아 치운다. 직전 해의 성적이 좋을 경우, 팬들은 다음 시즌을 기대하면서 시즌티켓을 사는데 기꺼이 지갑을 연다. 반대로 직전 해의 성적이 나쁠 경우, 팬들은 다음 시즌의 시즌티켓을 사는데 주저한다. 시즌 티켓이 꼭 홈경기 81경기 전부를 사야 하는 것도 아니다. 팀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 경기, 연간 20경기 등등의 다양한 옵션으로 팬들을 경기장으로 유혹한다.
신축 구장이 지어진다거나, 대어급 선수를 여러 명 영입해 개막 전부터 팬들의 기대치가 올라간다면 직전 해의 성적 외의 요소가 영향을 끼치겠지만, 일반적인 경우 결국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팀의 성적이다. 여기에 암표 판매가 금지되어 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Stubhub과 같은 ‘개인 간 티켓 거래 사이트’에서 더 웃돈을 받고 티켓을 양도하는 것이 허용된다. 일단 시즌티켓을 구입해 티켓을 확보해두고 티켓 장사를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구단에서도 티켓 웃돈 거래를 딱히 막을 생각이 없고 오히려 은근히 장려하고 있다는 점. 그래야 더 많은 시즌티켓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티켓이 시즌티켓으로 팔리는 것은 아니기에 당연히 그 해의 성적도 관중 수에 영향을 미친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텍사스 레인저스는 지난해 예상에 크게 밑도는 성적을 내면서 관중수도 대폭 추락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티켓 가격을 조정하면서 성적과 관계 없이 티켓 판매량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꼭 올해 잘 나간다고, 올해 못 한다고 관중수도 거기에 따라 비례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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