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발생한 중국의 개혁조치들을 보면 과거보다도 뚜렷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1970년대 말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라고 불리던 덩샤오핑(鄧小平)이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이후 중국정부의 개혁은 항상 "돌다리도 두들겨 보며 건넌다"는 기조로 느슨하게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화의 부흥'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예열을 하더니 집권 2년차를 맞이해 "이제는 과감하게 제거할 것은 하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겠다"면서 본인이 직접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를 이끌고 경제, 정치, 사회, 당 건설, 기율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보다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중국의 개혁조치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보시라이(薄熙來)의 구속과 처벌로 시작된 부패 척결은 최고 권력 핵심으로 여겨지는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구성원이었던 저우융캉(周永康)에 까지 이르렀다. 여전히 이 '부패척결'은 칼날을 번쩍이며 호랑이와 파리들의 목을 조이고 있는 시진핑의 대표적인 채찍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시 주석은 연초부터 11월까지 700여 개에 이르는 중앙정부(국무원)의 행정심사항목을 간소화하거나 지방정부에 이전함으로써, 중앙정부의 권한의 분산을 통해 심사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패문제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정부 성격 자체를 시민에게 봉사하는 공공서비스형 정부로 변화시키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7월에는 전국적으로 모든 정부기관의 실국급 이하 부서에서의 관용차 운행을 중단시킴으로써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낭비행위를 근절하고, 동시에 이를 통해 매년 1500억 위안 이상의 경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어 8월에는 정부 예산의 수입과 지출에 대하여 민간사회의 감독을 받기로 결정하였는데, 이러한 조치들은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무원의 부패행위를 방지하는 발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중국 베이징대학의 법학원 교수 류젠원(刘剑文)은 이를 두고 그동안 중국의 정부는 관리‧감독의 주체로서 존재했는데, 이제는 관리‧감독을 받는 대상으로 변화하는 중요한 일보를 내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이 든 채찍은 관료들 개개인의 일탈행위를 엄단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문제의 타파'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고, 효율성 측면에서 전문가를 위시한 중국인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동시에 공무원들에게 '당근'도 함께 제시하면서 개혁을 이끌고 있다. 지난 해 12월 2일에는 현(縣)급 이하 지방공무원의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직무 범위 이외 부문으로 진급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결정했다. 또한 최근에는 공무원들의 월급 인상안도 내놓았다. 비록 공무원들의 부패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주요 지지기반이기도 한 이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저임금으로 인해 부패온상이 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월급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상이 정부 조직 또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당근이었다면, 2014년에는 민간사회를 대상으로 한 개혁에 있어서 과거와는 달리 훨씬 폭넓고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몇 가지 당근들이 연속으로 발표되었다.
2013년 연말에 발표된 '한 자녀 출산 정책'의 폐지는 13억을 훨씬 넘는 인구 대국 중국이 반 세기 동안 굳건하게 지켜왔던 국정 원칙이었지만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민간의 불만이 극심했던 정책이기도 했다. 부모 중 한 명이 독자일 경우 두 자녀 낳기를 허용하는 이른바 '단독 두 자녀'(單獨二孩子) 출산 허용 정책이 저장(浙江), 장시(江西), 안헤이, 텐진(天津), 베이징(北京), 광동(廣東), 네이멍구(內蒙古), 하이난(海南) 등 지방에서 정식으로 시행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100만 쌍 이상의 부부가 둘째 출산을 신청했다.
또한 7월에는 50년 이상 중국인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였던 도농(都農) 분리 호구(戶口)제도를 폐지하고 도농을 통합한 새로운 호구등기제도를 세우기로 하였다. 이를 통해 도농주민에 대한 평등한 관계가 형성되고, 도시로 이주하는 농민공 계층의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연말에는 보다 미래에 대한 파급력이 큰 당근을 내놓았는데, 농촌의 토지에 대한 권리를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즉 토지에 대한 "국가의 소유권, 농민의 임대권, 기업의 경영권"등 3권을 분리하려는 개혁이다. 이를 통해 토지에 대한 합리적인 이용, 적절한 규모경영을 추진하고, 새로운 농업경영의 주체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토지 3권 분리 제도는 농민들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장기간 생활하면서 경작포기 토지가 늘어나는데 따라, 토지개발의 병목현상을 해결하고 농민이 토지를 저당 또는 담보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농민들의 재산권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치이다.
작년 9월 4일에는 우리의 대학입시제도 해당되는 가오카오(高考)제도의 시험과목과 전형방식을 바꾸었다. 고등학교 과정을 문과와 이과로 구분하지 않고 통합하며, 어문, 수학, 외국어를 하나의 시험지로 통일적으로 치르겠다는 것이며, 동시에 다양한 통로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대학과 입시제도가 지역별로 주요 대학의 입학커트라인 차이가 비교적 크고, 교육환경의 격차에 따라 도·농 학생들의 진학기회가 불균등하며, 합격률의 배분지표도 다르다는 것이다. 즉 교육 불공정 문제와 제도의 문제점을 고치는 민간사회의 요구를 반영하였다.
8월에 열린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의 회의에서는 기존의 신문, 방송 등 전통 미디어와 신흥 미디어, 즉 인터넷 및 SNS의 융합발전에 관한 지도 의견을 통과시켰는데, 인터넷 환경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미디어의 융합발전을 위해서 플랫폼을 서로 연계하고, 사용자를 정돈하며, 정보 생산방식을 새로이 구성하는 방식을 제기하면서 미디어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인터넷 사교 웹사이트와 SNS에서는 '시다다(习大大) 현상', '펑마마(彭麻麻)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북방 방언으로 '다다'는 아빠를 의미하며, '마마'는 엄마를 의미한다. 즉 시진핑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을 의미하는 용어인데, 그만큼 두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과 언행에 대한 관심이 높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을 드러내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일반 네티즌이 만들었다는 <시다다는 펑마마를 사랑해>(习大大爱着彭麻麻)라는 노래까지 온라인 공간에서 유행되고 있다. 관영 언론인 <신화네트워크>는 이 노래가 신속하게 유행된 것은 노래 가사의 재미와 멜로디의 흥겨움과 인터넷의 편리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이 노래가 선전담당 관료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면서, 새로운 개인숭배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제기하였다.
만두 가게의 '시다다 세트' 메뉴 대박판매, "영도자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용어의 유행, "시 주석의 시간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시다다는 펑마마를 사랑해" 노래 유행 등은 모두 시진핑 국가주석의 개혁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결과로 비춰진다. 올 한해 중국은 어떻게 변화될 것이며, 시진핑은 또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지는 2015년 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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