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목재펄프를 발명해 종이 대량생산 시대를 연 나라. 21세기 유럽에서 가장 많은 종이를 생산하는 나라이자 가장 중요한 종이 수출국. 그러나 기후변화 위기 앞에서 독일은 버려진 종이를 되살린 재생종이를 '기후를 지키는 종이'로 새롭게 발견해가고 있다.
재생종이, 어디까지 써봤니?
종이 애호가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최근 1인당 종이 소비량은 243킬로그램(kg). 일찍이 인쇄출판문화가 발달해 인쇄, 출판, 사무용지 소비량이 절반을 차지한다. 포장용 종이가 40퍼센트(%)로 그 뒤를 따른다. 우편주문 카탈로그로 물건을 사는 통신판매가 널리 퍼진데다 인터넷 쇼핑이 더해진 탓이다. 독일인 1명이 날마다 쓰는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재 약 1.5kg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천연펄프 80%를 수입한다. 가까운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고, 러시아, 캐나다, 남미, 동남아시아가 뒤를 잇는다. 필요한 종이 가운데 절반 넘게 나라밖에서 들여온다. 천연섬유질 함량이 높은 스칸디나비아산(産) 신문용지, 인도네시아 천연펄프로 만든 값싼 중국산 복사지가 특히 많다. 반면에 부가가치가 높은 종이제품, 다양한 재생인쇄용지와 문구용지를 수출하고 있다.


버려지는 종이로 눈을 돌리면 폐지 수거율은 80%, 재활용률은 70%에 이른다. 세계 평균 56%보다 높고 실제 종이소비율 50%를 고지(古紙)가 감당할 정도로 종이재활용 분야가 활발하다. 고지 85%가 가정용 생활폐지 같은 하급과 중급고지로 만들어진다. 최상급고지인 백색고지로 백색 재생종이를 만드는데 양이 부족하면 수입한다. 고지 사용률을 보면, 신문용지는 거의 고지로 만들고, 잡지와 홍보물, 안내소책자 같은 인쇄용지 3분의 1, 프린트용지나 복사지 같은 사무용지는 13%에 불과하다. 지난 십 년 동안 수요가 50%나 늘어난 위생용지는 고지 사용률을 75%에서 50%로 줄어들었다. 독일은 현재 종이소비량을 1970년대 수준인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두었다. 이를 위해 종이순환에서 재활용기술 최대치인 80%까지 끌어올리는 데 연방정부, 지자체, 기업과 환경단체가 함께 힘을 쏟고 있다. 재활용되지 않는 고지의 잠재력에 독일사회가 관심을 기울이는 데는 재생종이로 바꾸기만 해도 종이소비량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진짜 똑똑한 일 처리, 숲을 살리는 일터

1990년대 독일 환경연구소는 '숲-나무-종이-폐지'에 이르는 전 과정 생태 평가를 진행해 재생종이가 환경과 건강에 천연펄프 종이보다 더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흔히 오해하는 과정인, 고지에서 잉크를 씻어내는 '탈묵 과정은 목재에서 천연섬유소를 추출하는 것보다 화학물질의 양과 종류가 적다' 것이다. 산림인증(FSC) 종이는 숲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기준일 뿐 천연펄프 종이가 가진 문제점인 많은 에너지와 물 소비, 탄소배출, 화학물질과 폐수오염을 일으킨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것, 또한 산림인증 종이 종류에서 '혼합 종이'가 대부분이고 재활용인증이 있다 해도 낮은 고지율, 높은 화학물질 함유량 탓에 엄격한 독일 환경마크 인증 조건에 못 미치고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온전히 숲을 지키는 것은 재생종이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2014년 2월 기준 독일 환경마크 '푸른천사' 인증 재생복사지는 65개 생산업체와 100여 종이 넘는다. '푸른천사' 인증 재생복사지는 모두 독립 검사연구소에서 검증된 제품들이다. 재생종이민관협의회 '프로리사이클링'의 하이케 피셔는 지금 재생종이는 높은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이라 강조한다.

2002년 '제록스'는 복사지 비교 실험에서 '푸른천사' 인증 재생복사지와 천연펄프복사지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앞서 가는 복사기 기업들은 자체 상표 재생복사지를 판매하고 수많은 대기업이 재생복사지를 선택하고 있다. 2013년 독일 환경연구소가 꼽은 친환경인쇄기 선정 조건에 '재생복사지 적합성'을 두고 있을 정도. 기계의 성능을 '재생복사지 탓'으로 돌리는 일은 그만 둘 때도 됐다.
녹색구매, 시작은 재생종이부터
지난해 2월 독일연방환경부는 '재생종이와 보존성은 상충되지 않는다'라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환경청은 이미 1970년대부터 기록물을 재생종이로 보관해 오고 있다. 2008년 '에너지와환경연구소'를 통해 연구한 결과도 같았다. '재생종이는 보존성이 떨어진다'라는 편견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데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실험결과 환경인증을 받은 모든 사무용지는 보존성 기준에 적합했다. 지속가능하며 자원을 절약하는 '녹색구매'에서 재생종이는 가장 첫 번째 생태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녹색 공공구매는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중요한 환경정책으로 강조되었다. 22년이 흐르며 지속가능소비와 통합제품정책(IPP) 도구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독일 공공조달 시장은 국내 총생산의 약 13%를 차지한다. 2013년 연방정부 공공구매 금액은 약 2억6000만 유로에 달했다. 연방환경부 녹색구매 담당자는 독일은 연필부터 공용버스,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강력한 녹색구매정책을 실행한다고 설명한다.
"지속가능한 공공조달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기여해요. 또한 혁신 친환경 제품에 영업 기회를 제공하죠. 결국 산업의 생태적인 현대화를 이끌어내고, 미래의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요."
이것은 재생종이에도 적용될 수 있다. 독일 공공기관의 종이 필요량은 약 8만 톤(2006년 기준)이었다. '친환경공공조달법'에 따라 연방 정부 부처와 관할 기관은 복사지, 봉투와 인쇄물의 재생종이 사용비율을 지켜야 한다. 종이는 언제나 독일환경마크 '푸른천사' 인증을 받은 100% 고지로 만든 재생종이 제품을 써야 한다. 재생복사지는 재정 절감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4 재생복사지 70그램(g), 80g은 천연펄프복사지에 비해 5~10% 값이 싸다. 65g 재생복사지는 값이 더 싸 무게가 가벼울수록 원료와 돈을 아끼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천연펄프가 일으키는 환경피해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재생복사지의 경제성과 환경성은 더욱 돋보인다. 독일은 현재 재생종이 사용비율 70%를 기술과 경제가 가능한 대로 차근차근 2015년까지 90% 올릴 계획이다. 연방 정부와 지자체들이 다양한 재생종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2010년 독일의 모든 분야에서 120개 기업 대상으로 '재생종이와 생태 지속성' 설문조사를 했다. '프로리싸이클링'이 컨설팅기업 '에이티커니'를 통해 진행한 결과, "미래에 모든 분야의 기업은 확실하게 더 많은 재생종이를 사용할 것이다. 지금까지 재생종이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도 재생종이를 사용할 준비가 됐다"라고 발표했다. 40% 기업이 복사지와 사무용지에서 80% 넘게 재생종이를 선택했고, 재생종이를 쓰지 않았던 사람 29%도 사무용지를 재생종이로 바꿀 것을 계획했다.
종이 90%가 너무나 짧은 삶을 산다. 산업용 목재의 절반이 종이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사람, 동물, 식물은 회복할 수 없는 '집'을 잃는다. 모든 동식물종 3분의 2가 살아가는 숲이라는 집. 그 가운데 20%의 원시 숲이 있다.
* 재생종이, 재생복사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작은것이 아름답다> 숲을 살리는 재생종이 운동 누리방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환경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생활문화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종이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 <작은것이 아름답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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