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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의 90분, 물 건너간 '국정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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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의 90분, 물 건너간 '국정쇄신'

문건 유출 파문에 격앙된 반응…집권 3년차 험로 예상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 정국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으로 주목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12일 신년 기자회견은 청와대의 '불통'만 재확인한 채 끝났다. 여야 모두 국정 쇄신의 선결 요건으로 꼽은 김기춘 비서실장 등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를 박 대통령이 전면 거부하며 '마이웨이' 국정 운영 방침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은 90분 간 진행됐다. 25분 간 미리 준비한 원고지 66장 분량의 국정운영 구상을 낭독하며 경제 살리기, 남북관계 등을 중심으로 집권 3년차 구상을 담담한 어조로 읽어내려 갔으나,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시간에는 정윤회 씨의 비선 개입 의혹 등의 문제에서 말을 더듬거나 다소 격앙된 듯 목소리 톤이 높아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날 기자회견은 비선개입 문건 유출과 검찰의 '가이드라인 맞춤형' 수사결과 발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성 사퇴 파문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청와대 쇄신 여부에 국민적인 이목이 쏠린 회견이었다. 새누리당도 박 대통령이 인사쇄신 등 국정 수습책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인적 쇄신 요구를 전면 거부함으로써 집권 3년차 국정운영에 험로를 예고했다.

특히 청와대 쇄신의 상징적인 조치로 손꼽히는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사심 없는 분"이라며 "당면 현안들을 먼저 수습하고 나서 결정할 문제"라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해서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친다면 누가 내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잘랐다.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해선 "자기의 개인적인 영리,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을 이간질시켜서 뭔가 어부지리를 노린 것에 말려든 게 아니냐. 그런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출된 문건은 허위이며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등이 개인적 입지 구축을 위해 작성한 허위 문건에 청와대가 속았다는 검찰 발표와 일치하는 발언이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국정 근처에 가까이 온 적 없다. 분명히 말하는데 실세는커녕 국정과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실세냐 아니냐고 답할 가치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문체부 직원에 대한 인사조처를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하며 "정말 우리사회가 이렇게 돼서는 안 된다. 아니라고 하면 사실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계속 논란을 하고 그럴 여유가 있는 나라인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서 경제 살리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으나,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한 입장과 청와대 개편 문제에서 여론과 동떨어진 태도를 보여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정국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청와대의 구상은 차질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문 말미에 "청와대도 새롭게 조직개편을 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드리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거듭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일문일답을 통해선 "청와대 특보단 구성"을 쇄신책으로 제시했으나 이조차 그 내용과 방향에 대한 설명을 미룬 채 "오늘 발표할 수는 없다"고 말해 급조된 대책이라는 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적 쇄신책을 거부하며 조직 개편을 대안으로 언급했으나 초유의 항명파동 등으로 비서진 통솔력에 큰 상처를 입은 김기춘 실장을 중심으로 한 개편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개헌 요구 역시 '경제살리기'를 이유로 거부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금은) 경제에 있어서 골든타임"이라며 "모든 역량을 거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는 보지 않아도 결과가 자명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야당은 물론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새누리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헌론을 둘러싸고 박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사이의 대립 전선이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념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의 정체성까지 무시하고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은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회견에 참석한 외신기자들은 신은미 씨에 대한 강제 출국 조치, 언론의 자유 위축 문제를 우려했으나 박 대통령은 "한국에는 한국의 사정이 있다"며 "남북이 대치한 특수한 사정"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억울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지난 2년 동안 민생 현장이나 정책현장을 직접 가서 터놓고 전부 이야기 듣고 의견도 듣고 내 생각도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과 내각과의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에도 "오히려 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그렇게 해왔다"거나 "(장관들과) 언제든지 만나서 얘기 듣고 그런다"고 소통에 문제 없다는 식의 언급을 했다.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이처럼 여론에 귀를 닫은 '나 홀로 국정운영' 방침만 확인하고 마무리됨에 따라 국정운영 정상화는 상당기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야당은 박 대통령이 거부한 청와대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한 특검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며 공세의 고삐를 죄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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