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3일 쌍용자동차 굴뚝 위에 오른 해고자 이창근 씨의 휴대폰엔 기자 연락처만 수백 개라고 합니다. 2009년 해고된 이후 6년째 노조의 '대변인' 일을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런 그가 동료 해고자인 김정욱 씨와 함께 70미터 높이 공장 안 굴뚝에 올랐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절절한 보도자료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밤새워 작성하던 그의 농성 시작 소식에 <프레시안>, <경향신문>, <한겨레>,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참세상>, <미디어스>, <레디앙>에서 일하는 전·현직 노동 전문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기로 했습니다. <굴뚝신문>이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 굴뚝신문 1호 전체 보기 )
많은 이들이 마음과 정성을 보태주었습니다. 백기완 선생과 김소연 시인이 글을 보내주셨고, 만화가와 사진작가들, 디자이너들도 재능 기부를 했습니다. 멀리 해외에서는 슬라보이 지제크 교수가 흔쾌이 인터뷰에 응해주셨고요, 한겨레신문 편집 기자들은 새벽까지 야근하며 신문 완성을 도왔습니다. 지금은 전국의 많은 이들이 '굴뚝 배달부'를 자청해 신문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노사 간 논의가 빨리 진척 돼 <굴뚝신문> 2호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여당, 말로는 비정규직 보호…속내는 정규직 해고 쉽게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시도 가 여야 모두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일반해고 절차 마련, 기간제 사용기한 연장, 파견 허용대상 확대 등 정부안 상당수는 관련 노동법 제·개정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 합의 시한인 3월을 전후로 여야 간 공방도 격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일본처럼 비정규직이 양산 돼선 안 된다"는 이완구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을 빌어, 새누리당에서도 정부 안에 대한 반발 여론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의 발언 전문을 꼼꼼히 보면 "노동시장 유연성은 당연한 것", "정규직 과보호 풀어야 한다", "정부 비정규직 정책 방향이 미봉책이란 것"이라는 언급도 있다.
종합해 보면,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외려 정부안이 정규직을 상대로 한 법상·제도상 보호 장치들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했다는 불만의 표현에 가깝다. "가처분 소득이 낮은 비정규직이 많아지면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으로 빠질 수 있다"는 발언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비정규직 보호는 '연막'일 뿐 속내는 '정규직 과보호 해체'에 있어 보인다.
정규직에 대한 '보호' 장치의 핵심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고용 안정'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연말 발표한 비정규직 대책에 '일반 해고'에 대한 절차를 마련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한 세부 로드맵과 방식은 밝히지 않았으나, 결국엔 '해고가 가능한 정규직'을 만드는 게 목표란 것만은 확인됐다.
반발이 거세겠지만, 정부와 여당은 공 세적인 '속도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만큼 가시적인 정책 성과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2015년은 4월 미니 재보선을 제외하면 큰 선거가 없는 흔치 않은 한 해다. 구조 ‘개혁’을 빙자한 '구조 조정'을 밀어붙일 호기 중 호기이며, 이는 새누리당에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뜻하고도 있다.
'노동법 개악' 원죄 새정치민주연합, 잘 싸울 수 있을까?
야당은 어떨까.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이번 대여 싸움이 기회도 위기도 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의 노동법 개악 원죄를 다소 씻어낼 수도 있고, 잘못하면 '또다시 노동자들을 버렸다'는 노동계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2월 8일로 예정된 당 대표 선거에 박지원 의원과 문재인 의원이 함께 출사표를 던졌다. 정리해고를 가능케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현 정부의 기간제 사용 연장 시도에 밑거름이 되고만 '비정규직 보호법'의 산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맞붙는 구도다.
<굴뚝신문>은 두 의원과 함께 또 다른 당 대표 후보이자 국회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에게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문 의원은 "정부 대책은 정규직 전환을 더 어렵게 하고 불법파견을 조장할 것이므로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며 당 대표가 되면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을 도입하고 불법적 비정규직 활용에 대한 기업 책임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시·지속적 일자리는 정규직 채용이 원칙이 되어야 하고 파견 근로는 매우 엄격한 조건에서 시행되어야 한다"며 "비정규직의 사용사유 제한을 도입하고 불법적인 비정규직 활용에 기업 책임을 보다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억울한 사연의 목소리가 되어주지 못하는 정치는 거짓 정치"라면서 "상시 업무와 안전 업무의 비정규직 사용금지, 순차별 해소, 고용승계 법제화를 비롯해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보호에 관한 의제는 우리 당을 넘어 전 사회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법의 정신을 회복하고 노동과 인권이 살아있는 정치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모두 아울러 연대하며 전 국민을 비정규직으로 몰아가는 나쁜 정책과는 단호하게 싸우겠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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