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가 밝았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새해 국정운영에 대한 비전을 밝히며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새로운 한 해의 정세를 전망하기에 바쁘다. 그렇다면 2015년은 한중관계에 있어 어떤 한 해가 될 것인가? 아니, 주동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2015년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 것인가?
중국은 18차 당대회의 전략방침과 3중전회의 중요 결정에 따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전면적이고 심도 있는 개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작년 4중전회의 의제였던 '의법치국'(依法治國)도 올해 중국의 국정운영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임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중국의 사회 곳곳에서 구조적인 개혁이 단행되고 부정부패에 대한 성역 없는 사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 두 개의 핵심축을 바탕으로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구체적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징진지(京津冀)일체화', '창장(長江) 경제벨트 활성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9일부터 11일까지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이 결정됐는데, 새해 경제정책의 방향을 조율하는 가장 권위 있는 회의에서 발표된 만큼 더더욱 의미가 크다.
그런데 우리는 이 중에서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것이 한중관계는 물론이고 동북아와 더 나아가서는 아시아의 미래를 결정할 2015년의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올해 일대일로 "중점 실시"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일대'(一帶)란 하나의 지대, 즉 '원 벨트'(one belt)를 뜻하는데 구체적으로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말한다. 한편 '일로'(一路)는 하나의 길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해상 협력을 기초로 동남아시아에서 출발하여 서남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말한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의 한 대학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강조하며 처음으로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2013년 10월 3일에는 인도네시아 국회에서 아세안 국가와의 해상 협력을 강조하며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언급했다. 이후, '일대일로'는 중국의 각종 중요 회의에서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으며, 작년에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본금 500억 달러 규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비롯해 400억 달러에 달하는 실크로드 기금, 50억 달러 규모의 해상 실크로드 은행 등 설립 방안이 줄줄이 발표됐다.
뿐만 아니라 작년 연말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이사회에 참석해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상하이협력기구를 연계시켜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창하여 공감대를 이끌어 냈고, 이어 태국으로 날아가서는 제5차 메콩강경제권(GMS·The Greater Mekong Subregion) 정상회의에 참석해 GMS와의 경제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실제로 리 총리는 보란 듯이 태국과 총 연장 800여㎞에 달하는 고속철 건설을 골자로 한 '중국-태국 철도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이에 따라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를 거쳐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고속철이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시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중국 국내에서는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를 연결하는 총연장 1776㎞의 고속철도 전 구간이 개통됐다. 또한, 구이저우(貴州)성 구이양(貴陽)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를 잇는 856㎞ 구간과 광시(廣西)자치구 난닝(南寧)과 광저우를 잇는 574㎞ 구간의 고속철도도 개통됐다. 그야말로 '일대일로'라는 양 날개를 움직이기 위한 동맥 연결이 속속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지역 불균형 발전을 해소하고, 도농격차를 줄이며, 이를 바탕으로 소수민족의 독립 움직임까지 약화시킬 수 있는 등 그야말로 중국으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국내에서 남아도는 잉여 생산력을 소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식민지 개척이나 전쟁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서도 이룰 수 있다는 '중국식 평화발전 모델'을 세계에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일대일로'는 중국에게 있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전략 사업인 것이다.
우리가 '일대일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대일로'가 중국에게만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이 만들고 있는 '일대일로'라는 시대적 흐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집권 3년 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에게 있어서도 정권의 사활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올해 핵심 국정 과제로서 "경제회복"과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상황에서 '일대일로'가 갖는 중요성은 더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두 가지 국정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키워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와 마찬가지로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타개하고자 하는 북한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남북 정권이 관계개선의 의지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소모적인 경쟁을 하고, 때로는 자존심 대결로까지 치달아 파국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씁쓸하게 지켜봐 왔다. 그렇기에 중국이 '일대일로'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특히 올해를 '중점 추진의 해'로 선포한 상황에서 여기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형태로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추진한다면 주도권 논쟁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이어진 철로가 실제로 '일대일로'의 동맥이 되어 남북과 중국은 물론, 일본, 러시아 등 수많은 국가들의 물류안보와 직결될 경우, 이는 곧 집단 물류안보의 차원으로 승격되어 어느 일방에 의한 돌발행동은 사실상 불가능 해 질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협력의 시대'가 열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핵 개발 문제로 소원해진 북·중 관계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호재가 될 수 있으며, 고대 실크로드의 혜택을 함께 누렸던 일본도 다시 한 번 한반도까지 이어진 '신 실크로드'를 통해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통령, 미국 설득에 나서야
올해는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이면서, 분단 70주년과 한일수교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역사'라는 블랙홀이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남북관계 개선이 중국 견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는 미국은 최근 대북제재 강화를 통해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도 그야말로 곳곳이 지뢰밭이다. 이럴 때일수록 희망을 만들어 낼 키워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2015년, '일대일로'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통해 한중관계의 공고화는 물론이고, 남북관계 개선과 아시아의 번영을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회복,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원한다면 올 한해 미국을 설득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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