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후보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 인사들로부터 가장 자주 되돌아온 대답이다. "생각해 보지 않았다", "문국현이 누구냐"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시장 당선부터 사실상 대선을 준비해 고지를 눈앞에 둔 듯 보이는 이명박 후보와, 이제 막 정치행보를 시작한 신생 후보를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쾌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정운찬-고건도 추풍낙엽인데 문국현이야…"
한나라당 경선 이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주목도는 다소 떨어졌다. 박근혜 전 대표 같은 적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후보가 주목하고 있는 변수는 바로 '상대방'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경선 과정을 밟으며 3명으로 압축되긴 했지만, 누가 최종 후보가 될지는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당의 후보는 11월 께 민주당 및 장외주자인 문국현 후보와 단일화 과정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장외에선 문 후보가 '이명박 대항마'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만은 사실이다. 문 후보가 이 후보와 같은 경제인 출신이라는 점, '성과'와 '실적' 중심의 '이명박식 경제'에 대당하는 '사람중심 진짜경제론'을 내세운 점이 이 후보를 상대로 무게감 있는 '구도'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부른 것.
그럼에도 이 후보 진영은 아직까지 문 후보에 대해 '무대응의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우리 동네 통·반장이나 시키면 딱 맞을 사람"이라고 불쾌해 했다. 그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질문에 답하는 일 자체가 기분 나쁜 일"이라고 답했다.
공성진 의원도 "아직 검증된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국회의원 감이나 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CEO, 국회의원, 서울시장 등 기업과 정치, 행정경험을 두루 갖춘 이 후보와 비교가 안 된다는 얘기다.
공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문국현을 띄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경제인으로서의 실적이라는 것도 국가발전을 위해 뭔가를 한 것이 아니고 주부들에게 잘 알려진 소비재 정도를 팔아 온 것일 뿐 아니냐"면서 "결국 '문국현 현상'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정운찬이나 고건처럼 일부 검증된 분들도 추풍낙엽인데 문국현이야…"라고도 했다.
문 후보가 공식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달 초 한나라당은 "문 전 사장은 엉터리 시골 약장사이자 포퓰리스트"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주목하고 있다"…"사실상 문국현뿐이지 않나"
하지만 전혀 다른 기류도 감지된다. 조심스럽게 문 후보가 '이명박 대항마'로 부각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분명히 있다.
서울시장 재직시절부터 이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정태근 전 서울시정무부지사는 "문국현 후보를 주목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전 부지사는 현재 이 후보의 대선준비팀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어차피 대선을 앞둔 국민들의 기대심리가 경제로 압축된 상황에서 정동영이든, 이해찬이든, 손학규든 '경제'를 두고 이명박 후보와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문 후보만이 '경제'를 둘러싼 구도형성이 가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물론 현재 인지도 면에서는 비교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향후 범여권이 후보단일화 과정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면 '문국현'이라는 캐릭터는 파괴력 있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의 한 인사는 "구도로 보나, 인물로 보나 사실상 기존 주자들은 이명박 후보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문국현 후보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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