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정윤회 문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박관천 경정이 박지만 EG 회장 측에 건넨 문건의 구체적 내용이 6일 흘러나왔다.
<연합뉴스>는 이날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을 출처로, 박 경정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박 회장에게 건넨 17건의 문건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 문건에는 모 관광업체 대표가 4명의 여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으며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과 동거하는 등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건에는 서울의 모 호텔 회장이 경리 담당 여직원과 불륜 관계에 있고 자신의 집무실에서 환각제를 복용한 채 성관계를 갖는 등 문란한 성생활을 즐긴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종 학력이 중학교 졸업으로 추정되는 모 주식회사의 실소유주가 특정 민간단체 회장 등 다수의 관계자들로부터 공천 알선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의 경우 대표가 부인 명의의 토지를 사들이는 과정과 비서 명의로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 등에서 불법 혐의가 포착돼 국세청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청와대 파견 경찰관들의 인사 정보를 기사로 다루는 언론사들의 동향에 관한 문건도 박 회장 측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박 회장에게 전달된 이 문건들은 모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륜 등 민간인의 내밀한 사생활과 민간 업체의 비리 동향 등은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 인사에 대한 감찰 및 동향 정보를 다루는 공직기강 비서관실의 업무 범위 밖이다. 사실이라면 민간인 사찰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 발표 하루 만에 본건과 큰 관련성이 없는 문건들의 세세한 내용들로 검찰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유명 연예인과 결부된 기업 대표의 성생활 등 지극히 자극적인 소재로 정윤회 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의 국정 개입 의혹에 쏠린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이다.
특히 정윤회 문건은 근거 없는 풍문에 불과하다는 전날 검찰 발표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등이 작성한 문건들이 속칭 '찌라시'에 나올 법한 조잡한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언론에 흘린 듯한 모양새다.
또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 조사에서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의 '윗선'은 이 같은 문건 작성을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상부의 지시나 허락 없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직무 범위를 벗어나는 일탈을 했다는 얘기다.
검찰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을 상대로 보강 수사를 벌여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 추가 기소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조 전 비서관 등에 대한 처벌을 목적으로 검찰이 여론전을 펴고 있다는 비판도 예상된다.
반면 조 전 비서관 등이 이 같은 정보들을 수집한 경위와 박지만 회장이 왜 이들을 통해 자신과 관련 없는 민간인들의 뒷얘기까지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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