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대병원 ooo 박사님 아시죠? 제가 그 분한테 수술을 받고, 지금까지 약을 처방받고 있거든요."
"oo 한의원에 다니며 한약을 먹고 있어요. 아시죠? 그 유명한 ooo 원장님."
상담을 하다보면 종종 본인이 다닌 병원의 의사 분을 아냐고 묻거나, 본인이 그 분야의 유명한 선생님한테 진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환자분들은 으레 저도 그 분들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하는 말이어서 "네~" 하고 대답은 하지만, 솔직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거나 제 관심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나 독창적인 연구를 한 경우라면 저작물을 통해 알게 되지만, 대형병원에 속해 있다거나 방송매체에 자주 나오다는 이유로 알려진 분들은 알 기회가 적기 때문이지요.
환자분들이 유명한 분들에게 치료 받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마도 정성껏 잘 살펴달라는 당부의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진료를 할 때나 주위 분들에게 살면서 가능하면 명의를 만나지 않고 살면 좋다고 말합니다. <명의>란 제목의 프로그램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느 시대고 명의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특정한 병 특히 중한 병을 잘 치료하는 의사를 말합니다. 보통의 의사들은 고치지 못하거나 어려워서 포기하는 질병을 치료해서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장면은 참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치료의 과정이나 일단 치료가 끝난 이후의 삶까지를 놓고 본다면 역시 명의를 만날 만한 중한 병에 걸리지 않고 사는 삶이 더 좋아 보입니다. 물론 불의의 사고나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은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에는 한의학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의인 편작의 일화가 나옵니다. 당시 못 고치는 병이 없다고 소문난 편작에게 위나라 왕이 묻습니다. "당신네 삼형제가 모두 의사라던데, 그중 누가 제일 뛰어납니까?" 편작이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으로 물은 것이지만 의외의 대답을 듣습니다.
우리가 난치병 혹은 불치병이라고 부르는 중한 질병들은 대부분 오래기간 축적된 결과로 나타납니다. 세상이 날 힘들게 하고 내가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서 어느날 병이란 이름을 달고 나와 나를 괴롭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지경까지 오지 않기 위해서는 크게는 사람들이 더 많이 웃고 스트레스 덜 받고, 많이 놀고 적게 일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편작의 큰 형이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 모두 의사인 셈이지요.
이와 함께 작게는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무시하지 말고 그에 맞게 건강을 다스리고 그것들이 의미하는 것을 잘 해석해서 삶의 방식을 조금씩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편작의 작은 형이 한 일인데, 저는 그런 의미에서 동네주치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제도로서의 주치의가 아니라 건강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언제든지 편하게 묻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실질적인 의미의 주치의인 것이지요. 자신이 사는 곳 가까이에 병뿐만 아니라 나란 사람과 나를 둘러싼 환경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주치의를 저마다 가질 수 있다면 중병을 예방하고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했는데도 건강이 중대한 위기를 맞는다면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세상의 소문난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겠지요. 하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명의에게 신세지지 않도록 조금 다르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특별한 것은 별 것 아닌 것에서 시작합니다. 병을 치료하고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상처 받고 지친 삶을 어루만지고 작은 신호들을 잘 살피는 것이 드러난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가끔 치료하고, 자주 도와주고, 언제나 위로한다"는 트뤼도(E.L.Trudeau)의 말이 절실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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