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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 '대통령 말씀' 따라 '찌라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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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 '대통령 말씀' 따라 '찌라시' 결론

정윤회-박지만 '몸통' 두고 '깃털'만 처벌

정윤회 씨와 이른바 청와대 '십상시'의 국정 농단 의혹을 일으킨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는 예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이 5일 발표한 중간수사 결과는 한마디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그의 지시를 받은 박관천 경정의 조작극으로 압축된다. 정 씨와 십상시의 회동설은 풍문을 짜깁기한 허구이며 정 씨의 박지만 EG회장 미행설도 사실 무근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8일 <세계일보>의 문건 보도로부터 시작돼 40여 일 간 정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초유의 비선 개입 의혹이 두 명의 청와대 직원이 꾸민 소설에 불과하다는 허무한 결론이다.

ⓒ프레시안(손문상)

이처럼 5주 간의 검찰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태 초반 '문건=찌라시'라고 규정한대로 결론났으나, 파장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검찰은 정 씨와 십상시 모임의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문건의 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해 후속 논란을 야기했다.

검찰은 문건에 언급된 김기춘 사퇴설에 대해서도 "십상시 모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확인되므로 이를 전제로 한 정윤회의 언동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모임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 씨 등의 국정 개입 의혹 전부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그러나 유출 문건 수사와 별개로 정 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 청와대 비서관들이 정부 인사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문건 유출에 한정한 검찰 수사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상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또한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이 같은 일을 꾸민 동기를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에 대한 관리를 담당한 이들이 청와대 공문서에 사실의 적시가 아닌 허위의 내용을 채우면서까지 정 씨와 일부 비서관들을 음해하려 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박관천 경정이 '정윤회 문건'을 포함한 다수의 문건을 지속적으로 박지만 EG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도 파악했다.

일각에선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을 등에 업고 정치권 진출을 노렸다는 얘기도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의 범행 동기에 대해 검찰은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추단된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목적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반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 씨와 '문고리 3인방'에 대한 견제가 필요했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어 범행 동기를 둘러싸고 향후에도 양측의 진실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 발표대로 조 전 비서관 등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이 같은 행동을 했건, 조 전 비서관 해명처럼 '충정'에 의한 것이건, 이 역시 박지만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권력 암투의 한 축이 작동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는 이들의 배후인 박 회장에 대해선 어떤 혐의도 입증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조 비서관이 사실상 박 회장의 '비선' 역할을 했다면, 박 회장의 국정 개입 역시 처벌에서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경정을 지난주 구속기소하고 조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박 회장은 문건 유출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그러나 정윤회 문건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할 수 없고, 그렇다고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회장을 건드리기 어려운 현실적 판단에 따라 검찰이 모든 혐의를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에게 짜 맞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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