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오너 일가 자매가 '유치원 어린이 수준 행태'로 국민적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경제부총리도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공감능력 상실'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최근 자신의 경제 정책을 비판해 화제가 된 대자보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경제정책에 대해서야 다 생각이 똑같을 수는 없다"면서 "아마 젊은이들이 취업이나 학자금이나 결혼 등에서 어려운 면이 있으니까 미래에 대한 불안을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대학생들의 비판을 미래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안감으로 일축하면서 자신의 경제 정책을 자화자찬했다. 최 부총리는 "올해 주택거래량이 100만 호를 넘었는데, 이는 부동산 투기붐이 일어난 2006년 이후 처음"이라면서 "실제 통계를 보면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4년 만에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을 넘은 것은 성과"라면서 "창업한 기업이 8만 개에 이르고 고용이 53만 명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려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것이지 비정규직 문제를 악화시키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빚져서 빚 갚기가 대책이냐"
하지만 화제가 된 대자보의 내용을 보면, 이른바 '초이노믹스(최경환의 경제정책)'가 부의 불평등과 빈부격차 심화, 가계부채 급증, 고용불안 등 국가경제의 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인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최 부총리는 동문서답을 한 것이다.
지난 16일부터 서울 경희대 중앙도서관과 노천 경기장 주변에는 붙어 있는 화제의 대자보는 '최경환 학생, 답안지 받아가세요'라는 제목으로 이 답안지 끝에는 'F'라는 학점이 매겨져 있다.
시험문제는 '오늘날 한국 경제위기의 해결 방법을 쓰시오'로,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은 '초이노믹스'를 4가지로 풀어쓴 것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규직 해고요건 간소화', '시간제 일자리 확대', '청년층 고민 해결 위한 대화와 소통' 등을 나열한 답변에는 항목마다 모두 마이너스 점수가 매겨졌다.
답안지 옆에는 왜 'F' 학점인지 설명하는 해설도 곁들여졌는데, 촌철살인의 비판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 대자보는 "이미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 빚을 내 집을 사라면서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대책은 빚져서 빚 갚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해고요건 간소화'와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더욱 걱정이 많이 된다"고 질타했다. 대자보는 "고용이 경직돼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면서 "제대로 된 안정적 일자리가 부족하고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생활임금도 보장받지 못해 우리는 쓸 돈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가계가 돈을 많이 써야지 내수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쓸 돈도, 쓸 만한 돈을 벌만한 일자리도 없는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먹고사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일자리에 투자가 가능하겠습니까?"라고 반박했다.
"얼마나 아프고 포기해야 한국 경제 살아난다는 거냐"
나아가 대자보는 "정규직 과보호가 심하다고요?"라고 반문했다. 대자보는 "이 논란이 있기 전에도 노동자는 언제든지 해고되고, 가난의 끝자락으로 떨어지기 쉬웠다"면서 "그리고 이제는 노동유연화라는 칼날로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 청년들과 여성 노동자들을 베어버리고 정규직마저도 베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대자보는 국내총생산(GDP) 같은 집단적인 지표로 경제성과를 얘기하는 경제기조의 모순에 대해 절망감을 토로했다.
"600만 명의 장그래가 칼날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서울 중심부의 한 전광판 위에는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 2명이 추위에 떨고, 쌍용자동차 노동자 2명은 70m 높이의 굴뚝 위로 올랐습니다. 얼마나 궁핍해지고, 얼마나 아프고, 포기해야만 한국 경제는 살아난단 말입니까? 진짜 살아나기는 하는 겁니까?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가족도, 좋은 집도 다 포기해가며 살아왔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스펙이란 스펙은 다 쌓고, 할 수 있는 언어란 언어는 다 배워보려 하지만 괜찮은 세상은 더 멀어지기만 합니다."
대자보를 쓴 이는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최휘엽(21)씨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내놓는 경제 활성화 대책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보다는 부실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생각에 대자보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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