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권 도전 선언…"2016년 총선 불출마"

"정치생명 걸겠다…실패하면 내 역할은 거기까지"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 의원은 29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이른바 '친노'의 좌장 격이며, 야권 내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 중 하나다. 문 의원은 "피하고 싶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했다. 당의 갈등과 분열도 걱정했다"면서도 "피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며 자신의 출마를 "시대적 소명"이라고 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라고도 했다.

문 의원은 "개인을 위해서는 계산하지 않겠다. 저의 정치적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겠다"면서 "당을 살리는 데 제 정치인생을 걸겠다. 당을 살려내는 데 끝내 실패한다면 '정치인 문재인'의 시대적 역할은 거기가 끝이라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저의 정치생명을 걸겠다"면서 "대표가 되면 저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개인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선당후사의 자세로 변화와 혁신에만 전념하고, 기필코 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 또는 계파의 공천은 결코 없다"며 "공천 제도를 선거 전에 미리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총선 공천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 "대표의 손에서 공천권을 내려놓고 '제도와 룰'이 공천하도록 만들겠다"는 것.

그는 "계파 논란을 완전히 없애겠다"며 "'친노'가 정치 계파로 존재한다면 해체할 사람은 저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친노-비노 논란을 끝낼 수 있는 사람도 저밖에 없다"며 "김대중 대통령, 김근태 의장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만 남기겠다"고 했다.

당·대권 분리론엔 "리더 역할 분리할 때 아냐"…참여정부 반성도

문 의원은 전날 출마를 선언한 박지원 의원(☞관련기사 : 박지원 출마 선언 "강한 야당 이끄는 통합 대표 되겠다") 등이 '당·대권 분리론'을 근거로 자신을 견제하는 데 대해 "지금은 극도의 비상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당의 변화를 위해 모든 힘을 모을 때다. 리더의 역할을 분리할 때도, 임기를 나눌 때도 아니다"라는 것.

그는 "지금은 대선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당 상황이 너무 참담하다. 대선은 다 접어놓고 당을 살리는 데 '올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당을 살려놓으면 그때 비로소 대선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저를 아끼는 분들은 '독배가 될 것이다', '상처밖에 안 된다'고 염려하고 만류들을 많이 하고, '당권은 그냥 당 내의 다른 분들에게 맡기고 정책에 집중해서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저는 지금 우리 당이 그렇게 안이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못하면 다음 총선이 어렵고, 그러면 대선도 누가 나선들 어렵다"는 것.

그는 자신과 박 의원, 정세균 의원 등에 대한 당 내의 불출마 요구에 대해서도 "서로를 지역으로 나누고 계파로 구분하면서 대립하고 다툴 때가 아니"라면서 "국민들이 차가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빅3 불출마를 촉구한) 30명 의원들의 서명 취지는 거명된 후보 개개인을 반대하는 뜻이 아니라, 3명의 대결구도로 압축되는 것이 분열하고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점을 염려한 것"이라며 "어제 박지원 의원이, 오늘 제가 출마선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두 사람 출마는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그러면 30명 의원들이 하셔야 할 노력은 앞으로 우리 전대가 변화·혁신·단결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모습으로 나갈수 있도록 노력하고 힘을 합쳐 주는 게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 △'지는 정당'에서 '이기는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겠다, △ '정치정당'을 명실상부한 '정책정당'으로 바꾸겠다, △지지기반 확장, 네트워크 정당으로 천만 당원 시대를 열겠다 등의 포부를 밝혔다.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와 반성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는 영광스러운 민주주의 시대도 열었다. 민주정부 10년"이라며 "경제와 민주주의가 함께 성장한 황금시대의 개막"이라고 자평했지만, "바로 그때부터 우리는 기득권에 안주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변화와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그는 "국민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자세를 낮추는 겸손이 부족했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려는 열정이 부족했다"며 "국민들은 우리에게 보낸 신뢰를 거두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멈칫했던 지난 7년 동안 민주주의는 크게 후퇴했고 인권과 자유가 크게 억압받고 있다"며 "민주주의 후퇴는 경제를 침체하게 만들었고 사회도 활력을 잃었다"고 했다.

달라진 문재인, 경쟁자들 거침없이 공격…"이제와 될일 아냐", "공약 비슷하지만 박근혜 실제로 어땠나"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문 의원은 그간의 신중한 태도와는 달리 거침없는 태도로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관련해서는 "헌재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당을 국민의 선거(라는) 심판에 맡기지 않고 국가권력이 직접 개입해 강제 해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김이수 재판관 견해에 100% 공감한다"고 했다.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통합진보당과 연대는 지금은 어렵다고 본다.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야권연대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오직 그 선거 시기에 국민이 그 연대를 지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새 진보정당 창당 및 정동영 상임고문의 탈당설과 관련해서는 "우리 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 때문에 나오는 얘기들이어서 저희들로서는 참으로 송구스럽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당을 다시 일으켜세우고 함께 힘을 모을 때"라며 "야당이 다시 나뉜다면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특히 그는 정 고문에 대해 "우리 당이 진보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하면서 '보다 진보적 정당이 필요하다'고 하시는데, 정 고문도 당 내에서 우리 당이 보다 진보적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게 바람직하다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당 대표 선거 경쟁자들에 대해 그는 "선거 때 내거는 공약은 엇비슷할지 모른다. 대선 때도 (문 후보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복지 공약이 서로 비슷하다고 평가를 받았는데 실제로 비슷하나? 말만 그런 것"이라고 공격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다 유능하고 좋은 분들이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우리 당을 변화시키지 못했지 않느냐. 이제 혁신을 말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그는 "박지원·이인영 의원과의 경쟁이 참 내키지 않는다. 특히 박 의원은 저에게는 아주 버거운 상대"라며 "이번 전당대회 룰이, 일반 국민들의 참여는 최소화되고 대의원·권리당원 중심으로 하는 경선이어서 저에게 불리하기도 하다"고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