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굴뚝 고공 농성이 10일째를 맞은 가운데, 식사 및 방한용품 지급 등 사측의 인도적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인권단체연석회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은 22일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남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혹한의 날씨에 하루 한 번 식사가 올라가고 최소한의 물만 전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공 농성자들에게 필요한 물품 지원은 타협의 대상이 아닌 최소한의 인권적 조치"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새벽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시작한 해고자 2명(이창근 노조 기획실장, 김정욱 사무국장)은 1인용 텐트와 비닐 등만 지닌 채 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영하 10도 안팎의 맹추위에 회사 측이 방한 용품 지급을 막으면서, 농성자들의 건강 상태도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쌍용차 사측은 해고자들이 방한용품 및 휴대전화 배터리 등의 전달을 요구하자 "농성이 길어질 수 있다", "호텔처럼 다 갖추려 하느냐"면서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 해고자 가족대책위원회 권지영 대표는 "이런 추위에 따뜻한 밥 한 끼 올려보내달라고 기자회견을 하는 것 자체가 정말 답답하고 절망적"이라며 "폭설과 비로 젖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바람에 흔들리는 굴뚝 위에서 버티고 있다. 공장 안 동료들만 믿고 죽을지도 모르는 길을 오른 해고자들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의료적인 조치도 시급한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대희 사무국장은 "어제 전화통화에서 농성자들은 동상과 심한 두통, 저체온증 초기 증세를 호소했다"면서 "수면 부족과 영하의 날씨, 소음 등에 노출돼 건강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의료적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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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사측은 완강한 입장이다. 지난 15일 "불법으로 회사 시설을 점유하고 있는 농성자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낸 뒤, 하루 한 번 식사와 물을 전달하는 것 외에는 일체의 물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루 한 끼 식사 제공으로 혹한의 날씨에 차갑게 언 식사를 해온 것도 건강 악화의 요인이다.
이에 쌍용차지부 및 인권단체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이날부터는 기업노조의 협조 아래 하루 두 끼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편 중국 방문 중 쌍용차 해고자들의 농성 소식을 듣고 방한한 지아니니 주지찌 윌(Jeanine Judite Will) 브라질노총(CUT) 국제연대위원회 연대사업국장이 이날 평택공장을 찾아 해고자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윌 국장은 농성자들과의 화상 통화에서 "브라질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노동자들에게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노동자들의 정부를 선출하기 위해 단결한 결과 룰라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면서 "그러니 늘 힘을 모아 단결하고,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특히 그는 "브라질노총 위원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국제노총과 한국의 민주노총이 공동으로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국제 노동자연대 대표단'을 구성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이 대표단이 내달 26일 인도를 방문해 (쌍용차 소유주인) 마힌드라그룹의 최고 책임자와 면담해 해고자들의 복직을 촉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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