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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2년, 시곗바늘이 1958년으로 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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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2년, 시곗바늘이 1958년으로 간 듯"

[현장] 촛불 든 이정희 "2년 전 정권교체 못해서…당적만으로 불이익"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이 난 19일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대 대선에서 선출된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시민들은 관권 개입 부정 선거 사건 등을 통해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박근혜 정권이 급기야 취임 2주년 만에 정당을 강제 해산시켰다며 규탄의 촛불을 높이 들었다.

이날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민중의 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진보단체들의 주최로 '박근혜 2년 못 살겠다! 다 모여라!' 집회가 열렸다. 헌재의 해산 판결 직후 열린 첫 대형집회다. 이 자리에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당원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19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2년 못 살겠다! 다 모여라!' 집회에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비롯한 통진당원들이 참석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집회 내내 맨 앞줄을 지키고 앉아 있던 이 전 대표는 2부 끄트머리에 무대 위로 등장했다. 그가 꺼낸 첫 마디는 "죄송합니다"였다. 그는 "2년 전, 우리 국민이 염원하던 정권교체를 만들어내지 못해 죄송하다. 저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진보 정치의 분열과 시련 속에서 아프고 힘든 노동자, 농민, 서민들에게 다시 희망을 드리는 데 진보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나 "이제 암흑의 시대로 들어섰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 보듯 뻔하다"라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이날 헌재 판결 직후 극우 단체가 통진당원을 상대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일을 예로 들며 "당적을 가졌단 이유만으로 당원들이 형사처벌과 각종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더 이상 한국 사회가 낡은 분단체제 때문에 독재로 회귀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며 "어떤 앙금도 남기지 말고 오직 더 외로운 사람들과 더 큰 절망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함께 손을 잡자"고 했다.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정당해산심판청구 소송에서 통진당 측 변론을 맡은 이재화 변호사도 변호인단을 대표해 무대 위로 올랐다. 그는 "1958년 평화통일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진보당 조봉암 당수가 사형판결을 받았다"며 "오늘 법정에서 판결문 설명을 들으면서 시곗바늘이 1950년대로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반세기가 지난 2011년 대법원은 조봉암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며 "역사는 오판을 다시 잡았다. 우리 역사가 오늘 오판도 바로 잡아줄 것을 믿는다"고 했다. 이어 "역사는 오늘 박근혜 정부의 공안몰이에 편승한 8명의 재판관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발언자들 대부분은 박근혜 정권 2년 실정을 규탄하면서도 이 전 대표를 포함한 통진당원들에게 격려의 인사를 건넸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분노하는 만큼 행동하고 분노하는 만큼 조직하자. 잠깐 꿈 꾼 듯 없어지는 권력과 민주주의가 아니라 이 땅 위에서 소외 받고 탄압 받는 민중의 권력을 위해 투쟁하겠다"며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통진당 당원 동지 여러분,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다.

김영호 전농 의장 역시 "박근혜 정권은 주권을 팔아먹은, 나라를 팔아먹은 정권"이라며 "오늘 헌법재판관 중 한 사람 빼놓고는 일제에 아부하고 독재에 아부했던 이들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에서 (해산 의견을 낸) 여덟 사람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통진당원이란 이유로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참가도 못 하나"

한편, 정당 해산 판결 직후 법무부와 검찰은 통진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는 모두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해 이날 촛불집회 내내 긴장감이 돌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5조 1항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으며, 2항은 이 같은 성격의 집회를 선전, 선동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법 조항에 의거해, 통진당 주최 집회가 아니라 할지라도 정당 해산 판결을 규탄하는 성격의 집회라면 불법집회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집회가 열린 서울 시청광장 인근에 병력을 배치했으나, 집회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충돌 상황은 없었다.

이날 집회는 무사히 마무리됐지만, 법무부 등이 정당 해산 규탄 집회에 대해 내놓은 '엄정 대응' 방침에 통진당원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당원 김미선(가명) 씨는 "집회라는 헌법이 보장한 행사에 참여하는데도 통진당 당원이란 이유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섬뜩하게 느껴진다"며 "인터뷰도 가명으로 해달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19일 촛불집회에 사용된 손피켓에는 '謹弔(근조) 민주주의'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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