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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초유의 결정…정당 강제해산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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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초유의 결정…정당 강제해산 현실로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재판관 9명 중 반대 의견 1명 뿐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정당이 강제해산 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도 전원 박탈됐다. 이로써 통합진보당은 창당 3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에서 재판관 8명의 인용 의견으로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재판관 9명 중 기각 의견은 김이수 재판관 1명뿐이었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재판 시작 후 30분에 걸쳐 정당해산심판 제도의 의의와 재판관들의 찬성 및 반대 의견 요지를 설명했다. 주문을 가장 마지막 부분에 배치한 것은 이례적으로, 박 소장은 재판 마지막에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고 낭독했다.

우선 헌재는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이러한 실질적인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는 정당 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봤다.

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여부에 대해선 "위헌정당의 해산을 명하는 비상 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며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심판의 핵심 쟁점은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이 정한 정당해산 사유인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헌재는 우선 "피청구인의 주도 세력은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해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며 "북한을 추종하고 있고 그들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는 조선노동당이 제시하는 정치 노선을 절대적인 선으로 받아들이고, 그 정당의 특정한 계급 노선과 결부된 인민민주주의 독재 방식과 수령론에 기초한 1인 독재를 통치의 본질로 추구하는 점에서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고 했다.

아울러 "피청구인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전민항쟁이나 저항권 등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모든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 결정을 기본원리로 하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했다.

재판관 9명 중 반대 의견 김이수 재판관 1명 뿐…"정당 해산, 공론의 장에 맡겨야"

총 9명의 헌재 재판관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기각 의견)을 낸 이는 야당 추천 몫의 재판관인 김이수 재판관 한 명 뿐이었다. 김 재판관은 반대 의견 요지서에서 통합진보당의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가 "광의의 사회주의 이념으로 평가될 수는 있으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피청구인은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의 수만 3만여 명에 이르는 정당인데, 구성원 중 극히 일부의 지향을 피청구인 전체의 정견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석기 의원의 'RO' 회합 등 통합진보당의 일부 구성원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나머지 구성원도 모두 그러할 것이라는 가정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것이다.

김 재판관은 특히 "해산 결정으로 인해 초래될 사회적 불이익은 민주 사회의 순기능에 장애를 줄 만큼 크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피청구인이 한국사회에 제시했던 여러 진보적 정책들이 우리 사회를 변화하게 만든 부분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고", 헌재의 해산 결정으로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이 된다면 "통합진보당을 반국가 단체로, 당원 전체를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 통합진보당을 지지한 국민을 반국가단체 지지자로 규정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김 재판관은 과거 독일의 공산당 해산 심판 당시 12만5000명에 이르는 공산당 관련자가 수사를 받고 이들 중 6000~7000여 명이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이 결정으로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일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했다.

김 재판관은 또 이석기 의원 등 내란 관련 사건 관련자들 중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이는 형법이나 국가보안법 등을 통한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 "정당해산제도는 비록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용도로 활용되어야 하므로,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선거)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재판관은 "이 사건의 심판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며 "이는 피청구인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11월5일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반한다며 정당활동금지 가처분과 함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법무부와 통진당은 지난달 25일까지 총 18차례의 공개 변론을 거치며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여왔다. 그동안 법무부는 2907건, 통진당은 908건의 서면 증거를 각각 제출했다. 이 사건의 각종 기록은 A4 용지로 17만5000여 쪽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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