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단독] 대한산업안전협회, 수상한 회장 선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단독] 대한산업안전협회, 수상한 회장 선거?

'박근혜 인맥' 김영기 LG 전 부사장 만장일치로 당선

산업 안전을 관리하는 민간 비영리단체인 '대한산업안전협회'의 신임 회장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재계 인맥'으로 꼽히는 김영기 LG그룹 전 부사장이 17일 선출됐다. 안전 관리 감시 대상인 기업의 임원 출신 인물이 산업 안전 문제를 점검하고 관리할 단체의 수장으로 뽑힌 것이다.

김영기 신임 회장은 LG에서 30여 년간 인사와 노무 관리 업무를 맡아온 '노사 관계 전문가'로, LG그룹 회장실 인사팀장, LG전자 HR부사장, LG그룹 CSR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재계 인맥'으로 꼽히기도 한다.
2431명 만장일치로 김영기 회장 당선

그런데 김 전 부사장이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배경이 석연치 않다.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회장직에 나가려던 다른 예비 후보가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압력으로 돌연 출마를 포기했다.

산업 안전 분야를 전공했다가 퇴직한 ㄱ 전 교수는 지난 10월 22일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 ㄴ 과장으로부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ㄱ 전 교수는 이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나 선거 이틀을 앞둔 지난 15일 저녁까지 아무 연락이 오지 않자, ㄱ 전 교수는 ㄴ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돌연 '출마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ㄱ 전 교수는 "ㄴ 과장이 (신임 회장으로) 김영기 LG 부사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김영기 부사장이 (회장직을) 잘 하실 것이라고 본다. 그러니 너무 염려 마시고, 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나를 좀 도와 달라'고 사정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회장 선거에서 김영기 전 부사장은 단독 출마해 대의원 2431명의 전원 찬성으로 회장직에 당선됐다. 선거 당시 현장에 온 대의원은 82명이었고, 위임장을 보낸 대의원까지 포함하면 2431명이다. 대의원들은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원인 기업 측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단독 출마와 만장일치 당선을 둘러싸고도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ㄱ 전 교수는 "고용노동부의 입김이 회장직 선출에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선거는 사실상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 LG그룹 부사장 시절인 2012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글로벌장애청소년 IT 챌린지에 참석해 축사하는 김영기 현 대한산업안전협회 신임 회장. ⓒ연합뉴스

기업 안전 관리 단체 수장에 최초 기업 출신 인사

김 전 부사장의 당선은 '규제 업무 기관'에 규제 대상인 기업인이 수장으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는 고용노동부가 해야 할 산업 안전 관리 업무를 주로 위탁 수행한다. 비영리 민간단체로서 산업 안전 진단, 기계·설비 등 안전 평가 및 인증, 기업 안전 관리자 교육 등 업무를 한다. 정부 사업을 위탁받은 만큼, 안전 규제와 관련한 관리 감독권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기업은 유해하거나 위험한 기계, 기구, 설비 등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산업안전협회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하기로 한 '안전 인증' 업무 사업 등을 고용노동부로부터 위탁받고, 전반적인 안전 평가나 관리 등을 한다.

게다가 기업 출신 인사가 산업안전협회 회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64년에 설립된 산업안전협회의 역대 회장직은 주로 고용노동부 출신 퇴직 관료가 차지했다. 이 때문에 '관피아'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되자 최근에는 한국노총 출신 인사가 회장직에 오른 바 있다.

회장을 선출할 권리가 감독 대상인 기업 측에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산업안전협회의 회원 가입 대상은 '50인 이상 사업장'이며, 현대자동차, LG전자, 삼성전자, GS칼텍스, 한국수자원공사 등 국내 대기업들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 단체 회장은 각 기업의 안전 관리 담당자로 구성된 대의원들(통상 참석 인원 300~500명)이 선출하게 돼 있다. 김 신임 회장이 만장일치로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고용노동부 "선거 개입 안 했다"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고용노동부 ㄴ 과장은 "저희(고용노동부) 쪽에서 찍어서 임명하는 체제는 아니고, 산업안전협회 쪽에서 '이 사람 어떠냐'고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오면 '(그 인물은) 추천해볼 만하다'(는 조언을 주는 정도)"라고 선거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김영기 신임 회장의 부적절 인사 논란에 대해서 그는 "예전에는 퇴직 (고용노동부) 관료들이 '내가 나가려고 하는데 밀어 달라'고 사전 작업을 했지만, 이 분(김 신임 회장) 같은 경우는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ㄴ 과장은 "산업안전협회 쪽에서 만약에 (신임 회장으로 누구를 뽑으면 좋은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온다면, '(김영기 LG 부사장이) 기업가 출신으로서 노사 관계 업무를 오래했으니 조직 관리 능력은 있지 않겠느냐'라고 답할 것 같다"며 "다만 (이기권) 장관께는 (이러한 내용을) 보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신임 회장이 '안전 분야 비전문가'라는 ㄱ 전 교수의 주장에 대해 그는 "전임 회장이 조직을 무리하게 운영했고, 협회 자체가 혁신해야 한다"며 "조직 관리 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조직 관리 측면에서는 교수 출신보다 기업인 출신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ㄴ 과장은 지난 10월 22일 ㄱ 전 교수에게 산업안전협회 회장 선거 출마를 권유한 것은 인정했지만, 지난 15일 전화통화로 출마를 말리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ㄱ 전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그렇게 (ㄱ 전 교수에게 출마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한 적은 없고, 교수님이 저한테 전화를 해서 제 의견을 드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백현 대한산업안전협회 경영지원본부장은 "김영기 신임 회장은 내가 LG산전(현 LS산전)에서 일했을 때 같이 근무하시던 분이라, 내가 추천했다"며 "(산업안전협회는)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정부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이 본부장은 '부당하게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했다'는 ㄱ 전 교수의 주장에 대해 "그분 자체가 (선거 당일 날) 출석하지 않았고 출마를 포기했기 때문에 시비 걸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리 대의원들이 (김영기 신임 회장이)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투표로 선출했기 때문에 (선출 과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