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이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 단독으로 통과됐다.
16일 열린 제 220회 인천시의회 제2차 정례회 6차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이 파행으로 통과되자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다수당의 횡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시의회, 여야 말싸움 끝에 새정연 의원들 퇴장…새누리당 단독 처리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간에 말싸움이 오가며 새정연 의원들이 집단 퇴장해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시와 시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과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파행은 의사 진행발언 도중 끼어든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새정치연합은 예결위에서 수정 가결한 내년도 시 예산안에서 인천유나이티드FC 지원비 13억원 삭감, 청라·영종도서관 개관 지원비 12억원을 삭감하고 이를 민생·복지예산과 생활체육 예산, 2015 세계 책의 수도 사업비 2억원 증액으로 반영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한구 새정연 원내대표는 수정안 찬반 토론에서 "상임위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던 예산들이 예결위에서 너무 많이 반영됐다"며 "민생예산 복원을 요구하는 민간 사회복지계를 생각해 달라"고 수정안 제출 이유를 설명했다.
이한구 의원의 발언 도중 박종우 의원이 일어나 "언제까지 할 거냐"면서 끼어들어 잠시 소란이 일었다.
반면 이영훈 새누리 의원은 "시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분야에서 414억원이 순수 증가했다"며 "도서관들을 깡통 도서관으로 만들 수 없고, 생활체육계는 너무 방만 경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종우 의원은 "시가 이처럼 어려운 것은 빚을 13조로 늘려놓은 송영길 전임 시정부와 6대 의회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것"이라며 "딴지 걸고 발목 잡는 이런 정치 행태는 3백만 인천시민이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새정연 소속 의원들이 격앙되기 시작했다.
차준택 의원이 "내년 본예산에 대한 수정안 찬반 토론에서 과거 시정부에 대한 빚 얘기가 나오는 것은 비생산적"이라며 "앞으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점잖게 타이르면서 분위기가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나 이어진 토론에서 이도형 의원이 박 의원을 향해 "정당한 의사진행 발언 도중에는 말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 그리고 의장은 이한구 의원에겐 '수고하셨다'라고만 하고, 이영훈 의원 말 뒤에는 '좋은 말씀'이라고 하는 건 편파적인 의사 진행 아니냐"고 지적하자 박종우 의원이 다시 끼어 들면서 여야 의원들 간의 고성으로 이어졌다.
이에 노경수 의장은 정회를 선포하고, 맏고참 격인 이용범 의원이 "새정연 의원들 다 나옵시다"라는 말과 함께 새정연 의원 12명 전원이 일제히 퇴장했다.
정회는 11시 50분부터 30분간 이어져 당초 35명 중 33명 출석에서 새누리당 의원 21명만 참여한 채 속개됐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정족수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어 이후 회의는 21명 재석에 21명 전원이 찬성하는 '만장일치' 표결이 일사천리로 이어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조계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년도 시 예산안 수정안을 부결시킨 데 이어 유정복 시장도 "예결위의 원안을 존중한다"며 수정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어 예결위 원안대로 시 내년도 예산안을 7조 7천645억원으로 통과시켰다.
시교육청 내년도 예산안도 올해 2차 추경예산과 함께 예결위 원안대로 2조 7천742억원과 2조9천418억원으로 가결됐다.
당초 교육청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10분간 정회를 요구했던 이청연 교육감은 정회 요청을 포기하고 예산안에 그대로 동의했다.
소란은 방청석에서도 일어났다.

시민단체 관계자들 중 4명은 방청석에서 회의 참관 도중 "인천시의원들 쪽지예산 삭감하라", "교육 혁신" 등의 문구가 쓰인 종이비행기를 본회의장으로 날리다 청원 경찰의 제지를 받고 곧이어 퇴장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들은 회의가 시작되기 전 회의장 입구에서 '쪽지예산 웬말이냐' 등의 문구가 쓰여진 피켓과 식판을 들고 회의장에 입장하는 의원들에게 예산을 부활시켜 달라는 의미로 '쪽지'를 건네기도 했다.

노경수 의장은 이와 관련 "일부 시민단체들이 시의 재정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퍼포먼스 하는 등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의회의 권한 침해하는 것이며 회의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의원들은 시민들의 선택으로 이 자리에 섰으며, 300만 시민 권익 신장과 양심에 따라 일하고 있다. 시민이 행복한 인천을 위해 우선순위에 따라 치우치지 않게 예산을 심의했으며 알뜰하게 편성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야당 및 시민단체 "다수당의 횡포" 일제히 반발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와 인천교육희망학부모회,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 미추홀학부모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2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관련 예산을 삭감한 시의회를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그동안 엄동설한에 침묵 농성과 100배 뜻 모음을 가졌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소신 있는 예산 심사'를 내세워 관련 예산 삭감에 앞장섰다"며 "교육위는 지역구 챙기기 추태를 보였고, 예결위는 쪽지 예산을 전액 삭감하지 않고 일부를 살려 구태 정치에 동조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예결위 심의 자리에서 일부 새누리 의원들이 '교육청이 시민단체를 앞세워 시의회를 압박한다'는 망언도 서슴치 않는 등 학부모와 시민의 정당한 의사 표현을 한낱 야합 수준으로 폄하했다"며 "정치 논리, 진영 논리만 앞세우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노 의장의 발언에 대해 "시민단체는 거버넌스의 파트너인데 이런 인식이 없다"며 "시를 함께 이끌어 나갈 시민과 시민단체를 폄하해 대표가 아님을 자청했다. 강력하게 항의 규탄하며 추후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연 의원들도 비난에 가세했다.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에 이어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새정연 의원들은 회의 일정으로 불참한 이강호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모여 박종우 의원과 노경수 의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새정연 의원들은 내년도 시 예산안과 시교육청 예산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박 의원은 오늘만 두 번이나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의장은 편파적인 발언에 수수방관으로 신성한 본회의장과 의회를 모독했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의원들은 노 의장의 독선적인 운영과 박 의원의 의사 진행 방해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며 이들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도형 새정연 대변인은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난다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인천시당도 이날 성명을 내고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다수 횡포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새누리당 시의원들은 설득, 협상, 타협 그 어느 것 하나 찾아볼 수 없고 다수의 횡포가 있을 뿐"이라며 "자신들이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인천시민들의 다수를 대변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빠져 나오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프레시안=인천뉴스 교류 기사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