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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닥터', 과연 근절할 수 있을까?

[안종주의 건강사회] 쇼닥터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신해철 사망 사건 계기로 '쇼닥터' 폐해 바로잡히나?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의협, 쇼닥터에 엄정한 기준 적용키로'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얼마 전 이 칼럼난을 통해 '마왕' 신해철의 죽음과 의료사고를 주제로 다루면서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검증되지 않은 건강 관련 지식이나 자신이 수입·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 등을 소개하는 의료인에 대해 일갈한 적이 있던 터라,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의협은 일부 의사들이 빈번하게 방송매체에 출연하여 근거 없는 치료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등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의협은 이들에게 '쇼닥터'란 이름을 붙이고,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쇼닥터'란 의사 신분으로 방송매체에 출연하여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뜻한다고 했다. 신해철 의료사고 논란이 많은 국민이 큰 관심을 보인 사회문제로까지 번졌고 이참에 '쇼닥터 대응 태스크포스팀'까지 구성하며 강력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의협은 먼저 의사들의 방송 출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이를 어기는 문제 의사들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며, 의협 회원의 경우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기는 했지만 다행이라고 여긴다. 어려운 말로 만시지탄이다. 하지만 시행과정에서 이런저런 잡음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쇼닥터냐, 아니냐를 칼로 무 자르듯이 그리 쉽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만약 A프로그램에 나온 의사가 한 발언이 문제가 돼 의협이 징계나 조치를 취하려 할 때, 그가 왜 B프로그램에 출연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발언을 한 다른 의사는 문제 삼지 않느냐고 항변한다면 곤란해질 수 있다.

▲ 채널A <돈월드> 36회 'TV 속 건강식품의 허와 실' 편. ⓒ채널A 화면 갈무리

쇼닥터-인정 못 받은 시술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추천하는 의사

의협은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쇼닥터'라고 했지만,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이란 말이 다소 애매모호하게 들린다. 다시 말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표현이다. 또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의사를 '쇼닥터'라고 한다면 아마 지금까지 공중파나 유선방송, 종편에 출연했던 거의 모든 의사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한다면 방송사 쪽에서도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말재주나 유머 등 요즘 방송 추세(트렌드)인 '펀펀함(fun)'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헬스테인먼트 또는 메디테인먼트를 포기하면 시청률이 낮아져 시청률이 곧 돈인 방송사는 이를 포기하려 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의협의 의욕적인 이번 대응이 성공을 거두려면 방송통신위원회와 언론, 그리고 여론의 뒷받침이 중요하다. 또 가이드라인을 철두철미하게 제정할 필요가 있으며, 가능한 한 실제 사례를 많이 담아 허용하는 것과 허용하지 않는 것을 의사들이 사전에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철저한 방송모니터링으로 이런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방송과 출연진에 대해서는 경고 또는 신속한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

기존 방영 건강프로그램 분석해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이를 위해서는 기존 건강 관련 방영프로그램을 정밀 연구·분석해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의사들이 건강기능식품 관련 사업 또는 프로그램에서 발언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사업 등을 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는지, 그가 직접 하지 않더라도 배우자나 가족, 친족이 그런 사업을 하는지 등도 꼼꼼하게 사전조사를 해야 한다.

한편 '쇼닥터' 문제로 인해 방송의 순기능, 다시 말해 대중에게 손쉽게 건강하고 알찬 건강의료정보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이 약화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좋은 건강의료 프로그램이나 여기에 출연하는 의사는 오히려 더욱 부추기고,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보건의료계 내에서도 존중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역할을 충실히 모범적으로 잘 해낸 의사에게는 의협 또는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국민소통상'(가칭)을 주는 등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방송은 헬스커뮤니케이션 또는 의료커뮤니케이션의 훌륭한 수단이다. 헬스커뮤니케이션, 즉 보건의사소통에서 다루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대중매체를 활용한 건강 메시지 전달이다. 다시 말해 신문과 방송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올바른 건강 관련 정보를 주고 이들의 태도와 행동을 바꿔 건강 증진에 힘쓰도록 하는 것이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역할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건강 메시지 전달에는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지금은 영상시대가 아닌가. 매스미디어는 건강 정보 전달과 관련해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방송을 통해 햄버거 등 정크푸드 광고에 익숙한 현대인, 특히 청소년들은 콜라와 햄버거 등을 즐겨 찾고 이런 식습관 행태가 비만을 비롯한 각종 대사증후군을 불러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병 주고 약 주는 매스미디어의 두 얼굴 성찰해야

▲ 2004년 미국에서 제작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사이즈 미>의 국내 상영 포스터.
하지만 이런 잘못된 행태를 바꾸는 건강 메시지 또는 위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 또한 매스미디어다. 미국에서 큰 관심을 모은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사이즈 미>(Supersize Me)와 오래 전 고인이 된 코미디언 이주일 씨의 방송 금연광고 등은 뛰어난 건강증진 메시지를 담은 빼어난 영상들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더욱 더 많이 만들어 대중에게 전달해야 한다.

'쇼닥터'는 출연하는 의사 개인의 개인기, 즉 적당한 건강의료 지식과 입담, 그리고 방송사의 헬스테인먼트와 시청률·광고, 그리고 일부 출연진의 드러내지 않은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 자신의 개인 사업이나 의료기관 선전이 교묘하게 칡과 등나무처럼 얽히고설켜 나온 대한민국의 신상품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 상품에 대한 신상 털기를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리콜이든, 전신수술이든 일대 수술이 필요하다. 이들은 진짜 실력 있는 의사를 볼품없는 존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이 출연하는 방송프로그램은 '쇼닥터'가 이 시대 최고의 명의이며 최고의 건강의료지식과 시술 능력을 지닌 '슈퍼닥터'인 것으로 소비자가 오인하게끔 만들 소지가 크다. 실제로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의 하는 말 한마디에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 건강 행위를 결정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의협의 문제 제기와 대응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방송 건강프로그램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다시 한 번 성찰하고 '쇼닥터'의 폐해를 바로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건강사회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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