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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알렌? 건강식품이 건강 구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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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알렌? 건강식품이 건강 구해주지 않는다

[안종주의 건강사회] 유병언 전 회장과 스쿠알렌

요즘 세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인물은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태극전사들도 아니고 이들을 지휘하는 홍명보 감독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아니다. 그가 총리 후보로 지명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도 아니다. 극적 역전극을 펼쳐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도, 연임에 성공해 유력한 대권 후보로까지 등극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아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세월호 참사의 배후로 지목돼 도피 행각을 벌이고 있는 구원파의 '교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다. 대한민국 검찰을 끊임없이 농락하고 마치 소설에 나오는 괴도 뤼팽처럼 신출귀몰한 그의 잠적 실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매스컴과 사람들의 입길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은 단연 유병언 씨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의 이름에서 세모그룹이 만든 스쿠알렌(스콸렌)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세모 한강유람선, 세모 스쿠알렌은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실과 바늘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10만 신도 가운데 상당수는 유병언 교주를 자신을 구원해줄 수 있는 인물로 여기는 것 같다. 물론 그가 구속돼 엄한 처벌을 받으면 생계에 타격이 오기에, 안성 금수원 앞에서 신도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집단 농성과 저항을 벌였다고 분석하는 시사평론가도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유병언 씨는 종교와 사업, 그리고 구원파 신도들의 삶을 만수산 드렁칡이 얽히듯 씨줄 날줄로 엮어내는 재주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을 그가 처음 구사한 것은 물론 아니다. 이른바 정통 기독교 교파라고 주장하는 쪽은 신흥 기독 종파들이 유병언과 비슷한 수법을 사용해 교세를 확장하거나 명멸을 해왔다고 본다.

세모스쿠알렌 판매 열 올려

1989년께 필자가 <한겨레>의 보건사회부 출입 기자일 때도 세모 스쿠알렌과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이 대통령 직선제 선거로 탄생한 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져 있을 때였다. 당시 세모와 관련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백담사 유배' 생활을 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거처를 공개하면서 세모 스쿠알렌이 카메라에 잡혀 뉴스를 통해 전 국민에게 알려진 것이다. 또 하나는 서울대병원에 입원하던 어린이 환자들이 세모 스쿠알렌을 잘못 먹고 집단으로 폐렴에 걸린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한겨레>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져 문제가 됐다. 논란이 일자 이 기사에 대해 1988년 10월 22일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해명서가 동아일보에 광고면에 게재되기도 했다.

▲ 1984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세모 전신인 삼우 트레이딩 부천공장을 방문, 유병언 사장과 함께 작업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모는 매우 공격적인 스쿠알렌 마케팅에 들어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암환자나 난치병, 만성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며 팔았다. 이에 세모 스쿠알렌 판촉사원들은 변을 잘 보지 못하는 장기 입원 유아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스쿠알렌이 효과가 좋다고 접근해 판매했다. 하지만, 부모가 스쿠알렌 캡슐을 잘라 먹이는 과정에서 스쿠알렌 성분이 호흡기로 들어가 폐렴에 걸리는 일이 벌어졌다. 병 고치려다 오히려 더 큰 병을 얻은 것이다.

세모스쿠알렌, 스러져가던 유병언을 구원하다

세모 쪽이 스쿠알렌 판매에 기세를 올리고 있을 때, 홍보 책임자가 보건사회부 기자실로 직접 찾아와 스쿠알렌 제품을 선물하면서 그 효능·효과 홍보에 열을 올린 적도 있다. 그는 필자가 <한겨레> 기자인 줄 알고 다가온 뒤 다른 기자들에게 하던 말을 똑같이 해댔다. 이에 필자는 "생선 기름을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말하고 암 치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요. 허무맹랑한 소리 그만하고 기자실 나가시오"라고 큰 소리로 역정을 냈다. 그는 암 환자가 한꺼번에 수십 알씩 먹고 몸에서 나온 분비물 때문에 기저귀까지 차며 먹은 결과, 암이 좋아진 사례가 있다고 떠벌렸다.

아마 당시 세모 쪽은 이런 구전홍보로 스쿠알렌 제품을 암 치료, 난치병 치료를 해주는 기적의 약처럼 팔았던 모양이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생명을 구원해주는 분은 신이 아니라 유병언의 세모 스쿠알렌이었다. 유병언은 쓰러져가던 세모그룹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등공신 노릇을 한 제품으로 스쿠알렌을 꼽고 있다고 한다. 세모스쿠알렌이 세상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좋게해주지는 못했을지라도 유병언 일가와 세모그룹의 생명은 구해준 효자 상품이었던 셈이다.

요즘은 워낙 다양하고 많은 건강식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이 시장에 나와 각축전을 벌이며 팔리고 있어 스쿠알렌 제품은 이제 일개 건강기능식품으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당시는 건강기능식품의 대명사처럼 인기를 끌었다.

스쿠알렌(Squalene)은 상어 간유, 올리브, 아마란스 씨, 쌀겨, 맥아 등에 많이 함유된 고도 불포화 탄화수소일 뿐이다. 우리 몸의 피부, 지방조직 등 여러 조직에도 스쿠알렌이 있다. 식물과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동물은 자체적으로 만들어낸다. 스쿠알렌은 몸속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비타민D, 담즙산, 콜레스테롤의 생합성에도 이용된다.

스쿠알렌 등 건강기능식품 많이 먹으면 좋지 않을 수도

스쿠알렌은 여성들이 피부노화 방지 등에 좋다며 주로 미용 보조제로 쓰고 있다. 최근에는 면역보조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스쿠알렌을 일정량 이상 먹으면 노폐물 방출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그런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만약 스쿠알렌을 먹고 문제가 생긴다면 섭취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는 스쿠알렌뿐만 아니라 다른 건강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제품들 대부분도 필요 이상 많이 먹어도 그 많이 먹은 것은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며, 때론 잘못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 이런 제품들이 꼭 필요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정 성분이 많이 모자라 인체에 이상이 생겼을 때나, 이런 성분이 들어 있는 식품을 섭취하기 곤란한 처지에 놓인 환자 등에게나 이것이 나름의 효능·효과를 발휘할 뿐이다.

유병언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구원할 수 없는 존재라면, 구원파 신도들도 구원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건강기능식품 또한 당신의 건강을 구해주는 존재가 결코 될 수가 없다. 다양한 식품을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적절하게, 제때 먹는 것이 당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특급 구원투수 구실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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