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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세균·박지원, '빅3'인가 '조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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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세균·박지원, '빅3'인가 '조폭'인가?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스타트…이인영 도전장, 김부겸 저울질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당권 경쟁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당내 계파의 수장들이자 잠재적 당권 후보로 거론돼 온 문재인·정세균·박지원 비대위원이 17일 오전 비대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오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곧 공식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비대위 회의에서도 사실상의 출마선언으로 읽히는 발언이 나왔다.

문재인 "정당혁신과 정치혁신…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문재인(61)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비대위 첫 회의에서 저는 정당혁신과 정치혁신이 제가 정치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 마음으로 비대위에 참여했고 비대위를 그만두는 마음도 똑같다"고 사퇴의 소회를 밝혔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의 좌장 격인 문 비대위원은 "그동안 비대위가 부족하나마 무너진 당을 재건하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신 국민들과 당원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문 비대위원은 마지막 메시지로 "지금 박근혜 정권의 위기가 심각하다. 편 가르기 정치로 나라를 갈라놓더니 겨우 집권 2년차에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으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우리 당에 묻고 있다. 우리 당이 과연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을 엎고 정권교체에 성공해서 나라를 살릴 각오와 능력이 있는지 묻고 있다. 이번 전대에서 우리는 이 물음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파와 개인 이익을 초월해 변화와 혁신 의지를 모으는 단합의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당을 수리하는 게 아니라 신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지는 정당이 아니라 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서 나라를 살리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의 대표 출마선언으로 읽힌다.

그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과 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 사건을 언급하며 "그런 행태 밑바닥에 깔린 '계급의식'이 있다. 우리 사회의 극심한 경제 양극화, 소득 불평등의 대물림이 새 계급을 만들었다. 경제 불평등이 신분 불평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우리 사회를 보다 평등한 사회로 만드는 경제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세균 "당의 은혜 갚고 더 큰 봉사"…박지원 "짐 '잠시' 내려놓는다"

정세균(64) 비대위원 역시 "오늘의 비대위원직 사퇴는 20년간 정치하며 당에서 입은 은혜를 갚고 더 큰 봉사를 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당권 도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우리 정치와 새정치연합을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며 "야당의 위기는 우리 정당정치의 위기이고 우리 자체의 위기 "라고 했다. 정 비대위원은 "다가오는 2.8 전대가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전당대회, 국가 비전과 정당 혁신을 놓고 경쟁하는 전당대회가 되도록 당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정 비대위원은 이같은 정당정치의 위기와 대통령 국정운영의 위기, 경제 위기를 들며 "우리나라가 3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인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이력을 내세우듯 "대내적으로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채산성이 악화돼 감량 경영을 시작했다고, 개인은 가계부채 1000조를 넘은 빚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상태"라고 지적하며 "대외적으로는 우리와 가장 교역량이 많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큰 중국의 성장률이 현저하게 둔화되고, 루블화가 폭락하고, 유럽연합(EU) 경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정 비대위원은 가칭 '비상경제대책기구' 구성을 제안하며, "어떻게 소득주도 성장을 끌어낼 것인지" 이 기구를 통해 논의하자고 했다. 그는 "유가가 떨어지면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교통요금 인하 여지도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IMF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비상경제대책위를 설치해 초당적으로 위기를 극복한 역사가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맡아 실행한다면 틀림없이 성과가 있을 수 있고, 야당도 기꺼이 참여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박지원(72) 비대위원은 "비대위의 임무는 당무를 관리하며 전당대회를 잘 치르는 것"이라며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후임 비대위원들이 잘 해주실 것으로 믿고 저는 짐을 '잠시' 내려놓겠다"고 지도부 귀환을 예고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과 공보수석, 정부 대변인인 문화부 장관과 대북특사 등 요직을 역임한 박 비대위원은 동교동계와 호남이 지지기반이다.

박 비대위원은 "박근혜 정권이 집권 2년차에 벌써 정권말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2부속비서관실에서는 '몰카 시계'까지 구입했다. 청와대가 무슨 흥신소냐. 연설을 기록하는데 왜 몰카를 쓰나"라고 박근혜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전날 방북 일정을 언급하면서 "제가 받은 느낌은 한 마디로 북한의 대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것"이라며 "(북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을 막고 남북대화·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가 먼저 대화 여건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4후보 나오나?…이인영은 출마선언, 김부겸은 입장발표 보류, 박영선은?

이날 오전, 이인영(50) 의원도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 의원은 당내 486 그룹과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을 따르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세를 규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장강의 뒷물이 앞물로 나아가듯 우리 당이 호수가 아닌 도도한 강물임을 입증하겠다"고 세대교체론을 설파하며 "담대한 도전의 길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 의원이 인용한 중국 고전 구절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의 후반부는 '나이든 사람은 새로운 사람에 밀린다(一代新人換舊人)'이다.

한편 전당대회 구도가 '친노 대 비노'로 짜여질 경우, 비노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을 받았던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었지만 구체적 입장 발표는 보류했다. 김 전 의원은 "저한테 지금 주어진 과제는 이것(당권도전)이 아니지 않느냐"며 "저는 2년 전 대구에 출마할 때 한국 정치의 가장 고질적 암 덩어리인 지역주의를 당장은 못 깨더라도 균열을 내어 보자는 과제를 설정하고 내려갔다. 아시다시피 저는 두 번 도전했지만 과제를 이루지 못했고, 숙제가 아직 남아있다"고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시사했다. "출마 요청을 받았을 때 제가 준비돼 있느냐, 그럴 만한 정도의 치밀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느냐 많이 고민했다. 저는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 그래서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단 결론을 내렸다"고도 했다.

단 김 전 의원은 "빅3 대결, 계파 간 대결, 친노 비노 대결은 당을 너무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며 유인태 의원이 자신에게 "당 내 의원들 사이에서 이른바 빅3 중심의 짜여진 구도, 친노-비노 전대를 막아 보자는 움직임이 많이 있다. 당신의 불출마 발언이 이런 것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니 조금 연기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기에 불출마 입장 발표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빅3가 불출마하면 출마하겠다는 것이냐', '빅3에 대한 불출마 촉구냐'는 질문에 "불출마를 촉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선 긍정적", "전대 경쟁 자체가 기존의 친노-비노 프레임에서 바뀌길 바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전 의원은 "(전대) 판이 대주주들의 계파 대리전처럼 되고 있고, 심지어 누군가는 '조폭들끼리 동네 영역 싸움한다'는 비아냥을 하는데 당이 좀 변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이미 철저한 줄 세우기에 들어갔다"고 현재의 당 상황을 비판했다. "당이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한 논쟁은 없고 친노냐 비노냐 하는 패싸움만 현실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조폭들이 자기 영역을 포기하지 못하면서 국민 동의를 받으려 한다"고까지 했다.

박영선(54) 전 원내대표에 대한 김 전 의원의 언급도 관심을 끌었다. 그는 "어제까지 박영선 의원과 통화했다"며 "(박 의원이) 저보고 총대를 매야 한다고 얘기를 자꾸 하셔서, 거꾸로 '박 의원이 매면 어떠냐'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앞서 박 의원은 '김 전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하면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김 전 의원이나 박 의원이 전대를 앞두고 자꾸 언급되는 것은, 전대가 '문재인 대 비(非) 문재인'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고 '비 문재인'의 위치에 누구를 세울 것이냐 하는 셈법에서 나온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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