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대구지역 노동계가 "폐기"를 촉구했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본부장 임성열)는 11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정규직에 대한 어떤 해결책도 없는 박근혜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반대한다"며 "전면 폐기"를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18일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예고했다. 종합대책에는 △비정규직 고용 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안을 비롯해 △파견직 허용업종 확대 △직업소개소 양성화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완화 △새로운 고용형태인 기간제정규직 이른바 '중규직' 도입 등이 포함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 노동시간 경직성, 일부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는 노사, 노노갈등을 일으켜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대표적 장애물"이라며 지난달 25일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정규직 과보호론' 연장선에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최 장관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방안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노동시장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정규직은 과보호하고 비정규직은 덜 보호한다. 그러다보니 기업이 겁이나 정규직을 못 뽑고 비정규직이 양산된다"며 비정규직 양산 책임을 정규직에 있다는 식으로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실제 만나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 연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현행법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년 안에 재고용되지 않을 경우 실직이 되니 비정규직이라도 3년간 일하는 게 낫지 않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규직 고용보호지수'는 34개국 가운데 23위에 불과하다. 또 통계청의 지난 5년 자료를 보면 기업소득이 19.1% 늘때 가계소득은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10대 재벌 사내유보금도 2009년 288조에서 지난해 522조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종합대책이 정규직의 기존 보호막을 줄이고,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늘이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자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부는 당초 이달 10일로 예정된 종합대책 발표 일정을 18일로 늦추고 수정·보완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대구지부는 "종합대책은 박근혜 정부 노동관점이 얼마나 친기업적이고 천박한지를 보여준다"며 "독소조항으로 가득찬 악법"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비정규직 고용기간이 늘어도 고용불안과 해고위협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파견업종까지 확대하면 전 노동자가 비정규직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 대책으로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 임금삭감을 제시하는 것은 유례없는 궤변"이라며 "종합대책안을 폐기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종합대책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성열 민주노총대구본부장은 "기재부 장관은 정규직 과보호론으로 비정규직 양산 책임을 정규직에 떠넘기고, 대통령은 이를 옹호하고,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확대 당위성을 말하고 있다"며 "이게 제대로 된 정부인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또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대책으로 전체 노동자를 겨냥한 악법"이라며 "정부는 기업 과보호를 철폐하고 대책안은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기사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