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도소 12번 방에 의혹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수용자(재소자) 방들 중 한 곳인 이곳에서 수용자 간 성추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교도소 측이 이를 인지했지만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수용자는 최근 제주지방검찰청에 상대 수용자를 처벌해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했고, 법무부 국민신문고와 국가인권위에도 각각 진정을 접수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지검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제주교도소 측은 축소나 은폐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밤마다 동료 수용자가 성추행, "모멸감 극에 달해"
제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24)는 지난 2012년 1월12일 강도상해죄로 법정 구속됐다.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출소 7개월여를 앞둔 상태다.
A씨는 지난 달 13일 같은 수용자 방에서 약 1년가량 함께 생활해온 B씨(28)를 성추행 혐의로 제주지검에 고소했다.
2013년 11월20일경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약 6개월간 2~3일에 한번씩 B씨로부터 반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이 고소 내용이다. B씨는 성범죄(위계에 의한 간음)로 수감된 상태.
A씨와 B씨는 같은 방 바로 옆자리에서 생활했고, 야간 취침 시간에 처음에는 음담패설을 하다가 나중에는 B씨가 A씨의 신체 중요부위를 만지작거리거나 자신의 중요부위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A씨의 중요부위를 손으로 유사성행위하는 등 강제 추행했다는 것이다.
A씨와 B씨가 생활한 공간은 제주교도소 12번방으로 6~7명이 공동 생활하는 혼실이다. A씨는 같은 방 수용자들도 이같은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지만 모두 증언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중순 이후 고소를 고민해오다 더 이상 수치심과 모멸감을 견디지 못해 검찰고소와 법무부 진정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A씨와 그의 가족 측 주장이다.
특히 A씨는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교도관들을 통해 교도소 측에 알렸는데도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고 도리어 고소취하를 요구하거나 회유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A씨는 이번 고소 이후 자신이 일하던 세탁공장(운영지원작업장) 출력에서 제외돼 미지정 거실에 수용돼 출력에 나가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같은 성추행 피해사실을 아들이 교도소에서 보내온 편지로 알게 된 A씨의 아버지는 최근 <제주의소리>와 만난 자리에서 "어려서부터 왜소하고 왕따를 당해온 아들이 교도소에서조차 왕따와 성추행까지 당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분함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또, "더군다나 교도소 측이 이를 은폐하려 하고 있고, 아들과 면회시 교도관들로부터 폭행도 당했다는 얘기도 들어 더욱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하는 등 철저한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교도소, A씨 성추행·폭행 피해 주장은 '허위사실'
A씨의 이같은 성추행 피해 주장에 대해 강달성 소장을 비롯한 제주교도소 관계자들은 최근 <제주의소리>와 만난 자리에서 '허위사실'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근거는 A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을뿐더러 "성추행 사실은 없었다"는 진술서와 함께 고소취하서까지 제출한 사실을 들었다.
특히 교도관들의 수용자 폭행 주장에 대해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검찰 고소장 제출 이후, 교도소 측은 자체조사 과정에서 A씨가 "B씨가 다른 수용자들에게 자신에 대한 뒷말(험담)을 하고 다니는 것 같아 B씨를 처벌하게 할 목적으로 성추행이 있었다고 과장되게 진술했다"는 본인이 서명 날인한 진술서가 있다고 밝혔다. 이 진술서도 검찰 수사에 제출된 상태라며 항변했다.
다만, "A씨도 B씨와 서로 신체 중요부위를 만지작거렸을 뿐 성추행은 아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교도소 자체조사에서 B씨는 A씨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A씨가 지어낸 얘기"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교도소 측은 성범죄 사건은 비친고죄에 해당돼 고소장 취하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사항으로 수용자를 회유하거나 협박·은폐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교도소 측은 또, 6~7명의 공동 사용하는 혼실에서 특정 수용자 간 수개월 반복적으로 성추행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이번 자체조사 과정에서도 A씨가 B씨에게 보낸 20여통의 육필편지가 나왔는데 "사랑한다, 멋있다" 등의 연모하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편지를 꾸준히 보낸 점도 성추행 피해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A씨를 세탁공장 출력에서 미지정 거실로 옮겨 수용시킨 것은 자체조사에서 A씨의 주장이 허위사실로 인정돼 '훈계처분'을 내렸고, 분류처우업무지침상 운영지원작업(출력) 취소 사유에 해당돼 미지정 거실로 수용했다는 것.
가해자로 지목됐던 B씨는 조사기간 미지정 거실에 수용됐다가 무혐의로 인정돼 다시 작업장에 출력시키고 있다. 이 점도 A씨가 자신만 미지정 거실에 수용되는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자체조사 결과에 따른 분류처우업무지침에 의한 정당한 결정이라는 것이 교도소 측의 입장이다.
재소자 수용실 내에서 성추행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된 제주교도소 12번방. 그 방에서 일어난 성추행 의혹의 진실이 무엇인지 검찰 수사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교도소 수용자간 성추행 등 성범죄는 2011년 10건에 이어 2012년과 2013년 각각 14건으로 나타났다.
제주의소리=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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