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제주의소리>가 단독 보도한 '김헌 제주도 협치실장 커피숍서 만취 상태 추태'와 관련, 경찰 수사가 속절없이 길어지면서 '감싸기 수사' 등 각종 의혹이 일고 있다.
김헌(48) 제주도 협치정책실장은 지난 11월 13일 0시 45분께 제주시 연동 모 커피전문점에서 술에 취해 종업원 김모(19) 씨의 팔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14일 김 실장은 "공인으로서 잘못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며 "다만, 저의 양식에 비춰 부끄러운 행동은 없었다"고 밝혔다.
17일에는 "피해자인 커피숍 종업원 김모(19) 씨와 합의했다"며 경찰에 종업원 김 씨가 자신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제출했다.
합의서가 제출되면서 폭행 혐의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경찰은 아직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형법상 폭행은 피해자가 원치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체포 당시 김 실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행과 업무방해 2개였으나 사건을 넘겨받은 서부경찰서는 폭행 혐의만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가 경찰은 김 실장과 종업원 김 씨의 합의서가 제출될 때쯤 업무방해 혐의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을 살짝 바꿨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폭행 혐의는 합의서가 제출되면서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업무방해 혐의가 남아있어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커피숍에서 일하던 종업원 2명은 조사를 마쳤다. 하지만 동네 조폭 집중 단속 기간 등 다른 일정이 겹쳐 김 실장 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지난 11월 20일 김 실장에게 조사 개시 통보를 미리 했지만, 경찰 조사가 마무리돼야 감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감사위 관계자는 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과 함께 김 실장 조사를 진행하면 당사자에게 무리를 줄 수 있다"며 "경찰 수사가 모두 마무리되면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건 발생 20일이 지나도록 경찰은 연행 직후 외에는 김 실장을 추가로 불러 수사조차 하지 않았고, 감사위 역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셈이다.
원희룡 지사도 사건 발생 당일 3박 4일 일정으로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세계공원총회 출장을 가면서 "(김 실장 문제는 호주에) 다녀와서 말씀드리겠다"고 해놓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얘기가 없다.
김 실장은 지난달 26일 제주도의회 정례회에서 자신의 사과문 내용을 문제 삼은 김황국 의원에게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실제는 상이한 부분이 있다. 양심에 비춰 공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변함이 없다"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이 "종업원의 팔을 비틀고, 손님에게 욕설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같은 일이 사실이라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몰아세우자, 김 실장은 "만약 불법이 있다면 응당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답변했다.
전후 상황을 종합해보면, 김 실장은 구설에 오른 점에 대해선 사과하지만, 공인으로서 떳떳하지 못한 행위는 없었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최초 출동한 경찰은 커피숍 현장에서 종업원의 진술서를 받았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김 실장의 행동을 지켜본 목격자도 최소 3명이 있었지만 수사가 늦춰지면서 괜한 의심만 사고 있다. 목격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청) 고위직에 있는 간부가 술을 먹고 경찰에 연행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경찰 수사는 내부 문제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올해 안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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