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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청년을 위로하는 은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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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청년을 위로하는 은행이라고?

[작은것이 아름답다] 청년연대은행 토닥의 꿈꾸는 가계부

청년들이 협동하며 경제 자립과 꿈을 실현하는 데 지원하는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조합원 150명, 출자금 1500만 원으로 시작했다. 지금 조합원은 335명으로 늘었고, 출자금도 5000만 원을 넘었다. 대출이자는 내 마음대로 정하는 자율이자로 정해서 낸다. 청년들을 위한 맞춤 재무관리교육도 하는 착한은행 이야기를 전한다.

청년이 청년을 위로하는 은행

청년들이 모여 우리만의 은행을 만들었다. '청년연대은행 토닥'(이하 '토닥')이다. 이미 대학은 필수가 된 지 오래지만, 대학 가면 빚쟁이가 되기 십상인 것이 지금 우리 현실이다. 그렇다고 곧 안정된 직장에 취직해 빚을 갚아나가기 시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청년 실업'이란 말은 너무 많이 들어 이제 지겨울 정도다.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기까지 학원비, 생활비,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내줄 사람이 없다면? 먹고살기 위해 일단 받아주는 회사나 아르바이트를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한 달 벌어 한 달 살며, 꼬박꼬박 돌아오는 이자를 갚아야 하는 생활, 그것이 우리 또래들 일상이다. 검색엔진에 '10만 원 대출'을 치면 온갖 광고가 뜬다.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올린 글도 여럿이다. 고작 10만 원, 10만 원이 갑자기 필요해 난감해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옆집에 쌀을 좀 더 얻을 수 없겠냐는 쪽지를 남기고 아까운 삶을 마감한 최고은 작가. 그이가 '토닥' 출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말했던 우리들의 불안정한 삶, 여윳돈이나 비상금을 통해 갑작스러운 병원비나 난방비 같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 함께 힘을 모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한다. '우리가 이렇게 살기 어렵지만, 그래도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한 달에 5000원, 1만 원 정도는 함께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 5000원으로는 누군가를 돕기 어렵지만, 여러 사람이 모이면 다르다. 이렇게 조금씩 함께 모아둔 돈으로 갑자기 생활비 부족 상황이 발생했을 때, 꼭 받고 싶은 교육에 수강료가 부족할 때 부끄러울 일도, 높은 이자로 부담스러울 일도 없이 필요한 돈을 빌리자. 쉽게 말해 옛날 '계' 모임과 비슷한 것을 또래끼리 크게 해보자는 거다. 이렇게 시작해 지난해까지는 최대 50만 원, 올해 들어서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최대 100만 원까지 소액대출을 진행하고 있다.


▲ '청년연대은행 토닥' 페이스북.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일어난 일

그렇다면 돈만 빌려주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수입은 없는데 월세와 이자를 내려고 돈을 빌렸을 때 문제는 그대로이고 갚아야 할 대출금만 더 늘어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실제 급해서 신용카드나 대부업체를 이용했다가 그 뒤 몇 년을 고생한 사례도 많다. 이러한 채무 악순환을 사전에 예방하고, 돈의 주인이 되는 삶을 위해 재무교육과 상담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중요한 '돈'에 대해 학교에서든 어디에서든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지 않은가? 돈을 어떻게 잘 관리하고 잘 쓸 수 있는지, 이름도 어려운 갖가지 펀드나 보험 같은 금융상품들을 어떻게 속지 않고 현명하게 고를 수 있는지, 이런 지식들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한데 가르쳐주는 곳은 별로 없다. 그래서 '토닥' 안에 부설로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를 만들었다. 몸을 만들려면 헬스트레이닝을 받듯이 지갑도 꾸준히 트레이닝 받자는 뜻.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는 하루에 금융, 재무 관련 생활밀착형 실전 지식들을 모두 알려주는 '돈 관리 1일 트레이닝 코스' 강의와 다들 어려워하는 가계부 쓰기를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쓸 수 있는지 함께 해보는 '꿈꾸는 재무관리 워크숍'을 달마다 1~2회씩 진행한다. 지난해부터 '꿈꾸는 가계부 함께 쓰기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진행해온 재무관리 워크숍은 누구에게나 꼭 한 번쯤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워크숍에서는 자체 개발한 '토닥토닥 꿈꾸는 가계부' 쓰는 법을 배운다. 3개월 분량의 이 가계부를 쓰다 보면 가계부 쓰는 습관을 잡을 수 있다. 습관이 잡힌 뒤엔 스마트폰으로 써도 충분.

이름부터 독특한 이 가계부는 1, 2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1권은 '꿈꾸기'다. 첫 장에 '가계부 쓰기의 시작, 꿈꾸기'라고 적혀있다. 넘겨보면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써보는 꿈 지도 그리기, 다음엔 예시와 함께 예상되는 문제, 도움을 주는 사람을 하나씩 점검해보면서 자연스럽게 꿈과 그걸 이루는 과정을 구체화시키고, 막연한 바람에서 실현 가능한 목표로 바꿔나간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꿈과 목표가 꼭 대단한 것은 아니다. 나는 막연히 생각만 하던 운동을 '한 달 동안 날마다 아침 스쿼트, 팔굽혀펴기 하기'로 정했더니 정말 그 다음날부터 시작하게 됐다. 내가 한 것은 돈이 들어가는 목표가 아니지만, 보통은 그렇게 정한 꿈을 다시 쪼개 실천 계획으로 나누고, 그 가운데서도 재무 실천목표를 정해보는 것까지 한다.

이제 가계부 쓰기 단계로 들어가자. 꿈꾸는 가계부는 지출 파악부터 시작해, 지출 항목을 열 가지로 분류한다. 고정비, 기본생활, 지금행복, 관계행복, 미래행복, 부채상환, 배우자, 자녀, 금월행사, 금월비정기소비이다. '지금행복' 항목은 당장 쓰지 않아도 되나 지금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출로 문화생활이나 간식, 기호식품, 운동이 들어간다. '관계행복'은 나와 타인세상을 이어주는 지출로 모임회비, 데이트, 가족, 후원이나 종교생활 같은 비용이다. '미래행복'은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저축. 여기에 맞춰 내 한 달 지출 상황을 점검하여 주로 어떤 곳에 의미를 두고, 돈을 많이 쓰고 있는지 살펴본다. 수입과 자산 상황도 함께 점검해보면 드디어 1권이 끝난다.

2권은 실제 3개월 동안 쓰면서 채워가는 가계부다. 가계부는 그 자체로 중요하기보다는 우리가 돈과 지출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으로 의미가 있다. 가계부를 잘 이용해 어떤 것들을 이루려 하는지가 그보다 더 중요하고, 그걸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가계부의 핵심이다. 글로만 보고 가계부를 쓰려면 어떻게 써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귀찮기도 해서 어렵다. 워크숍에 와서 청년지갑트레이너들의 강의와 함께 단계별로 직접 해보면서, 차근차근 시작해보면 참 쉽고 재밌다.

▲ 워크숍 참가자들과 함께 청년 재무관리 트레이드 양성 과정을 통해 강사가 된 이유란 씨(가운데)가 청년들을 위한 가계부를 들고 있다. ⓒ청년연대은행 토닥

서로 지켜주고 지지하며 삶을 토닥이다

'토닥'이란 것을 처음 만들 때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많았다. 아무것도 모르기에 설문조사와 전문가 조언, 사례 연구도 많이 했다. 전문가들도 사례가 거의 없는 데다, 출자금 내기보단 빌리려는 사람만 많을 텐데 가능하겠냐고 했다. 그러나 회의하는 시각 속에서도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이 만든 '동자동 사랑방 공제조합'처럼 영감과 도움을 많이 준 사례도 찾았다.

이런 추진 과정을 거치면서 어떠한 형태로 만들 것인가도 당연히 큰 고민 가운데 하나였다. 많은 고민과 조사와 토론을 통해 정한 것이 '협동조합'이었다. 지난해 창립부터 최근까지 '토닥토닥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쓴 이유다. 지금은 '청년연대은행 토닥'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여기엔 두 이유가 있다. 첫째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협동조합으로 모든 사업을 할 수 있으나 금융, 보험업은 할 수 없다고 막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우리가 하는 일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데다 대구에 있는 같은 이름의 심리상담사 협동조합이 유명세를 타서 헷갈려 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청년연대은행 토닥'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의 채무 악순환을 예방하고, 곁에서 서로의 삶을 든든히 지켜주고 지지해주는 이웃들이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환경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생활문화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종이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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