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논란의 핵심 인물인 정 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주장은 접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엇갈리고 있다.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 씨는 3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정수석실이 문건을 조작한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너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민정 쪽에 있었고, 그 사람들이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조 전 비서관을 겨냥했다.
정 씨는 특히 "박지만 회장하고 조 전 비서관이 잘 안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박 회장을 조 전 비서관의 배후로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시사저널> 보도 건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도 지금 억울하게 개입돼 있다"며 "주변에서 허위정보와 허위문건을 주다 보니 박 회장이 내게 그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응천 전 비서관은 박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처음 만날 때 관계가 그렇다 보니 박 회장이 나를 쉽게 보지 않는다. 다소 껄끄럽게 생각하는 면도 있다"면서 "나 역시 박 회장이 오더를 내린다고 그대로 따를 사람도 아니다"고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부인했다.
조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과 관련해 "나와 박관천 경정이 아주 나쁜 놈이 돼 버렸다. 내가 정권에 참여하면서 가졌던 도덕성·정당성·순수성이 무너질 위기에 몰렸다.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순수한 의도가) 변질돼 (문건을) 빼낸 것처럼 돼버렸지 않나.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이라고 했다.
문건 유출은 자신이나 박 경정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4월 문건 유출이 확인 된 뒤 "당시 우리는 민정비서관실로부터 굴욕적으로 조사를 받았다. 2월에 나간 박 경정이 유출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그가 문건을 유출했다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문건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그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사한 것은 대부분 수석과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 찌라시 내용을 윗선에 보고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박지만 내부문건 유출 제보, 박 대통령은 몰랐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그룹 회장이 지난 5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에게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되고 있다는 제보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 실장 등은 박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의 3일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5월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로 작성된 다량의 문건을 입수했다. 입수한 문건은 A4 용지 100여장 분량으로 박 회장 주변인을 언급하며 대통령 친인척 행세를 할 수 있으니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이 문건을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통해 김 실장에게 전달했다. 또한 남재준 국정원장에게도 연락해 상황을 설명한 뒤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 회장의 제보는 실패로 돌아갔다. 제보를 받은 김기춘 실장은 박 대통령 보고가 필요 없다고 판단, 당시 홍경식 민정수석에게 "누군가가 무고를 하고 있으니 음해 세력을 색출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청와대는 해당 문건을 작성한 박 모 경정을 문건 유출자로 지목하고 집중 조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 회장에게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남재준 원장은 10여일 후 갑자기 사표가 수리됐다.
세계일보는 "박 회장 제보는 자신이 관련된 청와대 문서뿐만 아니라 다른 청와대 문건 유출에도 박 경정 외에 제3의 인물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며 "김 실장과 청와대가 박 회장 제보를 받고 조사를 벌인 뒤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도 미스터리"라고 한 사정기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한편 청와대 외부로 유출된 문건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생활 관련 내용을 조사한 보고서도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이날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의 말을 전하며 '채동욱 문건'에는 채 전 총장의 혼외자 문제 등이 담긴 것으로 채 전 총장과 주변인의 동향 등이 상세히 적혀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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