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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롯데·새누리당? "부산 원도심은 페스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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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산=롯데·새누리당? "부산 원도심은 페스트리다"

[이 주의 조합원] 1인 다역 소화하는 박윤희 조합원

얼마 전,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냥 멀리서만 지켜보는" 조합원이라며, 자신이 펴낸 책 소개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보낸 사람은 부산에 사는 박윤희(48) 조합원. 눈길이 갔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만든 책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1인 다역을 소화하는 삶의 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11월 28일, 박 조합원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한 '부산말'이 수화기를 타고 편집국으로 넘어왔다.

책 소개를 요청했지만, 박 조합원은 전업 '출판쟁이'와는 거리가 멀다. 본업은 그래픽디자이너다. 그런데 책 관련 요청을 하게 된 건 1인 다역으로 살기 때문이다. 박 조합원은 <백년어> 편집장이자 '문화사랑 백년어'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백년어>는 인문학 북카페 백년어서원에서 내는 계간지이고, '문화사랑 백년어'는 백년어서원과 짝을 이루는 단체다.

"백년어서원은 생긴 지 5년이 넘었는데, 인문학 강의도 많이 한다. <백년어>는 처음에 호당 100쪽 정도였는데 요즘은 120쪽 정도 된다. 20호까지 냈고, 호당 1500부씩 찍는다."

1500부. 단행본 초판을 700부밖에 못 찍는 인문 사회 과학 출판사도 적지 않은 요즘 같은 때 쉽지 않은 일이다. "부산의 한 기업에서 인세를 지원한 덕분"임을 감안하더라도, 20호까지 밀고 오는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백년어서원에서 탄생한 건 잡지 <백년어>만이 아니다. 단행본도 냈다. 공존이라는 주제에 대한 부산 시민 36명의 생각을 모은 <공존이라는 모험>(소요-You, 2014년 11월 펴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백년어 개똥철학'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다. 이에 더해,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이 중심이 돼 지방 자치다운 지방 자치를 시민들과 함께 고민한 결과인 <부산 시민의제사전 2014>(소요-You, 2013년 12월 펴냄)도 박 조합원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산하 단체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 시민의제사전 2014>는 시민들이 직접 의제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데도 부산이라는 한계 때문에 출판 유통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에 출판 등록을 해서 이 책을 냈다."

<부산 원도심은 페스트리다>(소요-You, 2014년 10월 펴냄)도 박 조합원이 애정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부산 지역의 전문가 14명이 부산의 정체성을 탐구한 책이다.

"이 책은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에서 진행한 시민 강좌 '원도심 세르파 아카데미'의 결과물이다. 꾸준히 강의를 맡은 저자들의 원고를 모아서 냈다. 부산에 살아도 정작 부산에 대해 잘 몰라서인지, 시민들이 강좌에 많이 참여했다.

부산이 쇠락한다는 말이 많은데, 부산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보자는 취지다. 실제로 제2도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지 않나. 시 관계자,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물론 지역 연구자, 문화 해설사 같은 분들이 봐도 좋은 책이다."

한마디로 부산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이 책을 보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번 책에 담지 못한 분야도 앞으로 더 깊이 있게 탐구해 발간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부산 하면 정치적으로 새누리당의 아성, 프로 야구 롯데 자이언츠 같은 것만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그렇게만 여기는 건 부산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부산 원도심은 페스트리다> 저자들의 문제의식도 박 조합원의 이러한 생각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의 첫 문장에 이 점은 잘 드러나 있다.

"부산 원도심의 결은 잘 구워진 페스트리 같다. 각각의 결들이 살아 있어 아삭함이 돋보이는 맛있는 페스트리 말이다."

바빠도 놓을 수 없는 연대 활동…"계속 못 가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소요-You
그래픽디자인 일에 백년어 활동, 그리고 출판 작업까지 맡았으니 박 조합원의 일상은 하루하루가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1인 다역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서 대학원에 다녔다. 2주 후면 수료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삶을 지키고자 송전탑 건설에 맞서는 밀양 주민들과 함께하는 등 현장 연대 활동도 한다.

"예전에 청년 단체에서 상근한 적이 있다. 일하면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지만, 계속 연대의 장에 못 가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더라.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니 매번 가지는 못한다."

빠질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자녀 교육 문제다. "애가 중학생인데 제 혼자 크고 있다.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잘 자라더라. 공부는 못하지만 생각은 바르다." 부모가 바르게 살아야 자녀가 좋은 것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바빠서 요즘 자주 못 보고 있긴 한데, 지난해 조합원 모집 공고가 떴을 때 바로 가입했다. 다른 데에 비해 괜찮아서 그전부터 <프레시안>을 보고 있었다. 예컨대 정부에서 한창 4대강 사업을 할 때 이미지 프레시안 사진들이 좋더라. 그걸 매개로 다른 기사들도 보게 됐다.

중요한 사회 문제인데도 규모가 큰 언론사들에서는 제대로 안 다루는 게 많지 않나. 예를 들면 밀양 문제 같은 걸 충분히 다루는 게 중요하고 많이 알려야 하는데, 주변을 보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 참 속상한 일이다. 프레시안은 그런 부분들을 다루고 있어서, 그리고 앞으로 더 잘 다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조합원이 됐다."

프레시안 기사는 길고 무겁고 딱딱하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박 조합원의 생각이 궁금했다.

"오히려 요즘 SNS 같은 걸 보면 어떤 문제를 너무 단답형으로만 다루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깊이 있게, 그리고 다른 매체에서 못 다루는 것을 다뤄줬으면 좋겠다."

바쁜 와중에도 현장 연대 활동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하는 박 조합원은 그 과정에서 아쉬움도 적잖게 느낀다.

"집회 같은 데 가보면 속상한 것이, 젊은 세대는 별로 없고 옛날에 같이 활동한 사람들이 주로 앉아 있는 것이었다. 세월호 때도 그랬고, 고리 원전 같은 것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인데 너무나 조용하지 않나. 물론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만날 하는 사람만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갑갑하고 안타까웠다.

젊은 층과 함께하는 방법, 조금은 색깔을 갖되 더 조화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백년어 활동 같은 것을 열심히 하는 것도 그런 것과 관계가 있다.

그래도 조급해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한테는 성과가 바로 나오기를 바라는 조급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예전에 강신준 선생님이 백년어에서 <자본> 강의를 하는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 독일은 노동조합 같은 걸 제대로 갖추는 데 100년 넘게 걸렸는데, 우리는 1980년대 이후 얼마나 지났느냐고. 조급해하지 말고 차분히 하자는 이야기였는데, 공감이 많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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