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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지혜롭게 술 마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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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지혜롭게 술 마시는 법!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올해 가기 전에 한 잔 해야지?"

"원장님, 술 약이 떨어졌어요."
"형도 나이가 있는데 이제 좀 줄여야지요."

아직도 취기가 다 가시지 않은 듯한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온 분은 20대에 같은 도장에서 만나 운동을 하면서 친해진 형입니다. 개원을 하고 보니 우연히 근처에 계셔서 몸이 안 좋을 땐 종종 치료를 받으러 나오시지요. 술을 좋아하는데다가 업무상 술자리가 잦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는 약을 자주 지어 가십니다.

형에게 약 보다는 술을 줄이고 건강도 좀 살펴야 한다고 매번 말씀드리지만 항상 웃으면서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고 합니다. 회사 업무 때문에, 직원들 관리하느라, 그리고 이런 저런 모임에 나가다 보니 술자리가 잦다고 합니다. '자제해야지' 하다가도 마시다 보면 과음하기 일쑤라고 하면서, 가끔 이렇게 치료 받으러 오는 시간이 휴가라고 이야기 합니다. 간장을 다스리는 침을 놓고 뭉친 근육을 풀어내면서 이 형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가늠해 봅니다. 한 가장으로서의 의무감과 일 때문에 만나면서도 술을 마셔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잠시 술을 통해서라도 위안을 받고 싶은 세상살이의 무게가 느껴져 치료하는 제 마음도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한참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이 형님, 진료를 마치고 이런 멘트를 날리고 가십니다.

"올해 가기 전에 한 잔 해야지?"

환자분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술 때문에 몸이 상해서 내원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놀이문화와 음주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성인, 특히 남자들의 경우 술을 잘 마시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덕목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량은 개인차가 아주 커서, 소주 한 잔에 나가떨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양주 한 병을 마셔도 괜찮은(속은 그렇지 않겠지만)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술의 종류, 마시는 속도, 알코올 분해 효소의 유무, 체중, 그리고 전반적인 건강상태와 관계가 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무시한 음주는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연말이 되면 각종 모임과 행사 때문에 술을 마실 기회가 많아지는데 이 시기에 방심하면 건강에도 적신호가 들어오기 쉽습니다. 이런 때는 자신의 몸을 살피고 지혜롭게 술을 마시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술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얼마나 취했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몸에 나타나는 반응을 바탕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1단계 알코올농도 0.01~0.04% : 기분이 상쾌하고 머리도 산뜻하며 긴장감이 돌고 원칙도 잊지 않아 부드러운 인간관계가 형성됩니다.
2단계 알코올농도 0.05~0.1% : 맥박이나 호흡이 약간 빨라지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취중진담이 나오는 시기입니다.
3단계 알코올농도 0.1~0.15% : 큰소리를 내며 호탕하게 웃고 때론 다툼이 일기도 하고, 2차를 가자고 하기 시작합니다.
4단계 알코올농도 0.16 - 0.3% : 같은 말을 되풀이해 말하고 제대로 걷지를 못하게 됩니다. 반드시 귀가를 해야 하는 상태이지요. 이 단계를 지나면 전봇대를 붙들고 이야기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음주로 인해 사망을 할 수도 있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한 번 마시면 이틀은 금주하는 것이 좋고, 최소한 일주일에 이틀은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합니다. ⓒ연합뉴스
혈중 알코올농도와 신체반응을 기준으로 봤을 때 기분 좋게 모임을 마치고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첫 번째나 두 번째 단계에서 멈추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최대한 마시더라도 최대 세 번째 단계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고 앞에 앉은 사람의 말이 귀에 거슬리기 시작하면 집에 가야할 때인 것이지요.

이와 함께 술을 마실 때는 약간의 지혜도 필요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과음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 번 마시면 이틀은 금주하는 것이 좋고, 최소한 일주일에 이틀은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합니다. 몸의 기관들이 쉬고 기능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또한 빈속에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고, 첫잔은 될 수 있는 한 천천히 마십니다. 안주는 좋은 고기나 두부 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과 해물이나 야채 등의 알칼리 식품, 그리고 버섯이나 콩과 같은 각종 비타민이 많이 함유된 것들이 간장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술을 마시면서 차갑지 않은 물을 자주 마셔주는 것도 도움이 되고, 술에 취한 상태로 잠드는 것 보다는 술이 어느 정도 깬 후에 자는 것이 좋습니다.

술은 잘 마시면 그 만한 약이 없다 해서 백약의 으뜸(百藥之長)이라고 하지만 과하면 심신을 피폐하게 한다하여 모든 독의 원인(百毒之源)이라고도 부르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술에 지지 않고 술을 즐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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