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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9월 정기국회로 자연스레 활동 재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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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朴, 9월 정기국회로 자연스레 활동 재개할 것"

[인터뷰]박근혜 캠프 대변인 김재원 의원

"경선 끝나고 애들 데리고 수영장 갔다가 애들을 잃어버려 미아보호소에서 찾아오고, 역시 안 하던 짓 하니까..."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패한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이었던 김재원 의원은 24일 경선이 끝난 지 5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또 그는 여전히 바빴다.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후보의 행보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게 박 전 대표의 '선택'이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이번 경선에서 여론조사에서는 졌으나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오히려 간발의 차이로 이기면서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 사이에서 그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각종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김 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의 선택은 오직 하나"라고 못 박았다. 그는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정한 원칙이나 정도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면서 "이 후보를 돕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흔들렸을 때 당 내에서 후보교체 요구가 일었던 일을 말하자 그는 "인격적으로 비교할 대상이 아닌 사람들의 얘기"라고 일축했다. 김 의원은 또 '박근혜의 사람들'이 집단으로 정치적 움직임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오는 27일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지금 집권세력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까지 가세해 정기국회를 '이명박 (검증) 국회'로 만들겠다고 하는 상황인데, 이 후보께서 자신이 믿는 사람을 원내대표로 만들려는 절박함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이규택 의원이 "이명박 캠프에서 선거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이해는 가지만 이런 부분을 거론하면서 원내대표 선거에 임하는 것은 박 전 대표를 위해 좋지 않다"고 다소 비판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면 승복하고 상대방의 칼 끝에 처분을 맡기는 게 맞지 않냐"고 마음을 비웠다고 선선히 밝혔다. 공천 문제에 대해선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처럼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는 태도를 강조했지만, 김 의원은 여전히 이번 선거에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 듯 했다.

그는 '경선 룰'을 둘러싼 기 싸움에서 밀리지만 않았어도, 당초 혁신위 안대로만 갔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패인을 분석했다.

또 경선에서 수도권과 호남의 지지로 이 후보가 이길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범 여권 주자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마음을 아직 정하지 못한 분들이 인기투표 형식으로 이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본선에서 범여권이 후보를 단일화하지 못하고 민주당 후보로 조순형 의원이 나와 3자 구도가 형성될 경우 "한나라당 지지층 상당수가 이탈할 수 있다"고 불안 요소를 지적했다.

또 경선 기간 내내 계속된 도덕성 검증과 관련해 그는 "경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대응이 쉬웠을 것인데, 본선에서는 정면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

"눈물이 앞을 가렸다"

프레시안 : 경선 결과가 막 나온 순간 심경이 어땠나?

김재원 : 눈물이 앞을 가렸다. 믿고 싶지도 않았고….

프레시안 : 그래도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겐 미소를 보였다.

김재원 : 대변인이 그런 것 아니겠나. 내 감정을 드러내고 이야기한다면 대변인이 아니지 않나.

프레시안 : 어제 밤에 박근혜 전 대표가 미니홈피에 글을 올려 심경을 토로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김재원 의원. ⓒ프레시안

김재원 : 안타깝고, 죄송스럽다. 특히 경선 룰 협상을 내가 하지 않았나. 당초에는 혁신위 안이 있으니 그대로 가자고 하다가, 나중엔 전부 바꾸자고 하지 않았나. 그때 내가 선거인단을 그렇게 늘인다면 당원과 국민 50대 50으로 하자고 주장을 했었다. 근데 굳이 여론조사를 집어넣어야 한다고 해서 이 지경이 된 것이다. 사실 그 때 우리 주장을 관철시켰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는 자책감이 있다.

또 우리가 여론조사에서 졌다는 것은 선거 과정의 조직 싸움이 아니라 소위 공중전, 즉 대변인들의 공보활동 부분에 있어서 잘못한 것이 아닌가…. 모든 게 내 책임인 것 같다.

프레시안 : 박 전 대표가 다음 주 외부활동을 다시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제 박 전 대표가 심경을 토로한 것을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의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을까?

김재원 :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지지를 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연락하지 못하는 다수의 지지자들에게 마음을 표현한 것뿐이다. 9월이 되면 정기국회가 열리지 않나. 국회의원으로서 자연스럽게 활동하면서 정치활동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쉬는 과정이 아니겠나.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가 다음 주에 만날 것이라고 했는데, 박 전 대표가 응할 것이라고 보나?

김재원 : 그건 박 전 대표가 판단하실 문제인데, 만나지 않을 이유 없고 그럴 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두 분 사이 어떤 연락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냥 언론에 대고 만나겠다고 하니 당혹스러운 부분도 있지 않겠나.

"선대위원장 수락 여부는 중요한 문제 아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박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라고 보나.

김재원 : 오히려 공동선대위원장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 않나. 다양한 방식의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알고 있는데 전부 언론에서 본 것이다. 이 후보 측이 직접 맡아달라고 이야기한 것은 없지 않나. 또 선대위가 구성되려면 10월이나 돼야 할 텐데, 그때 가서 이야기할 부분이 아닌가.

다만 박 대표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한나라당의 당원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이명박 후보를 성심성의껏 도울 것이라고 믿고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 다시 말해 국민을 상대로 이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하는 지지연설, 유세 등 그런 쪽으로 하지 않겠나. 선대위원장 자리를 맡고 안 맡고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일부 보도에 따르면 캠프 인사들을 중심으로 "개별행동을 하지 말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하던데, 어떤 의미인가?

김재원 : 보도가 어떤 경로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같이 일했던 분들끼리 마음을 다질 수는 있는 것 아닌가. 공동행동을 한다, 단결한다고 해도 큰 의미를 갖는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세력화를 하겠다는 식으로 보도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 같다.

프레시안 : 결속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더 단단한 캠프였기 때문에 더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김재원 : 우리 캠프는 지지율 차이가 두 배일 때 모인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차이가 있지 않겠나.

프레시안 : 이 후보가 당선되고 나서 당 쇄신, 당 개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부 갈등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나.

김재원 : 이 후보가 승자가 됐으니 그분의 스타일이나 정치이념이나 국민의 요구에 맞도록 당을 변모시켜 간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가 제기한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이 많은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 후보가 당선된 뒤 정치권 안팎에서 대운하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재원 : 아직 선거가 많이 남았으니 이 후보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합리적으로 하시리라 믿는다.

"도덕성 검증, 본선에서는 정면 대응해야"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 후보의 도덕성 문제와 관련해 박 전 대표 쪽에서는 본선경쟁력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 후보 측의 대응방식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재원 : 한나라당 내의 경선이었지 않나. 아무래도 같은 당 소속 의원이나 같은 당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에둘러 표현할 수밖에 없었고, 대응도 쉬웠을 것이다. 어차피 나올만한 문제점들에 대해 일종의 예방접종처럼 내성을 키워 준 효과도 있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본선의 검증은 더 혹독할 것이라고 보는 것인가?

김재원 : 집권세력이 그냥 있을 리가 있나.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 정말 혹독하게 검증하려고 달려들 것이다. (이 후보 측은) 본질을 설명하기 보다는 대운하 이야기를 하면 운하 보고서를 갖고 '공작'이라고 밀고 나갔고,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서는 "왜 남의 초본을 보느냐"는 식의 주장으로 극복해 왔다. 본선에선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 후보가 본선에서 제대로 대응을 해 줘야 한다.

프레시안 : 정면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김재원 : 그렇다. 경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본선에선 정면대응을 해 주셨으면 한다. 그러면 제대로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프레시안 : 최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이 이명박-박근혜 진영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김재원 : 대리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집권세력뿐 아니라 민노당까지 가세해서 정기국회를 '이명박 국회'로 만들겠다고 하는 상황 아닌가. 이 후보께서 자신이 믿는 사람을 원내대표로 만들려는 절박함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것을 이-박 대리전이라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라고 본다.

프레시안 : 하지만 경선에 나선 이규택 의원은 이명박 캠프에서 선거 방해하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재원 : 선거 전략 상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일 수도 있고, 또 본인이 그렇게 느끼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 후보 측에서 당의 원내대표를 자신의 생각과 같은 분으로 내 세우려고 하는 것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 않나.

프레시안 : 이규택 의원은 원내대표까지 이 후보 측에서 낸다면 지나친 독식이 아니냐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동의하는가.

김재원 : 그 말씀이 지극히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그런 부분을 거론하면서 원내대표 선거에 임하는 것은 박 전 대표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본다. 그 분이 나서 원내대표를 하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의중이라든가, 박 전 대표가 세력을 잃지 않기 위해 그 분을 내 세운 것처럼 보인다면 진실과도 맞지 않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여전히 당 내의 갈등이 남아 있다. 검증과정이 워낙 혹독했기 때문에 양 세력이 과연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 관측이 많은 것 같다.

김재원 :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정치 세력이 편을 갈라서 대결했다가 다시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점들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프로들이 한나라당에는 모여 있다고 본다. 다만 진 쪽, 패자의 입장에서 보면 승자가 좀 더 배려해줬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프레시안 : 배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김재원 : 자리를 달라, 원내대표를 달라는 식의 주장은 전혀 아니고…. 박근혜 전 대표나 우리들이나 지금 깊은 산 속에 들어가서라도 목 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 아니겠나. 그런 마음상태를 이해하고 심적인 배려를 해 준다면…. 패자가 무슨 말이 있겠나. 당의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할 뿐인데….

프레시안 : 이재오 최고위원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 쪽 사람들이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어떻게 보는가?

김재원 : 일단 이 최고위원에 대한 '2선 후퇴론'은 우리 쪽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그 분들 내부에서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내가 왈가왈부할 입장에 있지도 않다.

박근혜 캠프 쪽이 반성하라는 이야기는 이재오 최고위원 정도라면 충분히 말씀할 여지 있다고 본다. 패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나. 반성해야지. 근데 서로 "네가 먼저 반성하라"고 삿대질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 않나. 이명박 후보도 당의 화합을 말씀하셨으니 그런 이야기 없이 가는 것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근혜의 유일한 길은 이명박 돕는 것"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는 외연확대를 이야기하면서 민주당-국민중심당 등과 새로운 정치동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략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김재원 : 전략 자체로 보면 성사만 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그렇게 가야 집권할 수 있다는 진단도 있었다.

다만 적어도 정치세력이라면 민주당이든 국중당이든 한두 명의 대표자가 아니지 않나. 그 대표자들은 수백 만 명의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는 분이다. 그분들도 자신들의 입장이 있고, 이데올로기적인 한계도 있을 수 있다. 자신들의 지지그룹이 있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연대하자"고 언론에 말하거나 직접 찾아간다고 해서 성사되긴 어렵다. 그분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우리 쪽에서도 모양이 나쁘지 않으려면 먼저 물밑교섭을 많이 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연대하자고 하는 것은 오히려 성사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프레시안 : 박 전 대표의 이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다. 박 전 대표의 선택지는 어디까지일까.

김재원 : 박 전 대표는 자신이 정한 원칙이나 정도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분이다. 경선에 참여했다가 졌다면 당연히 이긴 사람을 돕는 것이 당원으로서의 도리이자 경선에 참여한 후보의 대원칙이다. 이 후보를 돕는 것이 유일한 길이고, 박 전 대표도 헌신적으로 도울 것이다.

프레시안 : 하지만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당내에서 후보교체론이 일기도 했다.

김재원 : 그 쪽에 있었던 사람하고 박 전 대표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다. 인격적으로 비교할 대상이 아닌 사람들을 동렬에 놓고 역사적 사실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본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상당한 상처를 입는다고 해도 '박근혜 대안론'이 제기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인가.

김재원 : 그것은 기본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구도다. 이 후보가 상처를 입는다면 방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른 의도를 갖는다면 그것이 국민의 눈에 드러나지 않을 리도 없다. 나는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

프레시안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각종 '시나리오'들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뭘까.

김재원 :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개인적인 문제가 부각이 됐고, 그게 경선과정에서 소명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치열한 검증을 받고 그 과정에서 털 것은 털었다면 그런 이야기가 안 나왔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인생을 살지 않았다"는 식의 개인적 믿음으로 넘어 갔다. 후보가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니, 우리야 후보를 믿고 방어해야 하지 않겠나.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여권에선 지금까지는 공포탄이었고, 이제는 실탄을 쏘겠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김재원 : 내가 지지하지 않았던 후보였지만 그 분은 우리 당의 후보다. 그런 식의 이야기가 현실화 되지 않길 바란다. 만일 그게 현실화 된다면 후보를 보호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다. 힘들겠지만 어떻게 하겠나. 당원의 선택이자 국민의 선택이지 않나. 한나라당의 숙명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의 빠진 지지율을 흡수하지 못한 것을 패인으로 보는 분석이 있다. 동의할 수 있나.

김재원 : 지지율 문제에 있어서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 이 후보가 이긴 곳은 유일하게 서울과 호남이다. 예를 들어 영남권이나 충청권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1%가 빠진다면 그 표가 다 박 전 대표에게 온다. 대체효과가 거의 100%에 가깝다. 그런데 호남에서 1%가 빠지면 0.1~0.2%밖에 오지 않는다. 결국 호남의 이명박 후보 지지는 한나라당의 지지로 고착화된 것이 아니었다는 의미가 아닌가.

정말로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이명박 후보나 박근혜 전 대표나 정권교체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런 쪽에선 이명박 지지를 철회하면 박근혜로 온다. 그런데 또 다른 쪽에서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를 별로 원하지 않는 사람은 이명박이 아닌 것 같으면 다른 쪽으로 가거나 유보층으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10% 정도 빠지면서 박근혜 전 대표는 5~6% 올랐다. 다 흡수를 하지 못 한 것은 당연하지 않나?

범여권 주자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마음을 아직까지 정하지 못한 분들이 인기투표 형식으로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다. 유권자들이 정치구도, 선거구도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야의 구도가 명확히 선 다음 여론조사를 했다면 절대 이런 결과는 안 나왔을 것이라고 본다.

"조순형 나오면 한나라당 지지층 이탈할 수도"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 대 범여권의 1대 1 구도는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가?

김재원 : 1대 1이 되면 그나마 나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대통합 민주신당, 민주당, 그리고 한나라당의 3자구도로 가는 것이 오히려 힘든 구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민주신당 자체가 잘만 구성되면 호남권의 몰표를 얻을 수 있다. 정권교체를 막으려는 시도도 있고, 분명히 그 쪽으로 단합을 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나라당 지지층 상당수가 이탈할 수 있다는 여지를 준다면 결국 무서운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민주당으로 이탈할 가능성을 말하는 것인가?

김재원 : 조순형 의원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지금 내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민주당과 민주신당이 분열한다면 대권은 거저 먹는다는 발상으로 전략을 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조순형 의원과 이명박 후보의 지지층이 겹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인가.

김재원 : 우리가 오히려 범여권 세력에게 표를 주는 형국이 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두고 당 밖에선 '부패나 비리에 대해 너무 둔감해 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당이 그런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을까?

김재원 : 박 전 대표가 대표로 있던 시절에는 부패 이미지를 벗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잘 모르겠다. 강재섭 대표가 들어 와 참정치 운동본부를 만들고 윤리위원회에 외부의 분도 들어 왔다. 그런 지적은 제도는 잘 돼 있는데 제대로 실행이 안 된다는 것에 대한 회의가 아니겠나. 지금이라도 지키려는 의지만 있으면 잘 되리라고 본다.

프레시안 : 사실상 캠프 내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의혹 제기의 최전선에 섰던 의원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할 수 있겠나?

김재원 : (한숨) 당 소속 의원으로서 시키면 당연히 해야겠지. 다만 그 전에 이론무장은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프레시안 : 이론무장이란 무엇을 의미하나?

김재원 : 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논리와 근거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27일 박 전 대표를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김재원 : "잘못해서 죄송하다, 앞으로도 힘 내시라"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공천 못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안 물어보는가? 살생부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데(웃음)…. 그렇지 않아도 아내와 맥주 한 잔 마시면서 그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잘 됐다. 정치가 그런 것이라면 제 발로 나와라. 집에서 환영해 주겠다"고 하더라.

한 번 어떤 편이 돼 싸웠다가 지면 승복하고 상대방의 칼끝에 처분을 맡기는 게 맞지 않나. 안 된다고 조용히 눈빛만 줘도(웃음) 나는 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조용히 사라져 줄 것이다.

프레시안 : 힘든 시기에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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