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칩거를 이어가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향후 '정국구상'이 아직까지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데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선언할 여지가 사실상 전무한 만큼 이 후보가 제기한 '8월회동'은 불발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앞서고 있다.
"거절할 경우 역공하려는 것 아니냐"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박근혜 캠프에서 대변인을 지냈던 김재원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먼저 박 전 대표 측에 의사를 타진한 것도 아니고 공개적으로 언론을 향해 이야기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상대방이 (자신과) 만나는 것을 원하는지도 알아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나오라는 것 아니냐"면서 "혹시라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만남을 제기했다가 박근혜 전 대표가 거절할 경우 당의 화합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공세를 취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유정복 의원도 "박 전 대표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후보가 구체적 회동 제안을 한 것도 아닌 만큼 뭐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움직이는 박근혜, 일단 '거리두기'
다음 주부터 외부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표가 당장 내놓고 있는 계획도 이명박 후보의 '화해 구상'과는 거리가 있다.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칩거를 이어가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오는 27일 선대위 관계자 80여 명과 시내의 한 중식당에서 만나 만찬회동을 연다는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홍사덕-안병훈 전 공동선대위원장과 서청원, 최병렬 상임고문 등 핵심 측근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지리산에서 열릴 예정인 국회의원-당원협의회 위원장 연찬회 등 당의 공식행사에 참석할 가능성도 아직까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당 내의 분위기도 아직까지 '화합'를 논하기엔 일러 보인다. 극단적 분열상을 거듭해 온 경선과정의 상처가 아직 그대로 상존해 있는 데다,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둘러싼 ''당 접수' 논란이 새로운 갈등의 씨앗을 낳고 있는 상황. 게다가 애써 '화합'을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도 정작 화합의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구상을 내 놓은 게 없기 때문이다.
'핵심 5인방 회동'도 사실상 무산
한편 강재섭 대표가 주선했던 양 캠프 '핵심 5인방' 간의 '화합 회동'도 사실상 무산됐다.
애초 강 대표의 구상은 이 후보를 지원했던 박형준, 진수희, 주호영, 정두언, 정종복 의원과 박 전 대표 측의 김재원, 이혜훈, 유정복, 유승민, 최경환 의원 등 양 진영의 핵심 측근들을 오는 27일 한 자리에 모아 '화해와 화합'의 모양새를 연출한다는 것.
그러나 정두언 의원은 23일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기적으로 부적절해 안 할 것 같다. 지금 당과 후보의 관계 등 여러 일이 혼란스러운 만큼 정리가 된 다음에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표 측의 김재원 의원은 "불참키로 했다"고 말했고, 중국을 여행 중인 이혜훈 의원도 귀국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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