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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걷는 거, 제대로 걷자!

[민들레]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걷기

인간의 걷기는 단순히 이동을 위한 것은 아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렇다. 굳이 이동을 위해서라면 자동차나 비행기를 이용하면 된다. 오늘날 걷기는 오히려 인간다움을 구현하기 위한 어떤 의례가 되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 걷는 것 또한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산책은 무엇보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행위일 것이다. "나는 산책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 법하다. 산책은 이동을 위한 걷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걷기라고 할 수 있다. 산책하는 인간은 쉬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

걷기만 해도 좋지만, 기왕 걷는다면 제대로 걷는 것이 더 좋다. 잘 걸으면 덜 피곤하고, 몸도 더 좋아진다. 잘못 걸으면 쉬 피로해지고 지나치면 몸이 상할 수도 있다. 걷기는 숨쉬기 만큼이나 익숙해서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행위이지만, 현대인의 경우 깊고 고른 숨쉬기가 잘 안 되는 것처럼 제대로 걷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한국인의 경우 좌식 생활 습관 때문에 고관절이 벌어져 팔자걸음을 걷게 되거나 몸에 맞지 않은 학교 책걸상 때문에 골격이 틀어지고 걷기 자세가 나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누구나 태어나서 한두 해만에 걷기를 터득하지만, 대부분 걷는 법을 새롭게 배워야 할 만큼 걷는 자세가 좋지 않다.
최근 걷기 바람이 불면서 잘 걷는 법을 가르쳐주는 걷기 교실도 생겨나고, 다양한 워킹법이 등장했다. 잘 걷는 법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걷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개미가 지네에게 '그 많은 발을 어떤 순서로 움직이는 거냐'고 묻자 지네가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걸음이 헷갈려 걸을 수 없게 되었다는 우화처럼, 다양한 걷기 이론 때문에 자연스러운 걷기가 오히려 방해받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유행하는 몇 가지 워킹법을 살펴보면서 잘 걷는 법을 찾아보자.

마사이 워킹, 파워 워킹, 노르딕 워킹

▲ 마사이 워킹 시연행사 한 장면. ⓒ연합뉴스
먼저, '마사이 워킹'은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 사는 마사이족의 걸음걸이를 연구한 스위스인 칼뮬러에 의해 널리 알려진 워킹법이다. 신발 업체의 마케팅이 가세하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된 워킹법이기도 하다. 육식을 주로 하면서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고, 허리나 관절 질환을 앓지 않는 마사이족을 연구한 칼 뮬러는 그 원인이 걷는 방식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발뒤꿈치부터 땅에 닿은 후 몸의 무게 중심을 발바닥 가운데와 발끝으로 옮겨가며 (엄지)발가락으로 땅바닥을 힘껏 뒤로 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마사이족이 걷는 방법이다. 사실 맨발로 걸으면, 누구나 이렇게 걸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마사이족 워킹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마사이족에게 특별히 전승되는 별다른 워킹법이 있는 게 아니라, 신발 없이 맨발로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걷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사이족 워킹'의 다른 이름은 '맨발로 걷기'인 셈이다.

'마사이족처럼 걸을 수 있는 신발'이라며, 시중에 여러 종류의 신발이 나와 있는데, 대부분 앞뒤로 10도 이상 들려 있고 발바닥 중간 부분이 불룩 튀어나와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발목을 별로 쓰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앞뒤로 기우뚱하면서 앞으로 나가게 된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이런 운동화를 신고 오래 걸으면 앞뒤로 들린 신발의 각도 때문에 발목과 발가락 관절, 힘줄, 근육을 그만큼 덜 사용하게 돼 걷기의 효과도 반감될뿐더러 무릎과 허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워 워킹'은 일반적인 걷기의 운동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고안된 운동이다. 일반 워킹이 체지방 소모율은 높은 반면 운동 강도가 약해 체력이나 근력 강화가 부족하다면, 시속 6~8킬로미터(km)로 걷는 파워 워킹은 심폐지구력을 유지시키고 근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복부에 힘을 주고 무릎을 편 상태로, 팔꿈치를 90도로 굽혀 앞뒤로 힘차게 흔들면서 걷는 워킹법이다.

하지만 팔을 굽혀 힘차게 흔들면, 등 근육이 긴장되면서 허리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파워 워킹을 오래 한 사람 중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또한 무릎을 펴고 힘차게 걷다 보면, 무릎 관절에도 무리가 간다. 오십견 증상이 있거나 구부정한 후만등을 가진 사람에게 역시 파워 워킹의 팔 동작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치료 효과를 보는 데서 그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계속하게 되면, 오히려 척추만곡이 사라지면서 등이 평평해지는 수가 있다.

▲ SBS <모닝와이드>, 2월 28일 자 화면 갈무리. ⓒSBS

'노르딕 워킹(Nordic walking)'은 양손에 스틱(지팡이)을 들고 걷는 것인데, 스틱에 체중을 분산함으로써 허리와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래서 나이 든 이들에게 부담 없는 운동으로 알려졌다. 원래 핀란드 스키 선수들이 여름 훈련을 위해 고안한 것으로, '폴 워킹'이라고도 부른다. 스틱(노르딕 폴)을 흔드는 동작 때문에 전신 운동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폴을 드는 팔의 각도가 파워 워킹과 비슷해 유사한 점이 많다.
노르딕 워킹은 무릎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스틱은 걷기에 오히려 걸리적거릴 수 있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손을 자연스럽게 편 상태로 팔을 흔드는 것이 걷기에 가장 좋은 자세라고 한다면, 아무리 가볍고 기능이 뛰어난 스틱이라 해도 빈손보다 나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릎 관절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라면 스틱에 의지하기보다 무릎을 약간 굽힌 자세로 걷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원래 지팡이는 두 발로 걷기가 불편한 사람을 위한 보조기구이지 멀쩡한 사람들이 걷기 위해 의지할 도구는 아니다.

노르딕 워킹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걸으면서 자연을 해치기가 쉽다는 것이다. 포장된 길이 아닌 경우 스틱으로 땅을 찍으면서 걸으면 자칫 땅속의 생명까지 해칠 수도 있다. 길을 걸을 때도 개미나 벌레를 밟지 않도록 주의하는 불가의 규율은 오늘날 생태주의의 심원이기도 하다. 걷다 보면 부지불식 간에 밟아 죽이게 되는 숱한 벌레들을 생각하면 발걸음도 조심스러운데 쇠지팡이로 땅을 찍으면서 걷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

트랜스 워킹 또는 인디언식 걷기

▲ <트랜스워킹>(서정록 지음, 샘터 펴냄) ⓒ샘터
인디언 문화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서정록 씨는 인디언에게 독특한 걷기 방식이 있다고 한다. 가장 큰 특징은 무릎을 살짝 굽힌 상태에서 걷는 것이다. 인디언들도 마사이족과 마찬가지로 흔히 맨발로 걷는데, 무릎을 살짝 구부리는 점이 마사이족과 다른 점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겨난 걸까.

인디언 문화에서 독특한 것이 달리기 문화이다. 전령들은 말을 타지 않고 두 발로 달려서 이 부족에서 저 부족으로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300킬로미터(km) 정도의 거리를 하루 이틀 만에 다녀오는 믿기 힘든 기록이 전해진다. 부족 대부분은 달리기를 성장기 아이들의 주요 훈련 과정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달릴 때 누구나 무릎을 살짝 굽힌 자세로 달린다. 체중의 충격을 감소시키기 위한 본능적인 자세이기도 하고, 다리를 빨리 움직이기 위한 동작이기도 하다. 이는 빨리 걸을 때도 마찬가지다. 또한 살금살금 걸을 때도 무릎을 굽힌 자세로 걷게 된다. 인디언들이 왜 무릎을 살짝 굽힌 자세로 걸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로 추측해볼 수 있다.

추측건대, 유목인인 마사이족과 달리 인디언의 경우 사냥을 많이 하기 때문에 걸음걸이가 사냥꾼의 걸음을 닮은 것일 수도 있다. 소리 나지 않게 사냥감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무릎을 굽힌 자세로 살금살금 걸어야 한다. 인디언들의 사냥 규칙은 10보 정도의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가서 일격에 사냥감의 숨을 끊는 것이다. 동물에게 고통을 덜 주기 위함이다. 그러자면 고도의 훈련이 요구된다. 소년들은 어려서부터 짐승의 뒤를 추적하는 기술을 습득한다.

그보다 더 주요한 원인으로는 지질적인 요인도 있을 것이다. 마사이족이 사는 지역은 스텝 기후 지역으로 광활한 초원이어서 맨땅이 별로 없고, 유목 생활을 하는 마사이족은 대부분 풀밭 위를 걷는다. 맨발로 오랫동안 걸어도 무릎에 별로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지질적 환경인 셈이다. 반면에 인디언들이 사는 환경은 딱딱한 맨땅이 많은 편이어서 맨발로 오랜 시간 걸으면 발과 무릎에 충격이 갈 수 있다. 무릎을 살짝 구부리면 충격을 훨씬 줄일 수 있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무릎을 살짝 굽히면 저절로 복식호흡이 되면서 쉬 피로해지지 않는다. 흔히 '기마자세'라고 부르는 이 자세는 많은 수련법에서 권하는 기본자세이기도 하다. 서정록 씨는 인디언의 이런 걷기 방식을 일컬어 '트랜스 워킹'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일종의 황홀경 상태에 이르게 하는 걸음이라는 뜻이다. 마라토너들이 흔히 경험한다고 하는 트랜스(trance, 몽환(夢幻)으로 번역 가능하다) 상태와 비슷한 경험을 걷기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전통 풍물놀이에 '굴신 동작'(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 저크(jerk)라고도 한다)이라는 것이 있는데, 장단에 맞춰 몸을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서서 풍물을 칠 때는 다리를 약간 구부린 상태에서 리듬에 맞춰 춤추듯이 걷는데, 이 동작이 트랜스 워킹과 닮았다. 장단이 빨라지면 걸음걸이도 따라서 빨라진다. 우리 몸에 가장 부담이 없는 장단이 굿거리장단일 것이다. 오랜 시간 움직여도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도 굿거리장단에 맞춰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오히려 힘이 덜 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풍물놀이를 하는 이들이 트랜스 상태에 보다 쉽게 이르는 것은 소리가 미치는 영향에 더해 이런 굴신 동작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허리 보행, 또는 몸통으로 걷기

성악가들은 자세가 나쁘면,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소리가 나빠진 가수의 경우, 자세를 관찰하면 대부분 등이 구부정해지거나 목뼈가 앞으로 나온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간은 자신이 들을 수 있는 소리만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프랑스의 의학자 알프 레 토마티(R. Tomatis)는 많은 성악가를 치료하면서 자세와 청각, 발성기관의 연관 관계를 밝혔다.

테너 가수 신광홍 씨는 '노래하는 걷기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탈리아 유학시절 파바로티에게 "배에 너무 힘이 들어가 몸이 굳어 있고 따라서 호흡이 좋지 않다"는 조언을 듣고 자신의 걸음걸이와 자세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발성을 위해 나름 단전호흡과 걷기 운동을 많이 한 것이 오히려 좋은 발성에 방해가 되었음을 깨닫게 되면서 '허리 보행'이라는 나름의 걷기 노하우를 개발하게 된다.

다리 힘으로 걷는 게 아니라, 다리의 힘을 빼고 몸의 축인 허리를 중심으로 엉덩이의 중둔근과 소둔근을 써 다리를 들어 올려 걷는 방법이다.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장기의 활동이 원활해지고, 횡경막이 잘 움직여 폐 활동도 좋아지면서 호흡이 깊고 안정된다. 몸이 전체적으로 이완된 상태로 걷게 되어 쉬 피로하지 않게 된다. 허리 보행 또한 몸통으로 걷는 한 방법인데, 단점을 꼽자면 팔을 별로 흔들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걸을 때 팔을 흔들면 몸통이 좌우로 비틀리면서 스핀 작용이 일어나면서 걸음을 절로 내딛는 것 같은 효과가 생긴다. 팔다리를 서로 어긋나게 움직일 때 척추가 살짝살짝 비틀리면서 정렬되는 효과도 있다. 걷는 방법을 가르치는 많은 이들이 팔 흔들기를 강조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몸통으로 걷는다는 느낌을 갖고 팔다리를 시원시원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쉬 지치지 않는 걸음걸이인 것은 분명하다.

▲ 지난 8일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 일대에서 '제2회 함양군민 가족 건강 걷기대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걷기 본능 일깨우기

걷기는 타고나는 본능이고, 제대로 걷는 법은 사실 어렵지 않다. 자연스러운 걷기 본능에 충실할 일이다. 하지만 이미 몸에 익은 잘못된 걷기 습관과 자연스러움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골격이 틀어진 경우 대개 양 다리의 길이가 미세하게 차이가 나는데, 이를 바로잡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접골사인 이소가이 씨는 많은 질병이 골격이 틀어진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고 골격을 바로잡는 '이소가이 요법'을 고안해 널리 보급했다.(한국에서는 '바른몸연구회'에서 비슷한 정체 요법을 보급하고 있다.) 제대로 걷기만 해도 골격이 바로잡히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골격을 바로잡는 운동을 병행하면서 걷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과 성장을 위해서도 걷기와 친해지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몸이 탄력을 잃고 탈것에 익숙해져 이미 걷기를 싫어하게 된 아이일지라도 걷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잘 배려하면 바뀔 수 있다.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을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몸을 지닌 이상 아름다운 숲길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길과 친해지면 걷기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자연 속을 걷다 보면, 아이들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야생성이 깨어난다. 걷기를 즐길 수 있는 아이라면, 자라서 자기 길을 찾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길 찾기는 걷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걷자. 아이들과 함께.

*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격월간 교육전문지 <민들레>와 함께 대안적인 삶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민들레>는 1999년 창간 이래,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구현하고자 출판 및 교육 연구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은 곧 학교 교육'이라는 통념을 깨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다양한 배움'의 길을 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민들레>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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