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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리 하나면 이 겨울 감기도 끄떡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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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리 하나면 이 겨울 감기도 끄떡 없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감기 막는 두 가지 방법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목이 칼칼하고 몸살기가 살짝 있어요."
"몸이 나른하고 오싹오싹 한기가 드는 게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아요."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고, 두통에, 콧물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네요."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감기 때문에 진료실을 찾는 분들이 점차 늘어납니다. 환절기에는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의 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감기에 걸립니다. 여기에 차고 건조해진 공기, 중국에서 날아온 물질들까지 더해진 대기오염, 난방으로 인한 실내외 온도차가 더해지면 우리 몸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이 애를 써야 합니다. 그런상황에 과로와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더 이상 견딜 재간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같은 감기라 해도 그 증상은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목이 붓고 고열이 나면서 몸살이 심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콧물과 재채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분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상담 내내 인상을 찡그리고 있기도 합니다. 감기만 걸리면 소화가 안된다는 분도 있지요. 때론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고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기를 한달 이상 반복하기도 하고, 다른 증상은 나았는데 평소 잘 생기던 비염이 낫질 않거나 기침이 떨어지지 않아 고생하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나 노인분들은 감기를 앓고 난 이후 입맛이 떨어지고 몸이 피곤해서 힘들어 하기도 하구요. 같은 씨앗을 심어도 토질에 따라 꽃과 열매가 달라지듯, 같은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와도 각자의 몸 상태에 따라 다른 증상들이 생기는 것이지요.

감기(感氣)는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기운에 감촉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순간적으로 몸에 오싹할 정도의 찬 기운을 느낀 후부터 감기 증상이 시작되었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영어로도 ‘catch a cold’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몸에 차가운 기운이 들어와서 감기에 걸린다는 인식은 동서양이 동일한 듯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감기를 설명할 때 기운이 적어졌다는 의미로 '감기(減氣)'라는 말을 즐겨 씁니다. 내 몸의 방어력이 감기바이러스의 침입을 별 문제 없이 처리할 만한 여유가 없어졌다는 의미인데, 요즘 말로 하면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감기를 예방하는데 중요한 면역력 형성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다들 아시는 대로 그것은 바로 평소에 좋은 생활습관을 갖는 일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수면과 낮 동안의 적당한 신체활동 그리고 균형 잡힌 식사입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의 소모를 줄이고 우리 몸이 회복하는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와 물질적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지요. 이것은 감기 뿐만 아니라 모든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있어 공통된 사항이기도 합니다. 우리 몸과 마음에 여력이 있어야 그것을 치유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의 예방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실내의 온도와 습도를 높여주는 것이 좋으며, 외출 후에 양치질을 해서 인두점막이나 코의 점막에 붙은 바이러스를 제거해 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또한 비타민 C와 E가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감기感氣는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기운에 감촉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순간적으로 몸에 오싹할 정도의 찬 기운을 느낀 후부터 감기 증상이 시작되었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제가 감기 환자분들에게 권하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목을 따뜻하게 하는 것입니다. 목도리를 하거나 목이 높은 티를 입는 방법을 통해 목을 따뜻하게 해주면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어 감기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일종인 리노바이러스는 정상체온보다 낮은 온도에서 증식을 잘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목을 따뜻하게 하고 체온을 잘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예방과 치료에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또한 목 주변에는 풍부혈, 풍지혈, 예풍혈, 풍문혈 처럼 ‘風 ’자가 들어간 혈자리가 여러 곳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경혈들이 외부의 기운에 감촉되는 통로이자 이로 인한 증상을 다스리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혈자리 주변을 따뜻하게 감싸주면 찬기운에 의해 몸이 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치료에고 응용합니다. 실제로 가벼운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이 혈자리 주변을 겨자찜질이나 성질이 따뜻한 파스를 붙여서 따뜻하게 해주면 쉽게 회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다연한의원 김형찬 원장. ⓒ프레시안
다른 한 가지는 생강차를 자주 마시라는 것입니다. 생강은 성질이 따뜻하고 위장을 편하게 하면서 몸 속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는데 좋은 역할을 합니다. 생강차를 즐겨 마시면 몸을 따뜻하게 해서 체온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땀을 살짝 내어 우리 몸의 표면에 머물고 있는 찬기운을 몰아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생강을 채를 썰어 꿀에 재워 잘 숙성시켜 두었다가 적당량을 덜어 물과 함께 끓여 마시면 좋은데, 이 때 레몬 1-2조각과 홍차를 넣어 우려 마시면 감기예방과 함께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내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전에 인도여행을 하면서 피곤하고 몸살기가 있을 때 마다 이 차의 효과를 경험한 탓에 감기가 잘 걸린다는 분들에게는 자주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생강차도 과하게 마시면 좋지 않습니다, 하루 1-2잔, 일반적으로 차를 마시는 수준 정도면 충분합니다. 특히 평소 열이 많거나 위염이나 식도염이 심해서 속이 쓰고 아픈 증상이 있는 분들은 삼가는 것이 좋고, 차를 마시고 땀이 났을 때 찬바람을 맞으면 도리어 해가 되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낙엽이 지고 바람 끝이 차가워지면 한 해를 정리하고 재충천하면서 보내는 것이 자연의 리듬에 순응하는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은 그렇지가 못해서 계절에 관계없이 흘러갑니다.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할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손님이 바로 감기입니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생활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못해서 감기에 걸렸다면 무작정 약으로 증상을 없애가며 견디기 보다는 잠깐이라도 쉬어 가며 일상생활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감기는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몸과 마음을 따뜻해달라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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