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초·중등학생) 점심을 무상으로 주라는 말은 없다"며 무상 급식 예산 편성은 법상 의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보육 복지(누리 과정) 예산은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에 의거된 것으로 지방교육청이 우선 편성을 해야 하며, 무상급식은 교육감들이 주도한 재량 사업에 불과하다는 전날 청와대 주장의 연장선이다.
'아이들 밥을 공짜로 주란 법은 없다'는 최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 중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나왔다.
박 의원은 이날 무상급식은 헌법 31조가 무상으로 보장한 '의무 교육'의 한 축이라면서 '학교급식법' 3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적·재정적으로 (급식을) 지원하여야 한다"고 적시된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일방적으로 경남 지역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한 것은 위법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학교급식법을) 보면 '양질의 학교급식이 안전하게 제공' 이렇게 되어 있지 그 어디에도 공짜로 주라는 얘기가 없다"며 홍 도지사의 예산 지원 중단은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재정 지원은) 법적 강행 사항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한 헌법과 관련해서도 "아무리 봐도 점심은 공짜로 주라는 얘기는 단 한 마디도 안 나와 있다"며 "의무 교육은 맞지만 점심은 무상으로 주라는 말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의원이 "의무 교육에 포함되는 것은 무상으로 한다"는 뜻이라고 재차 설명하자 최 부총리는 아예 "점심 주는 게 의무 교육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에 사회를 보던 이춘석 새정치연합 의원이 나서 "초·중등 학생들의 수업료나 등록금을 공짜로 한다는 규정도 없지만 다 무상으로 하지 않느냐"며 "'점심값을 공짜로 하는 규정이 어디에 있느냐. 공짜로 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지급 못한다'는 답변 태도는 적절하지 못 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누리 과정 예산은 법에 근거"…野 "상위법에 모순"
이 외에도 야당 의원들은 누리 과정(무상 보육) 지원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사용하게끔 한 '유아교육법 시행령'과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은 상위법 위반임을 주장하는 데도 주력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1조에 따라 교부금이 나가는 대상은 교육기관, 교육행정기관으로 한정돼 있으므로, 두 기관에 속하지 않는 어린이집에 교부금을 쓰게끔 한 시행령은 상위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에 따르면 청와대와 정부의 "누리 과정 예산은 법에 근거가 있어 지방교육청이 재량 사업(무상 급식)에 앞서 예산을 우선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최 부총리는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 내내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이 상위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확인 결과 법제처 유권해석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거짓 답변'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이날 새정치연합 김현미·박완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의 해당 법제처 자료 요구에도 '바로 제출하겠다'고 여러 차례 답변했었다.
그러다 박원석 의원 측이 기재부 담당 직원으로부터 "법제처에 알아보니 유권해석 자료는 없다고 한다"는 답을 들은 후 최 부총리에게 재차 법제처 해석을 받은 게 사실이냐고 묻자, 그때서야 "용어를 잘못 쓴 부분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박 의원은 "종일 예결위원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국회가 시장판이냐"고 따져물었다.
정부가 이처럼 누리 과정으로의 교부금 사용을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과 상반되게, 국회 입법조사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과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이 상위법을 위반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박 의원은 "정부와 새누리당 일부 광역단체장들이 누리 과정 대 무상 급식이라는 갈등 구도를 만들고 여기에 청와대까지 가세해 국민 보기에 낯뜨거운 유치한 대립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재정이 어렵다고 말하는데 4대강에 22조 원 붓고 종합부동산세 깎아주어 그런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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