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실상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착각해 비정상을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대북정책이 특히 그러하다.
한반도가 처한 비정상적인 상황은 크게 세 가지이다. 분단, 정전체제, 전시작전권 문제가 바로 그것들이다. 분단은 내년으로 70년을 맞이하지만, 언제 이 장벽이 허물어질지 기약이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대박론'을 말한다.
그런데 '과정'은 없고 '결과'만 말한다. 남북관계 개선에는 극히 소극적이면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한반도 통일을 도와달라'고 호소한다.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정부의 통일정책을 바라보는 까닭이다.
한국전쟁의 역사적 쌍생아
작전권을 미국에 넘긴 지도 내년이면 65년째가 된다.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정전 상태도 벌써 60년을 훌쩍 넘겼다. 주권 국가가 이토록 오랫동안 작전권을 타국에 의존하는 것도, 정전사태를 그대로 두고 있는 것도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다. 비정상으로 따지면 이보다 더 비정상적인 것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작전권으로 대표되는 한미동맹의 종속성과 정전체제는 한국전쟁이 낳은 역사적 쌍생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전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 모두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대북정책 목표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겠다는 것도 사실상 사라져버렸다. 이러한 비정상을 고수하고 있는 구실로 북핵 문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다. 하지만 정작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DMZ를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이상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 자신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유독 북한을 겨냥한 표현의 자유에는 너무나도 관대하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규제할 수 있는 '삐라' 살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삐라 살포는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북정책 브랜드인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에도 상당한 위협 요인이다.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그러나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DMZ를 평화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신뢰구축이 기본에 해당된다. 그러나 고위급 접촉 무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삐라 살포는 이와 양립할 수 없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반북 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살포된 삐라의 양은 10억 장을 훌쩍 넘긴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인 3~4억 장이 DMZ로 떨어졌다고 가정해보라.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뢰가 묻혀 있는 땅에 비닐 재질로 만들어져 잘 썩지도 않는 삐라까지 뒤덮고 있는데 세계평화공원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비정상적인 북한, 이상한 대북정책
북·일 관계와 북·미 관계를 보는 정부의 시선도 삐딱하기만 하다. 북·일 관계는 지난 5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새로운 물꼬가 트인 상황이다. 오랫동안 교착상태를 면치 못했던 북·미 관계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 및 미국인 억류자 석방을 통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이는 환영하고 또 적극 협력해야 할 사안이다. 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미, 북·일 관계도 좋아져야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일 삼각 구도에 균열을 내려는 북한의 시도는 잘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견제하는데 바쁘다.
북한은 비정상적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닌 나라이다. 여기에는 북한 자체의 모순도 크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경제제재와 정전체제, 그리고 핵심 국가들과의 적대적 관계 등 남북관계 및 국제적 제약에도 큰 원인이 있다. 북한 자체의 모순과 남북관계 및 국제적 제약 사이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한반도 전체는 비정상의 늪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
이는 곧 한국 등 관련국의 대북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대오각성을 거듭 촉구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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