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있거나 급한 용무가 있는 날이 아니면 점심을 먹고 나면 골목길을 걷습니다. 도심 속에 있지만 아파트는 별로 없고 오래된 주택들이 많은 동네다 보니 햇볕을 쬐며 슬슬 걷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진료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다 보니 30분 남짓이지만 하루 중에 하늘을 마주하는 얼마 안되는 소중한 시간이지요.
처음 이 곳에 왔을 때는 이곳저곳으로 이어진 골목길이 상당히 복잡해서 길 눈이 어두운 탓에 종종 길을 잃기도 했습니다. 물론 조금만 돌다보면 이내 익숙한 길이 나오기 때문에 그럴 때면 혼자 피식~ 웃고 말았지요. 봄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핀 담을 따라 걷다 목련꽃이 핀 카페에서 차를 테이크아웃 하고, 여름에는 담쟁이 넝쿨이 무성한 길을 따라 걷다가 노인정 앞 느티나무 아래서 잠시 쉬기도 합니다. 가을이 되면 길 건너 편 길위로 올라가 성곽길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 매일 매일 변하는 산의 모습을 지켜보고, 겨울에는 햇볕이 잘 드는 길을 골라 걷다가 들어오곤 하지요. 걷다 보면 이전에 봤던 환자분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되는데, 인사만 나눌 때도 있고 때론 한참 서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런 날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발걸음은 가벼워집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젊은 분들이 만성적인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가 않고 늘 피곤해서 하루에도 커피를 몇 잔씩 마신다고 합니다. 휴일에는 주중에 못 잔 잠을 보충하느라 늦잠을 자거나, 주중에 미뤄 뒀던 일들을 하느라 짬이 없다고들 하지요. 운동은 좀 하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이 시간이 없어서 혹은 피곤해서 못 한다고 합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는 분주한 사회다 보니, 학업과 직장생활에 매인 젊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말 자기 한 몸을 돌 볼 겨를도 없이 바쁘다면(대부분은 귀찮음에 대한 변명이지요) 이건 문제가 있습니다.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어느 날 병원신세를 톡톡히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몸은 힘든데 시간이 없다는 분들에게는 하루 30분만 자신을 위해 쓰라고 말씀드립니다. '30분 건강법'은 아이와 놀아주느라 운동할 시간이 부족해진 제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좀 더 많은 시간을 건강을 돌보는데 쓰면 좋겠지만 앞으로 소개하는 정도만 꾸준히 해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앞으로 소개할 방법들은 몸짱이 되거나 힘이 세지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데 식스팩이나 알통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좋은 건강을 유지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체로 몸과 마음이 부드러운 분들이 많습니다. 몸과 마음에 힘을 잔뜩 주고 살면 목이 뻣뻣해지고 풍이 오기 쉬울 뿐입니다.
아침의 30분이 바꿀 수 있는 것들
꿀 같은 아침잠 30분을 포기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깊이 자다가 정시에 딱 눈을 뜨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일어나야 하는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알람을 맞춰 두고 그 때부터는 선잠을 자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시간을 본인의 건강을 위해 쓰는 것이지요.
잠자리에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그 자리에 앉아서 잠깐이지만 오늘 하루 혹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소망을 떠올려 봅니다. 누워서도 엎드려서도 가능하지만 다시 잠들기 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거나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은데, 이것은 우리 뇌가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쯤에서 덜 깨어 있을 때 좋은 암시를 거는데 효과적입니다. 뇌에 좋은 코드를 반복적으로 심어주면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 또한 바뀔 수 있습니다. 같은 현상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것을 뇌가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다른 사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물을 한잔 마십니다. 이 때 찬 물을 바로 삼키지 말고 입에서 조금 머금어서 냉기를 가시게 한 후 삼키는 것이 좋습니다. 밤새 땀을 통해 배출된 수분을 보충하고 위장에 지금부터 하루를 시작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지요.
이 후에는 가볍게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을 합니다. 특정한 방법이 아니어도 신체 각 부분의 관절을 고루 움직여 주고, 쭉쭉 펴주는 정도로 하면 됩니다. 앉아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면 목과 어깨 그리고 허리를 좀 더 정성스럽게 풀어주고, 서서 일을 한다면 하체의 관절과 골반 그리고 허리에 신경을 더 쓰면 좋겠지요.
이렇게 몸을 풀어주고 나면 보통의 경우, 자연스럽게 장에서 반응이 옵니다. 그럼 장을 비우고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굳은 몸과 마음을 풀어내고 묵은 것을 비워낸 후 시작하는 하루는 분명 어제와 다를 것입니다.
해와 함께 한 30분 걷기, 골다공증 예방된다
도시의 직장인들이 맨살에 햇빛을 쬐고 코끝에 바람을 느끼는 시간은 참으로 적습니다. 그나마 건물 밖으로 나와서도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걸어야 하고, 차 속에 갇혀있기 쉽지요. 출근해서 퇴근 할 때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계속 당기기만 하면 시위는 늘어지거나 끊어지는 법. 점심을 먹고 나서는 잠시 긴장의 끈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좋은 것은 걷는 것입니다. 몸을 꽉 조이는 옷은 약간 느슨하게 하고, 마음의 긴장은 살짝 풀어 놓고 그리고 머리는 나사 하나쯤 빼 놓은 듯한 기분으로 내 다리의 리듬에 맞춰 걷는 것입니다. 햇볕이 잘 들고 나무나 꽃이 있는 길이면 더 좋겠지요.
그렇게 걷다 보면 머리와 심장으로 쏠려 있던 기운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오전내 골머리를 썩이던 문제가 불연 듯 풀리기도 하지요. 게다가 식후에 걸으면 소화가 잘 될 뿐 아니라 비타민D의 합성에도 도움이 되니 약이나 주사 없이도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숨 쉬기 운동만 한다고요? 숨 쉬기 30분이 우리 몸 바꾼다!
운동을 안하는 분들은 우스갯소리로 숨쉬기 운동만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숨쉬기 운동도 제대로만 하면 우리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인해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기 쉬운 시대에는 숨을 잘 쉬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요령은 간단합니다. 혀끝을 입천장에 가볍게 대고 입은 살짝 미소 짓듯이 다물고 코로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는 것입니다. 이때 들이쉰 숨이 배꼽아래까지 이른다고 생각을 하면 좋습니다. 그렇다고 아랫배에 힘을 주거나 억지로 숨을 참을 필요는 없습니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한 호흡에 20초 정도를 하다가 익숙해지면 30초 정도까지 늘입니다. 1분에 두 호흡이니 10분이면 20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지요. 이렇게 오전, 오후 그리고 자기전에 10분씩 하루 30분 정도 숨쉬기 운동을 합니다. 처음에는 시계를 보고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은데, 조금 하다보면 시간에 대한 감이 생기므로 시계 없이도 가능해집니다. 일상의 모든 일을 하면서도 할 수 있고 비용도 전혀 들지 않지만,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남긴 흔적을 지우는데 이만한 방법도 없습니다.
백조는 우아하게 물위에 떠 있기 위해서 수면 아래서 끊임없이 발을 움직입니다.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그럴싸하고 특별한 방법을 잠깐 하고 마는 것은 인생이란 장거리달리기에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별 거 아닌 좋은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이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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