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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꿈치가 쩍쩍 갈라지는 현대인, 그 이유는?

[민들레] 발을 '제2의 심장'이라 부르는 것도 부족하다

발은 '제 2의 심장'이다

맨발로 하루에 평균 3만보를 걷는다는 마사이족의 발에는 굳은살이 없다고 한다. 뒤꿈치가 쩍쩍 갈라지거나 발바닥이나 발가락 모서리에 딱딱한 굳은살이 박여 있는 사람은 오히려 발을 늘 감싸고 다니는 문명인들이다.

굳은살이 생기는 까닭은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걷지 않고, 걸을 때도 두꺼운 밑창이 붙은 신발 때문에 발의 관절과 근육을 쓰지 않게 되면 발에 피가 잘 돌지 못한다.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는 발가락에까지 와서 되돌아가는데, 발을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피돌기가 더딜 수밖에 없다. 걸을 때 발의 규칙적인 운동은 발의 혈관으로 하여금 심장처럼 규칙적인 박동을 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발이 정맥 펌프 기능을 하는 것이다.

▲ 충청북도 보은군 '선애빌'에는 '인생의 8가지 길' 맨발 걷기 코스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종아리에도 정맥펌프 기능을 하는 근육이 있다. 종아리에 흐르는 정맥을 감싸고 있는 가자미 근육은 우리가 걸을 때면 수축과 팽창을 되풀이하면서 정맥을 리드미컬하게 압박한다. 차렷 자세로 오래 서 있으면, 발바닥이 눌린 상태에서 가자미 근육도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로 정맥을 계속 압박하게 되어 피가 순환하지 못하게 된다. 운동장에서 아침 조례 때 쓰러지는 학생들이 생기는 원인이다. 허약한 여학생들만 그런 게 아니다. 영국 왕실 의장대 병사도 가끔씩 기절해 쓰러진다.

정맥류가 생기는 것도 피가 잘 돌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의 역류를 막기 위한 우리 몸의 장치인 정맥 판막은 발 쪽에서 피가 공급되지 않으면 닫힌 상태로 있게 되고, 상황이 악화되면 피가 역류되기도 한다. 장딴지에 있는 대복재정맥과 소복재정맥의 판막이 고장 나 역류가 발생하여 두 정맥의 가지에 해당하는 장딴지 정맥들이 부풀어 올라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오는 현상이 하지정맥류다.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이 증상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굽이 높은 신을 신고 오래 걸어도 정맥류가 나타날 수 있다. 정맥류를 막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발 운동, 다리 운동을 하고, 발가락 관절을 움직여줘야 한다.

우리는 흔히 심장이 펌프질을 해서 피를 순환시키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심장의 펌프질만으로 피가 우리 몸을 돌기에는 심장의 펌프질은 너무 약하고, 우리 몸의 혈관은 너무 많고 길다. 성인 몸의 혈관을 모두 한 줄로 잇는다면 2000킬로미터(km)가 넘는다. 물의 특성에 대해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했던 빅터 샤우버거에 따르면, 물이 관을 타고 흐를 때면 나선형 운동을 하면서 자체 동력이 생겨난다고 한다. 하수구에 물이 빠져나갈 때처럼 소용돌이치면서 관 속을 나아가는 것이다. 슈타이너는 피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동맥과 정맥 속을 이동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심장의 펌프질로 피가 그 먼 길을 돌 수는 없다. 모세혈관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모세관 현상이라는 또 다른 물리법칙이 작용한다. 뿌리에서 흡수한 수분이 나뭇가지 꼭대기로 이동하여 나뭇잎 하나하나의 잎맥에 이르기까지 수액이 퍼질 수 있는 원리와 비슷하다.

피가 잘 돌기 위해서는 심장이 튼튼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피가 혈관 속에서 소용돌이치며 흐르기 위해서나 가느다란 모세혈관을 따라 흐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혈관이 건강해야 하고, 피가 맑아야 한다. 그리고 발을 부지런히 놀려 피가 심장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걷기는 심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심장병 예방과 치료에 올바른 걷기만큼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선애빌' 맨발 걷기 표지판. ⓒ한국관광공사

발은 손보다 더 예민하다

발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제2의 심장'이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우리 몸의 말초신경의 50퍼센트가 두 발에 몰려 있다. 알고 보면 발은 손보다 더 예민한 감각기관이다. 발바닥이 손바닥보다 간지럼을 더 타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발은 손보다 더 성적인 부위이기도 하다. 발 페티시(fetish, 집착)는 있어도 손 페티시는 없다. 때문에 발은 수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중국의 전족 풍습은 인류 역사상 여성에게 가해진 가장 가혹하고도 어리석은 풍습 중 하나일 것이다. 전족은 송나라 때인 10세기부터 시작되었는데, 여자아이들의 발을 3~5세 때부터 엄지발가락 이외의 발가락을 발바닥 쪽으로 구부려 묶어 헝겊으로 동여매고 조그마한 신에 고정시켜 일 부러 기형적인 발로 만든 것이다. 청나라 말인 19세기에 이르면 여성의 노동력이 필요한 빈민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시행할 만큼 전족이 널리 유행했는데, 1949년 중국 공산당이 강력한 전족 폐지 법령을 만들어 반포하면서 비로소 사라졌다.

전족을 시작한 첫 한두 해는 고통이 너무 심해 "작은 발 한 쌍에 눈물 한 독"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전족으로 심하게 변형된 발은 10~15센티미터(cm)를 넘지 않는데, 네 발가락이 발바닥 안쪽으로 접혀서 제대로 걷지 못하고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걷게 된다. 여성들을 집안에 가두고 남성들의 성적인 자극을 위해 여성의 신체를 가혹하게 억압한 이런 풍습이 당시 세계 최고의 문명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 1000년 가까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인류의 지성을 의심하게 한다. 우리 발에는 각각 26개의 뼈와 38개의 관절, 그리고 수많은 미세 근육들이 있다. 손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는 셈이다. 발가락 길이가 손가락에 비해 짧아 섬세한 작업을 하기는 힘들지만, 손을 못 쓰는 사람들이 발로 웬만한 일을 다 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구족화가들의 작품을 보면 인간의 발이 걷는 데만 쓰이는 신체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 몸의 12경락 중 6개의 경락이 발 쪽으로 흐르고 있는데, 장기를 경유하는 대부분의 경락이 발끝까지 흐르고 있다. 걸으면 장기의 기능이 좋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발 마사지가 전신 마사지 못지않게 건강에 좋은 까닭도 충분히 근거가 있다. 우리 몸의 순환계에서 발이 하는 역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다면 발에 더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얼굴에 들이는 정성의 절반만 발에 들여도, 미용 면에서도 훨씬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발이 변형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발바닥의 오목한 부위를 일컬어 '족궁'이라 부른다. 궁형(아치형)을 이루고 있는 부위라는 뜻이다. 건축물의 아치가 무너지면 건물이 붕괴되듯이 발의 아치가 무너지면 신체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내과 전문의이자 발 전문가이도 한 숄(W. M. Sholl) 박사는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90퍼센트가 발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족궁이 무너져 발바닥이 편평한 발을 일컬어 평발(편평족)이라 한다. 평발인 경우 장시간 걸을 수가 없기 때문에 한때는 병역 면제 사유가 되기도 했는데, 요즘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면제 대상이 아니다(면제 사유는 증상에 따라 2급에서 5급까지 세밀하게 분류된다).

옛날에는 평발인 경우가 흔치 않았는데 점점 그 수가 늘어나 최근에는 성인 전체 인구의 5~6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잘 걷지 않고, 비만이 늘어나고, 밑창이 두껍고 딱딱한 신발을 많이 신는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후천적으로 평발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선천적인 평발은 평발 전체의 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평발인 사람 열에 아홉 이상이 후천적이다.

요즘 아이들한테서 발가락이 바닥에 닿지 않는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발에 물감을 칠해서 종이에 찍어보면 흔히 넷째 발가락과 새끼발가락이 바닥에 닿지 않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럴 경우 족궁을 지탱하는 근육이 약해지면서 족궁이 내려앉아 평발이 되는 수가 많다. 무엇보다 잘 걷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족궁은 발목에서 발바닥까지 뻗어 있는 근육들이 튼튼해야 유지될 수 있다(장배골근과 후경골근이라는 두 근육이 발바닥에서 십자로 교차하면서 발바닥 뼈를 들어 올려주기 때문이 아치가 형성된다). 노화나 운동부족으로 이 근육이 퇴화하면 아치가 무너지게 된다. 족궁이 내려앉으면 발바닥 혈관이 체중의 압박을 받아 온몸의 혈액순환이 나빠져서 냉증이나 어깨결림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순환계 전체에 문제가 생기면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연합뉴스

갓 태어난 아기들의 발은 모두 평발이다. 자궁 속에서는 다리를 놀릴 수 없어 근육도 인대도 발달하지 않고, 걸어 다닐 일이 없으니 족궁도 필요하지 않은 셈이다, 아기들은 모두 무릎이 벌어진 O자형 다리를 하고 태어나는데,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근육과 인대가 발달하고 O자형 다리도 펴지면서 서서히 족궁이 형성된다. 서너 살 이후에도 평발인 경우 대부분은 후천성 평발이다. 평발이 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갓난아기에게 너무 일찍 보행 연습을 시킨 경우 인대가 늘어나 평발이 되는 수가 있다.

또 밑창이 딱딱한 신발을 오랫동안 신으면 발바닥 근육과 관절이 퇴화하면서 족궁이 내려앉기 쉽다. 미용사나 요리사처럼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비만으로 발바닥에 지나친 하중이 가해져도 족궁이 내려앉을 수 있다. X자 형태의 안짱다리인 경우에도 몸의 무게중심이 발바닥 안쪽에 쏠리면서 족궁이 내려앉기 쉽다. 잘못된 보행 습관 때문에 평발이 되는 수도 많다. 올바른 걷기 습관을 들이면 후천성 평발은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 발가락과 발목 관절을 부지런히 놀려 발목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키고, 발가락으로 물건 잡는 훈련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발끝으로 걷기'나 '뒤로 걷기' 같은 훈련도 도움이 된다. 중년기 이후 근육의 퇴화로 인한 평발의 경우는 대둔근을 튼튼하게 하는 훈련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땅과 접촉하기

몸에 좋은 걷기 동작은 맨발로 걸을 때처럼 발의 모든 근육과 힘줄, 관절을 충분히 사용하는 것이다. 발뒤꿈치와 발바닥 근육을 최대한 활용하고, 발목 관절과 발가락 관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걷는 것이 좋다.

맨발로 걸으면 저절로 이렇게 걷게 된다. 기회 있을 때마다 맨발로 걸어보자. 잘 다져진 흙길이나 풀밭을 맨발로 걸으면 무엇보다 근육과 관절을 충분히 움직이게 되어 건강에 좋다. 맨발로 걸어보면 우리가 흔히 가장 무디다고 여기는 발이 얼마나 민감한 기관인지 알게 된다. 발바닥에 닿는 흙이나 풀밭의 감촉을 느껴보자. 웬만한 발 마사지보다 지압 효과가 뛰어날 것이다.

맨발로 걸으면 우리 몸이 땅과 접지된 상태가 되면서 몸 안의 정전기가 땅을 통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효과도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거의 땅과 절연된 상태로 살아간다. 야외에서 걷거나 뛸 때에도 두꺼운 합성수지 밑창이 붙은 운동화를 신고 있기 때문에 땅과 절연되기는 마찬가지다.

사람 몸은 양전하를 띠고 있어 땅의 음전하를 받아들여 균형을 이루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설이 있다.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가는 육체인 만큼 살아 있는 동안에도 땅과 되도록 친할 일이다.

*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격월간 교육전문지 <민들레>와 함께 대안적인 삶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민들레>는 1999년 창간 이래,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구현하고자 출판 및 교육 연구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은 곧 학교 교육'이라는 통념을 깨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다양한 배움'의 길을 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민들레>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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