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과 산간, 중·소 도시 지역을 선거구로 둔 여야 국회의원 9명이 5일, 한 자리에 모여 최근 나온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간 인구 편차 재조정 결정에 대한 강한 울분을 토해냈다. (☞ 관련 기사 : 헌재發 '선거법 후폭풍'…2016년 총선 '대형이슈')
자칫하면 인근 지역구와 자신의 지역구가 통합되거나 또는 폐지될 위기에 처한 이들은 헌재의 결정을 '비극', '탁상 결정', '작위적', '정치적'이란 표현을 써가며 거칠게 비난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주도로 모인 이들은 새누리당 장윤석·정희수·이철우·박덕흠·김종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이윤석·김승남 의원 등이다.
이후 지속적인 모임 등을 통해 세를 확장할 계획인데, 헌재 결정에 따라 인구 하한(13만8000명) 미달 선거구는 총 25곳에 달해, 여야를 초월한 결사체 성격의 '농촌당'이 결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강원 홍천·횡성을 지역구로 하는 황 의원은 "우리의 운동은 단지 의석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넘어 수도권 중심의 국정 운영을 막고 농·어촌과 지방 주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230여 개 행정구역 '등가성'도 고려하라"
차례차례 마이크를 잡아 든 이들은 여야 할 것 없이 헌재 결정의 부당성을 피력하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서로를 격려했다.
전남 무안·신안을 지역구로 하는 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농·어촌과 산간 지역에서 태어나는 것은 비극이 됐다"며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헌재는 국가의 예산과 손길이 소외 지역에 더욱 미쳐야 하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북 영주에서 선출된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은 "우리는 5000만 국민과 동시에 230여 개 행정구역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며 인구 등가성뿐 아니라 행정구역의 등가성 또한 헌재가 고려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촌 주민은 도시민보다 더 넓은 조국 영토를 지켜주고 있다"며 "그런 농·어촌 산간 주민의 국가에 대한 충성도·애국심에 대해선 왜 2대 1, 3대 1, 4대 1의 편차를 인정해 주지 않는가"라고 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이 같은 발언이 도농 주민간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경계한 듯 "저희의 주장을 말씀드리기 위한 비유적 표현이니 너무 집착해서 해석할 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고향'에 더 관심 많은 민족 특수성 무시…탁상 결정"
경북 김천 지역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고향'을 키워드로 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이 의원은 "상당수 주민이 도시에 나가 살고 있지만 고향 지역구 의원에 더 기대는 등 고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게 우리 민족"이라며 "이번 헌재 결정은 대한민국의 이런 특수성을 너무 모르는 탁상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경제민주화하자고 하는데 선거구도 민주화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 함께 자리에 있던 의원들로부터 '그래 민주화 해야지'와 같은 격려를 받았다.
전북 남원·순창을 지역구로 하는 강동원 의원은 헌재의 결정을 '넌센스'라고 했다. 강 의원은 이번 헌재 결정은 "지역구의 의미가 뭔가. 그 지역을 대표한다는 것인데 이대로면 지역을 대표할 수가 없다"고 호통쳤다.
남원·순창과 통·폐합 가능성이 있는 인근 선거구는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 등 4개군 묶음으로 초선의 박민수 새정치연합 의원이 이곳을 지역구로 삼고 있다. 이 의원은 "이 두 곳이 전북 전체 면적의 절반인데도 통합해야 한단 건 대단히 잘못됐다"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경북 상주의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에서 법률로 선거구를 정하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헌재가 다수결로 이런 결정을 내려 혼란을 초래했다"고 말해 "잘했어"라는 또 다른 동료 의원의 격려를 받았다.
전남 고흥·보성의 김승남 새정치연합 의원은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려는 때 헌재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지극히 정치적이고 작위적"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가동해 농·어촌 대표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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