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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이 올라온 거 보고 애 교복 빨다가 울었어요"

82쿡 엄마들, 세월호 유가족 위한 바자회 열어

"세월호 유가족 엄마들이 직접 만든 브로치 사세요."

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작은 바자회가 열렸다. 온라인 요리·육아 커뮤니티 '82쿡' 엄마 회원 수십여 명이 세월호 유가족을 돕기 위해 하루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바자회 한쪽에서 82쿡 회원들이 직접 만든 세월호 가방과 알록달록한 퀼트 가방이 팔리고 있었다. 가격을 묻는 질문에 한 자원봉사자가 "이거 만든 엄마가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데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방을 만들었다는 또 다른 자원봉사자는 "손으로 일일이 퀼트하는 게 얼마나 까다로운데요"라고 거들었다. 가방은 불티나게 팔렸다.

다른 한쪽에서는 김치전(3000원)과 커피(2000원) 등이 '착한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엄마들이 직접 집에 있던 김치와 주방도구 등을 갖고 와 구웠다는 김치전 맛이 일품이었다. 이날 수익금 전액은 세월호 가족들을 위해 기부된다.

▲ 82쿡 회원들이 1일 조계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바자회를 열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20만여 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요리와 육아 등 정보를 교류하는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인 82쿡 회원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바자회를 연 것은 지난 9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82쿡 사이트에 글을 올려 이 행사를 제안한 박민선(45) 씨는 "1차 바자회를 열 때만 해도 곧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줄 알고 2차 바자회는 계획하지 않았었다"며 "이제 곧 겨울인데, 특별법 제정이 지지부진해서 수익금으로 세월호 유족들이 입을 파카를 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82쿡 회원들은 진도 실내체육관에 물품 지원, 세월호 집회 참석 및 서명 활동, 자발적인 모금 운동, 청운동·국회·광화문에 물품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바자회는 지난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열렸다.

엄마들이 주말을 반납해가면서까지 이날 행사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세월호 참사가 "남 일 같지가 않아서"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대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자녀 둘을 둔 류미경(47) 씨는 "저도 직장에 다녀서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보지 않았느냐"며 "가만히 있으면 미칠 것 같더라"고 말했다.

"며칠 전에 지현(세월호 295번째 사망자 단원고 황지현 학생)이 올라왔잖아요. (그 소식을 듣고 나니) 애 교복 빨다가 울고…. 전에 안산 분향소에도 다녀왔는데, 천장 가득히 아이들 사진이 있는 걸 보니까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여기 엄마들 다 그런 마음으로 온 거예요."

류 씨는 "우리 아이도 올가을에 배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 갈 예정이었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일정이 다 취소됐다"며 "지금 유가족이 당한 일이 내 일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류 씨는 전날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이날 새벽 5시에 일어나 남편과 자녀 둘이 먹을 김밥을 챙기고 행사장에 나왔다고 했다.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힘든데 또 생각해보니 외면할 수가 없었다"면서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엄마니까 가능한 거예요."

▲ 경매에 참가한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물건을 사는 엄마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생 딸아이의 손을 잡고 이날 바자회에 온 한 엄마는 10만 원어치 티켓을 사가기도 했다. 그는 "후원이니까 10만 원을 다 쓰려고 한다"며 "여기 왔다가 이따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추모 집회)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녀 손을 잡고 세월호 추모 리본 모양의 브로치를 사가는 엄마들도 많았다.

'82쿡 세월호를 생각하는 엄마들의 모임'은 "정치권과 주류 언론은 '이제 경제를 살려야 하니 세월호를 그만 얘기하라'고 유가족과 국민에게 도리어 호통치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 모임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안전한 나라를 위한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유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경매 행사 직전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박재동 화백, <워낭 소리>의 이충렬 감독 등이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세월호 이전 교육이 1등을 강요하는 '일등주의' 교육이었다면, 세월호 이후에는 모든 아이가 잠재력을 꽃피우는 '오직 한 사람 교육'이 돼야 한다"며 "공교육이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경매에 내놓을) 특별한 것이 없어서 입은 것을 다 벗어놓고 가겠다"면서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경매 물품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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