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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신사임당 보다는 광개토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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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신사임당 보다는 광개토대왕"

[TV토론]'女대통령 불가론'에 朴 "우리는 왜 안 되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11일 "신사임당이 (고액권 지폐 인물로) 어떨까 했는데 이미 5000원 권에 이율곡이 나온다. 모자(母子)가 모두 나오는 것은 좀 모순이 아닌가. 저는 광개토대왕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밤 서울 목동 SBS스튜디오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3차 TV 토론회에서 "2009년 상반기 도입될 10만 원 고액권 화폐의 초상인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약용, 신사임당, 장영실 등 여러 인물이 나오고 있지만…"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모자가 모두 나오는 것은…"

각 후보들이 각 현안마다 날을 세우며 대치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후보자들의 인생관과 철학을 알아보자"면서 마련된 다소 '가벼운'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지만 그의 최대 라이벌인 박근혜 후보가 신사임당과 같은 여성이라는 점, 박 후보가 이미 과거에 권력을 누렸던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동시에 그 동안 자신이 강조해 온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와 광개토대왕을 슬쩍 연관시킨 것.

이 후보는 "광개토대왕은 북방정책을 써 국토를 넓힌 인물일 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그랜드비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정치, 경제, 문화, 국방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시스템을 정립시키고 남쪽이 아니라 북방을 넓혔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보자 상호 간의 질의응답이 아닌 사회자가 주도하는 순서였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의 즉각적인 대응이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이후 벌어진 상호토론에서 적극적인 '여성 대통령론'을 펴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경선에서 당선된다면 '여성'의 한계를 어떻게 벗어나겠느냐"는 홍준표 후보의 질문에 대해 "지금은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따질 형편이 아니다. 누가 혹독한 본선 검증을 거쳐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인생의 반은 철학과 습관이 만드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남녀보다 중요하다. 핀란드나 아일랜드 등 세계적 선진국을 보면 다 여성 지도자가 이끌고 있다. 왜 우리는 여성이 하면 안 되는가. 그것은 우리 스스로를 잘못 판단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본선검증은 차원 달라" vs "혼자 당 살렸나"

두 후보 간의 직접적인 충돌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모두발언에서부터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고 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검증이 벌어질 것"이라며 포문을 연 박근혜 후보는 "서울시 부채감축 문제를 다시 확인하겠다. 이 후보는 SH공사의 부채에 대해 '자산도 늘고 부채도 늘었으니 부채가 아니다'고 하고 있는데 그런 회계가 어디 있는가. 어떤 기업이 이런 식으로 회계를 하느냐"고 몰아 붙였다.

이에 이 후보는 "설명하기 딱하다"면서 "서울시도 최근 인터넷을 통해 공식적인 해명을 올렸고, 당시 나는 야당 서울시장이었지만 행자부로부터도 잘 했다고 '혁신상'을 받을 정도였다"고 피해갔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지난 TV 토론회에서도 제기했던 '박근혜 탈당 이력'을 다시 들고 나와 역공을 폈다. 이 후보는 "박 후보는 2002년 그 중대한 시기에 (이회창 당시 총재와) 의견이 안 맞아 탈당했다. 뜻이 맞지 않으면 탈당을 한다는 것이냐. 염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내가 이야기한 것이 옳았기 때문에 당을 떠난 이후에 당에서 그것을 받아 들였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당도 변할 수 있었고, 그것이 기여라고 생각한다. 또 당 대표가 됐을 때 내가 주장한 것 이상을 실천해 당 개혁을 이뤘다"고 응수했다.

반면 이 후보는 "7% 지지율의 당을 50%대로 끌어 올린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혼자 다 했다고 (공을) 과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당시 한나라당 단체장들이 함께 기여했다는 점을 같이 말해 달라"고 재차 받아치는 등 두 후보는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 갔다.

한편 이명박 후보 측이 4차 TV토론회를 사실상 거부하고 나서면서 이날 토론회는 한나라당 경선의 '마지막 TV토론'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나라당은 오는 13일(안양), 14일(대구), 17일(서울) 등 3차례의 합동 연설회를 추가로 연 뒤 19일 당의 후보를 선출키 위한 전국 동시투표에 일제히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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