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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 통곡…朴대통령, 세월호 유가족 또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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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 통곡…朴대통령, 세월호 유가족 또 외면

[현장] "국가 원수로 예우하려 했는데…이렇게 가버리다니"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29일 오전 9시 41분께. 밤새워 기다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청 앞 레드카펫 위에 나타났다. 가슴팍엔 아이들 명찰을 단 세월호 유가족들이 목청껏 '대통령님'을 부르짖었다. 겹겹이 둘러쳐진 경호원들 어깨 너머로 눈 한 번이라도 마주칠까. 종이 박스 위에 올라 까치발을 들고 살아 생전 아이들의 사진이 붙여진 피켓을 양손으로 치켜들었다.

"여기 한 번만 봐달라"는 울음 섞인 애원에도 박 대통령은 제대로 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국회 안으로 들어갈 때나, 바깥으로 나올 때나 그는 변함 없는 그 모습이었다. 회색 정장에 반듯하게 올린 머리, 주저 없는 발걸음. 그나마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그의 모습을 미처 보지 못한 몇 유가족들은 고개를 쭉 빼고 좌우를 두리번거리다 "벌써 지나간 거예요?"라며 허탈해 했다. '살려달라'는 가족들의 외침은 이렇게 닿아야 할 곳에 채 닿지 못 하고 허공으로 흩어졌다.

▲ 29일 오전 국회 본청 앞.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았으나 박 대통령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이들을 스쳐 지나갔다. ⓒ프레시안(최하얀)

"엄마하고 오래오래 살 줄 알았는데…이렇게 가버리다니"

"이런 국회가 어딨습니까. 대통령이 오는데 안에서 시위하고 있는 분들, 의장님이 방치하고 계십니까?"

본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안 의원이 아는지 모르겠지만 가족들은 본회의와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본청 앞에 앉아 생중계로 시청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박수 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가운데, 노란색 점퍼를 입은 한 유가족이 숨이 넘어갈 듯 오열했다. "엄마하고 오래오래 살 줄 알았는데…오래오래 우리 같이 살 줄 알았는데…."

어차피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주저앉은 유가족 눈높이에 딱 맞게 폴리스라인을 설치했고, 그 주변을 새까만 경호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본청 정문 왼쪽에 앉은 유가족들이 정문 오른쪽 유가족들에게 피켓을 전달하려 하자 경찰은 이조차 가로막았다. 보다 못한 한 취재 기자가 대신 레드카펫을 건너 유족들에게 피켓을 전달하기도 했다.

▲ 경호원 어깨 너머로라도 대통령 모습을 보기 위해 종이 박스 위에 올라선 유가족들. ⓒ프레시안(최하얀)

"국가 원수로 예우하려 했는데, 대통령은 외면으로 답했다"

시정 연설이 끝날 때가 되자 가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피켓을 들고 섰다. 10시 45분께, 정홍원 국무총리가 정문을 통과해 나오자 가족들은 "총리님 약속을 지켜주세요"라고 외쳤다. 레드카펫 위를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향해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왜 죽었는지 궁금합니다"라고 절규했다. 국회를 떠나려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차 옆엔 단원고등학교 2학년 5반 고(故)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 씨가 "진상규명을 해달라"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본회의를 마친 의원들도 뒤따라 국회 앞으로 걸어나왔다. "의원님 진실 좀 밝혀주세요"라는 양옆의 외침에 몇 의원들은 '힐끔' 가족들을 쳐다보거나 고개 숙인 채 안타까움 섞인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러나 한 새누리당 의원은 가족들이 만든 소동이 짜증난다는 듯 "어휴 정말~" 하고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나갔고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가족들을 향해 한 손을 흔든 후 "네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해 몇 가족들의 반발을 샀다.

대통령이 나올 시각을 몇 분 앞두자 이번엔 방패를 든 경찰도 일부 등장했다. 가족들은 그 앞에서 전명선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장의 선창으로 구호를 외쳤다. 혹시라도 대통령 귀에 들릴까, 돌아오지 못 한 아이들의 이름을 외치다 보니, 눈물을 참아 온 가족들마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호성아…." "순범아…" 통곡하던 한 어머니는 "특별법을 제정하라"라는 구호를 끝마치지도 못 하고 피켓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쏟아냈다.

대통령의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 한 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 검은색 차량이 국회 밖으로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부짖었다.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 떠난 후 "너무도 억울하고 마음 아프다. 국가 원수로 예우하고자 했는데, 대통령은 외면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안으로 들어간 후 세월호 유가족들은 한참 동안 "억울하다", "불쌍한 내 아들" 등을 말하며 오열했다. ⓒ프레시안(최하얀)


▲ 한 유가족이 이날 들고 있었던 피켓. ⓒ프레시안 (최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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