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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악 척결?…경찰서장부터 선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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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4대악 척결?…경찰서장부터 선출하자

[단비칼럼] 국가경찰·자치경찰 양 날개로 치안 높여야

버스를 타고 출근하다 보면 파출소 위에 큰 간판이 보인다. ‘4대악 척결’이다. 4대악이란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이다. 4대악 중에 불량식품이 포함된 것은 약간 의외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정했다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된다. 

경찰이 4대악 척결에 집중하고 있는 현실을 간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4대악, 중요한 문제이다. 시민들의 삶과 직접 관련이 있다. 4대악을 해결하면 우리 삶의 질도 좀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 4대악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찰들의 노력에도 경의를 표한다.

치안 상황은 지역마다 다른데도 치안정책은 ‘전국 단일’

그런데 나는 4대악 척결이라는 간판을 보면 불편하다. 전국의 모든 경찰이 일제히 4대악 척결에 뛰어드는 일사불란함이 어색하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서이다. 지역마다 모든 경찰이 4대악 척결에만 나선다면 지역 치안은 문제가 되지 않을까? 4대악 척결과 같은 과제를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모든 지역은 상황이 다르므로 치안 수요 역시 다르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지역과 건설공사가 많은 지역, 학교가 많은 지역과 식당이나 주점이 많은 지역의 치안 수요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관광객이 많은 지역은 아무래도 관광객의 안전이 최우선일 것이다. 건설공사가 많은 지역은 노동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공단지역은 산업재해 예방, 임금체불 등이 중요 문제일 것이다. 농촌은 도시와 달리 농작물 도둑이나 노인들의 안전이 최우선이지 않을까?

이번 판교 환기구 붕괴사고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도시에서 문화행사를 할 때에는 환기구 위치도 신경 써야 한다. 그러나 전국노래자랑과 같이 도시가 아닌 곳에서 행사를 할 때에는 환기구 자체가 없다. 배치되어야 하는 안전요원, 경찰의 수, 위치, 동선 자체가 다르다. 

경찰서장을 지역민 투표로 뽑는 경찰자치가 지방자치의 완성

안전이란 일상생활에서 확보되어야 한다. 높은 곳에서 일방적으로 정한다고 해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는 안전을 소리 높여 외친다. 그러나 현실의 삶은 전혀 안전하지 못하다. 이번 환기구 붕괴사고가 이를 증명한다. 안전은 현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전을 확보하는 치안은 그래서 지역 주민이 가장 잘 안다. 지역의 치안 정책은 지역 주민이 결정해야 한다. 지역 주민, 자치단체의 몫인 것이다.

지방자치는 행정자치, 교육자치, 경찰자치로 이루어진다. 행정자치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법」이 있고, 교육자치를 위해서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지역 주민의 선거로 뽑는다. 그런데 경찰자치는 아직 시행되고 않고 있다. 경찰서장은 지역 주민이 뽑지 못한다. 국가에서 임명한다. 지역 주민으로서는 다음에 누가 경찰서장이 될 것인지를 알 수 없다. 경찰서장도 위에서 임명하므로 지역 주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경찰자치는 자치사무가 아닌가? 경찰자치도 당당한 자치사무이다. 경찰과 관련한 업무 중 국가 사무는 사법분야, 즉 범죄의 수사 분야일 뿐이다. 대표적인 지방자치 법률인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살펴보자. 이 법은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우선 행정자치와 교육자치를 보장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지방자치법과 다를 바 없다.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치경찰을 설치하고 있다. 경찰업무가 자치업무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자치경찰의 사무는 주민의 생활안전 활동에 관한 사무(순찰, 방범, 안전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지역교통 활동에 관한 사무(교통안전, 교통위반단속 등), 지역경비에 관한 사무 등이 있다.
 
자치경찰단장은 도지사가 임명하므로 완전한 경찰자치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가 임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치경찰임은 틀림없다. 자치경찰제가 좀 더 발전한다면 자치경찰단장, 자치경찰서장은 지역 주민의 손으로 선거할 수도 있다. 이것이 오히려 지방자치의 참모습이다. 단체장과 교육감을 지역주민의 손으로 뽑는데 경찰서장을 지역 주민의 손으로 뽑지 못할 이유는 없다. 
 
국가경찰·자치경찰은 치안의 양날개…각각 역할 다해야 사회안전 높아져

자치경찰제는 의문을 낳는다.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 국가경찰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이 의문은 불안감으로 발전한다. 국가경찰이 없어지면 조직적이고 전국적인 범죄, 대규모이며 국제적인 범죄는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다.
 
경찰업무 중 범죄수사 업무는 기본 업무이다. 범죄수사 업무는 지역과 전국을 포함한다. 최근 사회의 고도화, 조직화, 집중화, 도시화는 조직적이고 전국적인 범죄, 대규모의 범죄를 낳고 있다. 심지어 국제적인 범죄도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범죄는 국가경찰이 담당해야 한다. 자치경찰이 설치되어도 국가경찰의 임무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가경찰의 수도 증가할 수 있다. 그렇다고 국가경찰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민안전, 교통과 경비 업무 등 자치경찰 업무는 지역으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두 날개가 필요하다. 전국적이고 큰 규모의 범죄, 전국적인 치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찰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차원의 치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치경찰이 필요하다. 

자치경찰은 지역 주민의 치안 수요에 즉시 대응할 수 있다. 지역 차원의 안전 확보에 훨씬 효율적이다. 이렇게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양 날개로 치안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국가적 치안 수요와 지방의 치안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로 경찰권한 분산하면 경찰 인권친화도 향상 

자치경찰제는 경찰권한을 분산함으로써 인권친화적인 경찰을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 군을 제외하면 경찰은 가장 강력한 물리력으로서 국가공권력의 핵심이다. 그 자체로 막강한 권력이므로 지역별로 분산되어야 한다. 공권력은 한 곳에 집중되면 정치권력의 영향도 받기 쉽고 남용되기도 쉽다.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기 위한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해서도 자치경찰제는 실시되어야 한다.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경찰의 권한이 확대된다. 지금처럼 중앙집권형의 경찰을 그대로 두면 경찰권한은 더욱 확대된다. 다른 국가권력을 압도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경찰은 정치권력의 직접 지휘를 받기 때문에 정권의 하수인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시민의 자유와 인권이 위험에 처한다. 

강화되는 경찰의 권한은 경찰에 대한 문민통제로 우선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경찰 행정의 인권친화적 개혁 역시 계속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제도적으로는 자치경찰제가 경찰권한에 대한 가장 확실한 견제방법이다. 자치경찰이 되면 지역 주민이 경찰의 주인이 된다. 자치경찰의 장은 지역 주민이 직접 선출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 지역 주민의 치안 수요가 직접 반영된다. 

국가적인 치안 수요는 국가경찰이 담당하므로 자치경찰은 지역의 치안 수요만 책임지면 된다. 이렇게 되면 경찰 권력의 절반 이상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경찰권력이 분산된다. 분산되는 만큼 지역 주민에 의한 통제 역시 쉽다. 

민주정부 이후 멈춰선 자치경찰제 개혁 논의 재개해야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 완성, 경찰의 개혁, 검경수사권 조정, 민주주의 정착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필요한 제도이다. 자치경찰제에 대한 요구도 오래되었다. 자치경찰에 대한 최초의 논의는 4.19 혁명 후 이루어진다.

당시 제4대 국회는 경찰중립화 기초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찰중립화법안을 기초했다. 이때 국립경찰과 자치경찰의 이원화 여부를 검토하고 심의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논의는 5.16 쿠데타로 중단된다. 자치경찰제와 민주주의 긴밀한 관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치경찰제에 대한 논의와 추진은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경찰제도개혁기획단을 구성할 때까지 중단되었다. 민주화가 되어서야 겨우 자치경찰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의 논의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보류되었다. 이후 노무현 정부는 자치경찰제 실현을 위하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2005년 자치경찰법안은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는 자치경찰제를 무산시켜 버렸다. 국회의 임기종료로 자치경찰법안은 자동 폐기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치경찰에 대한 논의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집회로 국가경찰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국가경찰이 통치에 도움이 되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이 약한 두 대통령으로서는 어쩌면 자치경찰제가 효율적인 통치에 이질적인 요소로 보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경찰이 통치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몰랐을까?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체결을 둘러싸고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쌀협상 비준반대 시위 도중에 두 농민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자치경찰제를 추진했다. 비록 국회에서 좌절되기는 했지만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으면 자치경찰은 추진될 수 없다. 감히 경찰서장을 지역 주민의 손을 선출한다는 생각조차 못한다.

지방자치는 경찰자치가 없으면 완성되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지방자치 없이는 완성되지 못한다. 당장 경찰서장을 우리 손으로 선출하는 꿈을 꾸고 실현시켜 보자. 우리와 우리 아들, 딸의 안전을 위하여.

김인회 교수의 <단비칼럼>을 매주 연재합니다. '단비칼럼'은 '단숨에 읽는 비평 칼럼'의 줄임말입니다. 필자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여정부 시민사회비서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낸 김인회 교수는 <단비칼럼>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와 사법제도의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올곧은 해법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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