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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호랑이와 파리 잡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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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호랑이와 파리 잡기' 성공할까?

[차이나 프리즘] 법치 시금석으로서의 '중국식 부패와의 전쟁'

2012년 11월, 신중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지닌 후진타오(胡錦濤)의 후임으로 중국 공산당의 최고의 자리인 총서기가 된 시진핑(習近平)은 18기 중앙위원회 1차 회의에서 "현재 당은 간부의 부패, 인민과의 괴리, 형식주의, 관료주의 등의 문제가 있다"면서 "앞으로 당을 엄격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부패와의 전쟁을 본격 선언했다. 이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하위직을 막론하고 만연된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산당원의 작풍, 규율 준수 여부와 부패문제를 조사하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검위)의 권한과 활동이 강화되었다. 본래 공산당의 영도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 정치의 특성에 따라 장쩌민(江澤民) 총서기가 집권하던 1993년부터 당의 기검위와 국가 법집행부서인 감찰부가 합쳐 감찰업무를 보고 있었다. 따라서 지방의 각급 감찰기관과 당의 지방 기율위원회도 통합사무를 보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지방의 공산당 간부들에 대한 부정부패문제가 은폐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등 부패척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이에 따라 왕치산(王岐山) 상무위원이 대표로 있는 중앙기검위에서는 올해 초 성부급 간부들을 주요 감독 대상으로 하는 '중앙순시조'를 구성하여, 31개 지방 성 급을 대상으로 10개 팀을 파견하고, 국가기관, 국유기업 등 중앙을 대상으로 3개 팀을 구성하여 암행감찰을 하는 등 전면적인 사정활동을 벌여나갔다.

시진핑 총서기가 부패척결을 강조한 후 2년여가 흐른 지금, <인민일보>와 <신화사> 등 관영 매체에서는 18기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개최 소식을 보도하면서 고위직과 하위직을 막론하고 18만 명 이상의 당정 관료들이 처벌받고 관직에서 물러났다고 발표하였다. 고위직을 일컫는 '호랑이'와 하위직을 의미하는 '파리'로 표현된 부패 사범을 일소하고 척결하는 이른바 '타호박승'(打虎拍蝇) 즉 시진핑의 1단계 중국식 부패와의 전쟁 결과이다.

이들 부패 사범들이 일했던 부서는 주로 교통, 부동산, 광산, 건설 등 대규모 국가사업이 진행되거나,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산업과 관련한 곳과 또한 국가의 주요 경제발전정책을 계획하고 수립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행정업무를 독점하거나 권력이 집중되어있는 부서인데, 이들 부서는 '중대오염부서'로 평가되었다. 심한 경우에는 어느 부서의 한 과(科)에서는 여러 명의 부서원들 중에서 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부패 사범으로 파면당해 업무가 마비되었다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부패와의 전쟁을 호랑이 사냥과 파리 잡기에 비유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장차관급에 해당하는 성부급(지방 성급 기관과 중앙 부서를 지칭) 이상의 고위 공직자가 55명이 포함되었는데, 이들이 '호랑이'(老虎)급 부패공직자들로서 보시라이 전 총칭시 당서기,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정치국원급에 해당하는 경우 보통 '큰 호랑이'(大老虎)라고 불리워진다.

그 아래급의 호랑이는 중앙위원급에 해당하는 경우로 성부급 간부와 국유기업 책임자들로 이쥔칭 중앙편역국 국장, 바이언페이 15~17기 중앙위원, 수롱 정협 부주석, 장제민 중국석유 이사장, 류테난 발개위 부주임, 리동셩 공안부 부부장, 류테쥔 철도부장 등이 있고, 중앙의 국유기업으로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는 화룬집단의 송린 이사장,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의 두 명의 부총경리인 왕영춘, 리화린 등이 포함된다.

나머지로 성부급 이하 행정구역인 시·현·향진의 당정 간부들과 자치조직인 가도판사처와 촌민·주민위원회와 같은 기층조직의 간부들 중 부패공직자들을 ‘파리’의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4기 4중전회가 개최된 이틀째인 21일에도 부패 척결 뉴스를 상시적으로 올리는 포털사이트인 중앙기검감찰네트워크(☞바로가기)에서는 세 명의 부패 당 간부들의 당적을 박탈하였다는 뉴스가 헤드라인에 올라왔다.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시의 상무부시장 리시, 내륙에 있는 후베이성의 정협상무위원 메이주언, 후베이성 국자위 상위 왕저우 등 세 명의 부패행위와 처벌 소식을 공개한 것이다.

지난 2년여 동안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서, 호랑이급의 경우에는 한 달에 2명 정도의 고위급 공직자를 적발하였고, 파리급 공직자의 경우에는 날마다 250명에 가까운 숫자가 해임처분을 당하고 있다는 통계이다.

한 중국학자는 중국 관료들의 부패를 조사하고 몇 가지 특징을 뽑아냈는데, 첫째 부패관료들은 대부분의 경우 미녀를 두고 있는 '호색'(好色)부패, 둘째 겉으로 청렴한 공직자 형세를 하면서 뒤로는 사익을 추구하는 '두 얼굴'의 부패, 셋째 든든한 후견인이 있어, 일이 발생해도 문제해결이 가능한 '배경이 있는' 부패, 넷째 겉으로는 구린 냄새가 나지만 속은 맛있는 취두부(臭豆腐)처럼 겉으로는 부패공직자를 욕하지만 속으로는 부러워하거나, 더 나아가 모방하여 부패를 저지르는 '취두부' 부패, 다섯째 가난은 비웃어도, 뇌물을 받는 행위는 비웃지 않는다는 '도덕적 불감증' 부패, 여섯째 조직 안에서 다른 사람이 부패를 저지르기 시작하면 모두가 동참하는 '집단' 부패, 일곱째 가족이 높은 직위에 있으면 그를 이용한 '가족' 부패, 부패의 동기에 따라 필요추구형 부패에서 탐욕형 부패를 거쳐 축재형 부패로 넘어가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모두 열 가지에 이른 부패를 이른바 '부패의 10대 특징'이라고 하였다.
1단계 부패와의 전쟁 결과를 중국인들에게 상세히 전한 시진핑 정부는 "법치(法治)사상과 법치의 방식을 채택하여 개혁을 추진하자"고 하면서 2단계 부패와의 전쟁 서막을 올렸다. 시진핑이 법치를 강조한 것은 바로 나날이 부패와 관련하여 인원, 액수, 규모가 증가하고, 집단화, 조직화 등 보다 교묘해 지는 부패행위에 대응하여 본격적으로 부패예방과 처벌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장쩌민은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시키며 부패를 척결하고자 했고, 후진타오는 미국을 방문하여, "민주가 없으면 현대화도 없다"고 하면서 부패척결을 위해서는 조직의 최고 책임자가 전권을 행사하는 권력독점구조의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부패국을 신설하고, 사법독립을 천명하는 등 법치를 통한 부패척결을 내세운 시진핑이 부패세력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공산당의 통치안정을 도모하고, '중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초를 세울 수 있을지, 그의 개혁드라이브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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