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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 '전작권 보고서' 보니…

[정욱식 칼럼] 전시작전권 대해부(1)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국가 주권과 대통령의 헌법상의 책무 가운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 주권 및 군통수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공론화는 빠르게 수그러들고 있습니다. 이에 필자가 지난주까지 연재했던 <제네바 합의 20주년 특별기회>을 잠시 미루고, 전작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쳐보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필자주.

한국의 전시 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행사 능력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주한미군 사령관이 아닐까 한다. 미군 사령관은 전작권을 행사하고 있는 주체이자 한미연합체제와 한국군의 능력, 준비, 의지를 가장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 23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에서 열린 제46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한민구 국방장관(오른쪽)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2006년 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있었던 버웰 벨은 2006년 8월에 실시된 을지포커스렌즈(UFL)에서 한국군이 전작권 행사 능력을 입증해보였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필자가 입수한 비밀 해제 문서에 따르면, 벨 전 사령관은 "한국군의 능력은 미국이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고 평가했고, 도날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도 이에 적극 동의했다. (☞ 관련 기사 보기 : 미국 "한국 전작권 행사 능력 2006년에 확보")

그렇다면 벨의 후임자인 월터 샤프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2008년 6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재직했다. 이 시기는 한미 양국이 2007년 10월 전작권 전환 합의에 따라 이를 추진했다가 2010년 6월 1차로 연기했던 때를 포함하고 있다. 그만큼 샤프는 전작권 전환 준비 수준과 이에 필요한 한국군의 역량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샤프 전 사령관은 2013년 12월에 미국의 국제전략연구소(CSI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작권 이양 보고서>를 작성했다. 작년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북한의 3차 핵실험→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이유로 자신의 대선 공약까지 뒤집으면서 미국에게 전작권 재연기를 타진했다.

샤프는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작권 전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개진했다. 결론은 버웰 벨과 동일했다. 한국군의 규모, 현대화 수준, 훈련 및 준비 상태, 지휘관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독자적인 전작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작전권 구조

샤프의 진단과 주장을 살펴보기 전에, 세계에서 가장 비정상적이고 복잡한 한미동맹의 작전권 구조부터 살펴보자. 한국에는 크게 네 개의 사령부가 있다. 먼저 '평시'(혹은 정전 상태) 전쟁 사령부인 한국의 합동참모본부가 있다. 한국 합참은 비무장지대(DMZ) 정찰, 항공 정찰, 해양 보호 등 정전 상태에서 "한국 방어의 책임을 진다."

이러한 한국 합참의 임무는 1994년 '평시 작전권'을 환수한 데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명칭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평시'(peacetime)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정전시'(armistice)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북방어태세인 데프콘을 봐도 알 수 있다. 데프콘은 5(평시), 4(정전시), 3(전쟁 발생 우려시), 2(북한의 공격 임박시), 1(전쟁 상황시) 등으로 구분되는데,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한미 양국은 데프콘-4를 유지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94년 환수한 것은 '평시'가 아니라 '정전시 작전권'인 셈이다. 샤프 역시 평시가 아닌 정전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4성 장군인 미군 사령관은 3개의 사령부를 맡고 있다. 먼저 주한미군 사령부는 "유사시 주로 대화력전과 공군 작전을 통해 한국을 지원하고 미국 증원 전력의 수용을 촉진하며 미국 민간인 소개 작전을 담당한다." 그런데 샤프는 "주한미군 사령부는 전쟁 사령부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주한미군의 훈련 및 준비 상태를 확고히 하는 역할을 하는 태평양 사령부의 보조 사령부"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17개 국가로 구성된 유엔사령부가 있다. 이 사령부는 "모든 당사자들이 정전협정을 준수토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유엔사는 그 명칭과는 달리 유엔에 속한 기구가 아니다. 1994년 6월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만이 유엔사 존속과 해체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이는 유엔사는 유엔의 공식기구가 아니라 사실상 미국의 기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끝으로 한미 양국군으로 구성된 한미연합사령부가 있다. 샤프는 연합사의 임무와 책임에 대해 "정전시에는 한미 양국군의 훈련 및 정보 취합을 담당"하며, "정전시에 한국 방어 임무는 연합사가 아니라 한국 합참의 책임"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연합사가 한국 방어의 책임을 맡게 되는 상황은 "대개(usually) 데프콘-3가 발령될 때"이다. 이 상황이 되면 미군 사령관이 연합사 사령관 자격으로 한국군, 주한미군, 미국의 증원 전력을 통제하면서 한국 방어의 책임을 맡게 된다.

그런데 샤프는 '대개'라는 표현을 강조했다. 데프콘-3가 발령된다고 자동적으로 연합사 사령관이 전작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연합사가 전시 사령부가 되지 않는 작전계획도 있다"는 것이다. 샤프는 이게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필자의 추측으로는 비교적 규모가 큰 국지전 작전과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안정화 작전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미국의 자동개입 조항이 없기 때문에, 미국 내 헌법적 절차에 따라 작전권 행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샤프에 따르면, 작전권이 연합사 사령관으로 넘어가는 절차는 이렇다. "북한과의 전쟁이 분명해진 조건에서 한미 양국 대통령이 전쟁 사령부 조직에 동의"하고, "한국 합참이 국방부 및 대통령의 전략 지침 수령 후 연합사에 전달"하는 단계를 밟는다는 것이다.

반면 전작권이 전환된 이후에는 연합사는 해체되고 통제 구조는 "미군이 지원하고 한국군이 지원받는" 구조로 바뀐다. 한국 합참이 정전시와 전시 모두 한국 방어의 책임을 맡게 되고,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사령부(KORCOM)로 전환되어 한국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샤프에 따르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 병력 및 증원 전력은 그대로 유지되고 4성 장군이 계속 사령관을 맡는다. 그리고 한국 합참은 한국군은 물론이고 KORCOM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한다.

이러한 작전권 구조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1950년 7월에 넘긴 작전권이 온전하게 환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정상’은 또 하나의 '기형성'을 낳고 말았다. '정전시'와 '전시' 작전권을 구분해 정전시에는 한국 합참이 맡고 전시에는 연합사(미군 사령관)이 맡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비유컨대, 축구 대표팀의 감독을 연습 때에는 한국인이 맡고 월드컵에 나가면 미국인으로 대체되는 셈이다. 더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미국의 자동개입 조항이 없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본다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자국의 이익과 배치된다고 판단하면 미군을 빼고 전작권을 맡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샤프, 국가의 기본은?

샤프는 <전작권 전환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어떤 나라든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은 자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12위의 경제력과 대규모의 현대식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 넘은 만큼 이제는 한국군이 작전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는 이게 곧 "한국이 혼자서 방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전작권 전환 불가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다. 작년부터 맹위를 떨친 주장이 '시기'가 아니라 '조건'에 기반을 둔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샤프는 이렇게 지적한다. "2010년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한 '전략동맹 2015'는 (2015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이전에 한국이 입증해야 하고 미국이 증명해야 하는 지휘통제권 행사 기준에 대한 완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는 "전략 동맹 2015를 대체할 새로운 전략문서"를 마련키로 했다. 전략동맹 2015가 사실상 폐기된 것이다.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국 지휘관들이 전작권을 행사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주장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샤프는 "한국군 지휘관들은 전문적이고 현대적이며 잘 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한국 합참이 전시에도 한국 방어를 통제할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전작권 전환이 "북한을 더 효과적으로 억제할 것"이라고도 강조한다. "북한에게 한국군이 매우 강력하고 전문적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작권 전환이 북한을 억제하는데 덜 효과적이라면 "도대체 미국이 왜 전작권 전환에 동의했겠느냐"고 반문한다.

조건의 핵심은 '능력'이 아닌 '의지'

3년 동안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재직했던 샤프의 결론은 이렇다. "한국군은 많은 훈련과 세계 각지에서의 임무를 통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과 준비 상태를 입증했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 대통령과 일부 군 수뇌부, 그리고 이들의 선배격인 예비역 장성들은 한국군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하여 전작권 전환의 핵심적인 조건은 능력이 아니다. 정치 지도자의 의지인 것이다. 최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부터 군 수뇌부까지 의지를 갖출 때, 비로소 갖고 있는 능력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지금처럼 '내 나라는 남이 지켜준다'는 안이함에 빠져 있으면 천문학적인 국방비도 '눈먼 돈'이 되고, 40만 명이 넘는 병사도 노예처럼 간주하는 근성을 버리기 어렵다.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지부터 다지는 것이 '국방개혁의 요체'이자 '비정상의 정상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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