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지식 협동조합 '좋은나라'(이사장 유종일)는 직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로 'MB의 비용'을 공동 기획, 연재했다. 연재 1부를 마무리하는 글을 유종일 이사장이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1. '돈벌레, 사기꾼, 도둑놈, 철면피, 기생충, 대왕쥐, 재테크, 슬픈 역사'가 SNS에서 “이명박은 … 다”라고 규정해보라는 요청을 한 결과 얻은 답 중 일부다. 조금 긴 것들로는 ‘칠 사기는 다 치는 놈, 나라를 거덜 낸 놈, 우리가 똥 밟은 것’도 있다. 많은 이들의 분노가 담겨있었지만 아쉽게도 대단하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표현은 없었다. 그런데 똥 밟은 것이라는 표현에는 선뜻 수긍이 가면서도 뭔가 미진한 느낌이 든 것은 왜일까? 그 정도가 아니라 아주 똥통에 푹 빠진 것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 같았다.
혹 똥을 밟아본 사람은 있어도 똥통에 정말로 빠져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는 군복무 중에 매우 지근거리에서 간접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날이 흐려 캄캄한 밤이었고, 우리는 야영훈련 중이었다. 항상 하던 대로 소대원 하나가 한밤중에 몰래 마을에 나가 소주를 사서 오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가 텐트로 돌아오다가 그만 논두렁 옆에 똥과 섞어서 썩히던 커다란 두엄더미 저장고에 빠져버린 것이다. 한잔 하고 자려고 텐트 안에서 기다리던 우리는 소주는커녕 엄청난 똥 냄새의 공격을 받으며 잠을 청해야 했다. 똥통에 빠진 병사가 냇가에 가서 온몸을 씻었고 군복도 빨아 입고 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냄새가 장난 아니었다. 그 병사는 그날 이후로 틈만 나면 씻고 또 씻었지만, 악취는 며칠이 가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참 지독했다.
지금 우리 국민의 꼴이 똥통에 빠진 격이다. MB가 '싸질러' 놓은 거대한 똥 무더기에 빠져 사방에서 진동하는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있으니 악취가 더욱 진동한다.
2. 4대강 사업 이후 여름만 되면 보에 고인 물이 ‘녹조라떼’로 변하고, 녹조가 썩으면서 악취를 풍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큰빗이끼벌레라는 시궁창 냄새를 풍기는 고약한 벌레가 창궐하고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에 비추어 4대강 사업 추진 당시부터 능히 짐작했던 바다. 작년에 MB는 "녹조가 생기는 건 수질이 나아졌다는 뜻"이라는 기상천외한 발언을 하여 우리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원래 유체이탈화법의 대가로 알려졌지만 우리의 의표를 찌른 한 차원 높은 발언이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의 계산에 의하면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22조 원의 사업비보다 3배나 되는 65조 원이 필요하다. 복지 예산에는 그렇게 돈을 아끼면서 이런 황당한 짓을 벌여놓은 것이다. 낙동강의 썩은 물에서 풍겨오는 악취는 4대강 사업과 MB정권의 상징적인 유산이지만, 앞으로 수자원 공사의 부채를 갚기 위해 우리의 세금이 올라갈 것이 자명하다. 수도요금이 오를 때 서민의 호주머니에서 비명이 새어나올 것이다.
3. MB정권 5년 동안 정권 실세들의 주도하에 온갖 구린 일들이 벌어졌다. 위장 대운하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은 물론 MB 본인이 주도한 것이고, MB와 더불어 '만사형통' 이상득과 '실세차관' 박영준은 자원외교라는 미명아래 천문학적 돈을 뿌리고 다녔다. 고기영 한신대 교수의 추정에 의하면 자원외교는 약 56조 원의 부채를 우리에게 남겼다고 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거지는 얘기들을 보면 아마도 손실액은 더욱 불어날 것 같다. 금액은 적지만 영부인 김윤옥도 한식세계화 사업에 편승해서 참으로 민망한 짓을 하고 다녔다.
탐욕의 촉각을 지닌 정권 실세들은 정부 사업 외에도 수많은 구린 일에 손을 뻗쳤다. 이상득은 수많은 서민의 가슴에 못을 박은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되었고, 박영준은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한수원 비리에 연루되었다. KT나 포스코처럼 완전히 민영화된 기업도 정권이 점령군처럼 운영했고, 정권과 가까운 롯데그룹이나 효성그룹에 대한 특혜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을 모조리 MB맨으로 채운 결과 이들은 ‘금융권 4대천황’이라 불리며 우리나라 금융을 주물렀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화제가 된 한국투자공사(KIC)의 메릴린치 우선주 20억 불 투자건도 MB정권과 연관되어 있다는 정황증거가 매우 많다. 여론의 반대로 무산이 되기는 했지만 인천공항을 민영화하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구린 일들이 구린 것으로 끝난 것만은 아니다. 국고의 손실만 해도 100조가 훌쩍 넘고, 정부 사업을 떠맡은 공기업들은 부채더미에 올라앉았으며, 정권의 낙하산들이 점령한 KT, 포스코, 금융지주회사 등에서는 각종 부실과 비리가 터져 나왔으며 당연히 경쟁력을 잃어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구린 일에 앞장서고 몸 바친 결과, 온몸에서 구린 냄새가 펄펄 나는 이들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기세등등하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주도한 자들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정부의 포상까지 받고 희희낙락하고 있으며, 자원외교 한답시고 혹은 메릴린치에 투자한답시고 조 단위로 돈을 날린 자들이 오히려 영전하여 잘나가는 것이 오늘날의 뒤틀린 현실이다. 지난 지방선거를 계기로 소위 친이계 부활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매우 구리다.
4. 흔히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 한다. 보수정권인 MB정권의 부패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니 그걸 탓하지 말고 얼마나 유능한 정권이었는지 평가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겠다. 권력의 부패와 그로 인한 공적 권위에 대한 불신은 그 자체로 매우 중대한 평가 잣대가 되어야겠지만, 국정운영을 잘했다면 어느 정도는 용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MB정권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활력을 살려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왔는가?
MB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경제성장이다. ‘747’을 이루겠다는 정권이었다. 하지만 MB정권 5년간 연평균성장률은 불과 2.9%였다. 이는 김대중 정부의 연평균성장률 5.1%나, 노무현 정부의 4.3%에 크게 못 미치는 성과였다. 글로벌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으니 핑계는 있다. 그러나 중국의 고도성장에 따른 혜택도 누렸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도 IMF위기가 있었고 노무현 정부도 정권 초에 카드채 위기를 맞았다.
성장은 결국 국민이 잘살기 위해 하는 것이므로 임금이 얼마나 올랐는지 살펴보자. 10인 이상 업체 비농전산업 연평균실질임금상승률은 김대중 정부 동안에는 3.5%, 노무현 정부 동안에는 3.7%였던데 반해 MB정권 동안에는 고작 0.2%였다. MB 정부 아래에서 재벌 대기업들의 이윤은 폭증했지만 실질임금은 완전히 정체했던 것이다.
5. 경제성장의 이면도 살펴보자. 가장 큰 문제는 MB정부의 초라한 경제성장마저도 엄청난 빚더미 위에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기재부 발표로는 국가채무는 2007년 말 약 299조 원에서 2012년 말 약 448조 원으로 50%나 증가했다. 그 결과 GDP대비 비율도 30.7%에서 32.8%로 증가했다.
공공기관 부채는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07년 말 약 249조 원에서 2012년 말에는 498조 원으로 정확하게 두 배로, 즉 100%나 증가했다. 정부만 빚진 게 아니고 가계부채 또한 폭증했다. MB정부 5년간 금융권 가계대출은 222.3조 원 증가했으며, 이중 예금은행 대출은 20.3% 증가한 데 비해 금리가 높은 기타금융기관 대출은 46.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것을 경제고통지수라고 한다. 한겨레신문에서는 경제고통지수에 소득불평등, 범죄율, 자살률을 더해 사회경제고통지수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1993년부터 이 지수를 산출한 결과 김영삼 정부 집권 시기엔 -3.8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김대중 정부 0.6, 노무현 정부 0.7로 높아지더니 이명박 정부에서는 3.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줄어든 것도 있다. 남북통합지수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고안한 남북통합지수는 2007년 270.9에서 MB정부가 들어선 직후 200년 214.2로 급락하고 2012년에는 197.6까지 하락했다.
사회경제고통지수나 남북통합지수가 진보편향적인 지표라고 한다면, 이번에는 보수성향 단체들의 평가를 보자.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2007년에는 11위였으나 MB정부 출범 후 2008년 13위, 2009년 19위, 2010년 22위, 2011년 24위, 2012년 19위로 2012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뒷걸음질 쳤다. 또한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하는 IT산업 경쟁력지수에서는 우리나라가 2007년 세계 3위에서 2008년 8위, 2009년 16위, 2011년 19위로 급락했다. 미국의 NGO인 프리덤하우스는 언론부자유지수를 매년 발표하는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30점 이하를 기록해 줄곧 언론자유국으로 분류되었으나, MB정부 집권 3년차에 32점으로 상승해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강등되었다.
MB정부도 잘한 일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외환 및 자본거래 관련 규제를 강화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프린스턴 대학 신현송 교수가 국제경제보좌관으로 일한 덕택이었다. 하지만 잘한 일을 아무리 꼽아보아도 위에서 살펴본 거시적인 지표의 부진을 극복할 수는 없다. <표1>은 이들 지표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6. 필자의 SNS 질문에 MB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 안의 욕심이 MB를 만들었다는 답들도 꽤 있었다. 나는 이런 관점을 존중하지만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에 대해 ‘내 탓이오’ 하는 종교적 자세에 배울 점이 있고, MB를 낳은 얄팍한 선택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불의와 맞서 싸우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욕심을 버리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그래야만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은근히 MB에게 투표한 유권자를 탓하는 것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많은 유권자가 MB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물어야 한다. 뭔가 잘못된 것이 있을 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원인과 책임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사회과학적 분석이나 정치적 실천에 매우 중요하다.
누가 우리를 MB라는 똥통으로 이끌었던가? 두 말 할 나위 없이 노무현 정부의 실정이었다. 넓게는 민주개혁진보 세력의 정치적 실패였다. 이에 관한 솔직한 인식을 회피하고 반성을 거부한 채, 그저 정권 심판론에 기대어 눈앞의 선거승리와 계파간 패권다툼에만 몰두해온 야권은 참패를 거듭해왔고 결국 선택을 받은 것은 박근혜 정권이었다.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솔직한 고백이 주는 신뢰, 정책과 정당운영에 관한 참으로 진지한 성찰, 이런 것들 없이는 야권에 희망이 없다. 지금의 야권은 MB가 싸질러 놓은 똥 무더기 이상으로 악취를 풍길 따름이다.
7. 박근혜 정부가 꾸린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중립적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구실 아래 비판론자들을 배제하고 사실상 찬성론자들을 여럿 포함시킴으로써 공정하고 엄정한 평가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다. 이런 구성 때문에 박근혜와 MB 담합설까지 흘러나왔다. 둘 사이에 쌓인 사적인 감정으로 보나 전두환의 은닉재산 추징에서도 나타난 정치적 셈법으로 보나 MB에 대한 추상같은 응징이 마땅하련만, 박근혜 대통령이 MB를 감싸고돌고 있으니 이는 참으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대선을 매개로 해서 둘 사이에 끊기 어려운 연결고리가 형성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난무하지만, 어디까지나 정황증거에 기반한 추측일 뿐이고 진실은 알 수 없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의 비호로 인해 우리는 MB의 똥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똥 냄새를 맡아야 한다는 게 억울하지만, 그보다도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때그때 권력에 줄서기만 잘하면 출세도 하고 이익도 향유하며 잘못에 대해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참으로 나쁜 교훈 말이다. 해방 후 친일파 청산에 실패함으로써 발생한 ‘역사의 도덕적 해이’가 오늘까지도 반복되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 총리지명자 문창극 씨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그의 정신상태를 의심했는데, 신임 적십자총재 김성주 씨도 유사한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젠 놀라지도 않는다. 이 땅에서 신나게 먹고 신나게 싸지른 자들은 권력이 바뀌어도 항상 승승장구했고, 우리 국민들은 진동하는 구린내를 맡아가며 똥 치우기에 바빴던 게 한국현대사의 한 흐름이 아니었던가?
지난 2일 82Cook, 리멤버0416 등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을 해온 60여개의 풀뿌리시민모임이 모여 성명을 발표했다. “사악한 집권여당도, 나약한 거대 야당도 정파적 이해에만 고립되어있는 소수야당도” 신뢰하지 않으며 오직 국민들만 신뢰하고 싸워나가겠고 했다. MB가 끼친 해악, 진동하는 구린내를 청산하는 노력도 정치권에서는 기대난망이다. 국민이 직접 나서야만 한다.
8.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바로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MB정권이 우리 국민에게 끼친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기로 했다. 단편적으로는 많은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흩어진 정보를 종합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 우리들의 '기억투쟁'을 위해 중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합원들께서 분야별로 나누어 맡아 연초부터 작업을 했고, 그 성과의 일부를 8월 1일부터 <프레시안>에 연재하였다.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국회의 국정감사장에서 우리가 제기한 이슈들이 확대‧재생산되기도 하였다. 일과성으로 지나가면 끝나버리는 정치권과는 달리 우리는 MB정권의 폐해를 청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조만간 MB의 비용에 관한 단행본을 출판하려고 하니 독자들의 관심을 당부한다. '기억투쟁'은 '청산투쟁'의 초석이다.
학문적 업적으로 쳐주지도 않는 글을 쓰느라고 고생한 조합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박창근 교수님, 고기영 교수님, 김용진 교수님, 김학진 교수님, 이후천 교수님 등 <프레시안>에 글을 연재하신 분들 외에도 조애리 교수님, 남준우 교수님, 황평우 소장님 등이 기획 및 집필에 참여하여 많은 수고를 해주셨다. 필자의 조교인 신호정 씨는 방대한 자료를 추적하고 집적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도 기획에 도움을 주고 지면을 할애하여 주었다.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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